제주해군기지 '거짓말' 들통..."애초 민군복합항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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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거짓말' 들통..."애초 민군복합항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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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기술검증위 참여 김길수 교수, 도의회 출석 반박 증언
'2차 시뮬레이션 보고서'?...'외압'?...'예인선 4척'?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지난 1-2월 국무총리실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15만톤 크루즈 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가 건의문을 채택한 후 발표된 국방부의 2차 시뮬레이션 결과보고서는 검증위의 정식 입장과는 다른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용범)는 19일 오후 제주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추진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면서, 당시 기술검증위에 참여했던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질의응답을 벌였다.

지난 2월14일 열린 기술검증위 4차회의에서 결과보고서가 채택됐는데, 이 과정에서 총리실에서 논의결과에 대한 외압은 없었는지, 그리고 뒤이어 나온 국방부의 2차 시뮬레이션 보고서가 기술검증위 입장과 연계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기술검증위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총리실에서 설계변경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 <헤드라인제주>

◇ "애초 설계가 민군복합항 아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길수 교수는 최초 국방부의 시뮬레이션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박주희 의원과의 일문일답에서 "(제주도 추천 위원들은) 풍속 27노트로 설정해 분석해야 하는데 왜 15노트만 넣었나. 항로법선 잘못됐다 등등이었는데, 해군측 시뮬레이선 담당자에게 마지막 확인한 것이 왜 15노트를 넣었느냐 였다"면서 "그쪽(해군측)에서 하는 말이 15노트 이상 되면 크루즈 들어오기 힘들다 그러서 할 수 없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해군측에서도 풍속 15노트 이상이면 크루즈선박이 입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어 박주희 의원이 "그렇다면 애초 설계가 민군복합항이 아니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저희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고, 해군이 어떤지는(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4차회의 내용을 보면 총리실에서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검증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발언 등등이 나오는데..."이라며 외압설에 대해 질의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빨리 매듭지으려는 그런 방침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 "외압은 없었다. 다만, 회의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꼈을 것"

이어 박원철 의원이 거듭 당시 기술검증위 위원장을 위시한 총리실에서 외압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김 교수는 "(공사중단 발언은) 위원장 발언이 맞고, 그 때에는 그쪽의 전략이나 분위기를 정확히 몰랐는데, 4차 회의까지 가니까 가장 걱정하는 것이 공사중단 부분이었다"며 "(총리실에서는)만약 이 검증회의에서 뭔가 제주도에 유리한 것이 나오면 공사중단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박원철 의원이 총리실에서 공사중단을 꺼리는 이유와 관련해, "해군기지로만 설계됐고, 설계비도 추가로 들어가야 하고,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당시 검증위 위원장이 명확하게 이 부분을 알고 있었다고 봐도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박주희 의원이 다시 "총리실 외압이 있었다. 이는 확인된 것"이라고 말하자, 김 교수는 "총리실에 우리에 대한 외압은 없었다"며 "다만 회의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방부 2차 시뮬레이션 보고서는 정식보고서 아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 <헤드라인제주>
이어 2월14일 기술검증위가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자 곧바로 국방부가 2차 시뮬레이션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기술검증위 보고서 채택 이전에 이미 삼성에서 수주를 해서 시뮬레이션이 시행된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그것은 우리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처음에는 새롭게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12월에 발주한 것으로 대체하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회의 당시) 정부측 사람들이 그것(국방부 2차 시뮬레이션) 한번 들어봐라 해서 듣지 않겠다고 하니, 참고자료로 들어달라 한 것이고, 정식문건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며 "그 이후에 말하는 것들이 달라진다. 기술검증위에서 마치 인정한 것처럼 표현했는데, 그 부분은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보니 마치 기술검증위에서 공인된 것처럼 말하는데, 정부는 인정하는지 모르겠으나 위원회는 공식 인정한 적 없다"며 "그래서 계속해서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만약 그것이 정식 보고서였다면 당시 기술검증위에서 그것을 가지고 계속 말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모두가 인정하는 보고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던 것으로, 지금에 와서 그것을 마치 우리의 정식 보고서인 양 소개되는 것은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김 교수의 입장은 정부가 그동안 주장해 온 국방부 2차 시뮬레이션이 총리실 기술검증위 회의결과를 바탕으로 해 실시됐다는 주장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확인케 하는 것이다.

◇ '예인선 2척 아닌 4척 달라붙어서야 크루즈 가까스로 접안"

이와함께 이날 감사에서는 박원철 의원이 당초 정부측의 주장과는 달리 크루즈선박이 입출항 할 때 예인선 2척을 갖고서는 접안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정부와 제주도는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과 함께 그동안 3500마력급 예인선 2척이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시뮬레이션 시현 공방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날 박원철 의원이 공개한 지난 제2차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보면 예인선은 2척이 아니라 4척이 투입되어서야 크루즈선박이 가까스로 접안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김 교수는 박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을 지켜본 후,"통상적으로는 4척이 따라붙지 않는다"며 이런 사실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는 기술검증위가 총리실 '입맛'대로 운영하며 이미 실시한 국방부 2차 시뮬레이션 결과를 마치 정식보고서인 것처럼 교묘하게 짜맞추었고, 내용 설명에 있어서도 사실을 왜곡해 왔음이 탄로난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설명해 온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앞으로 제주해군기지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박원철 의원이 공개한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 시뮬레이션 동영상. <헤드라인제주>
박원철 의원. <헤드라인제주>
박주희 의원.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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