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이자 학생으로… 여성 취약 분야에 도전하다
상태바
주부이자 학생으로… 여성 취약 분야에 도전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그린에너지기계과 노영미 씨

일반적으로 기계 분야는 남성 영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여대생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학생회장'이자 지난해 9월 결혼한 '주부'인 그린에너지기계과 노영미 씨(25세)는 기름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빗속에서도 자작 자동차 테스트에 여념이 없다. 나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관련 분야 전문 지식을 쌓고 실무 경험을 할 수 있어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폴리텍대학이지만, 그중에서도 영미 씨는 단연 '명물'이다.

충남의 4년제 대학교에서 문화재보존과학을 전공하던 그녀는 지난해 결혼과 동시에 제주로 이사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지만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기는 학비나 시간적인 부담이 컸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학비가 전액 지원되고 1년으로 기능사 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공과계열에 문외한이던 영미 씨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장비들을 다뤄보는 과정에서 흥미가 생겼다. 결과적으로는 적성에 맞은 셈이다"라고 말한다. 주부와 학생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도 수치제어 선반 기능사를 취득하고 위험물 기능사, 생산자동화 기능사, Auto CAD, 기계 정비, 수치제어 밀링 기능사 자격증 필기를 통과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학업에 충실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시어머니와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고마운 남편'을 꼽았다.

이렇듯 학업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가진 영미 씨는 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총학생회 최초의 여성 학생회장이기도 하다. 비교적 여학생 비율이 적은 학교에서 학생회장으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책임감 덕분이다. 학생회가 준비하는 가장 큰 행사인 '체육대회'뿐 아니라 매달 간담회를 겸한 회의를 통해 건의사항을 수렴하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그린에너지기계과 동기들과 함께 군산에서 열린 대학생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했는데, 대회에 앞서 엔진을 제외한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고 비가 오는 날에도 테스트를 쉬지 않았다. 이에 영미 씨가 소속된 '요망진 녀석들'팀은 130여 개 참가팀 중 예선 26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고, 가속 테스트에서도 90팀 중 30위권에 들었다. 그녀는 "비록 이튿날 경기에서 폭우 탓에 경기를 못 치렀지만,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쟁쟁한 대학들의 기술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 자격증 공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영미 씨는 관련 분야 취업을 통해 폴리텍대학에서 시작한 길로 나아가려 한다.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되면 더욱 확실해지겠지만, 전공을 살려 전공분야로 취업하고 싶다. 나를 원하고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고민할 것이다"라는 포부를 밝힌 그녀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홍성찬 시민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