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의 명예와 자존심은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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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명예와 자존심은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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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성재 WCC범도민지원위 간사

이성재 WCC범도민지원위원회 간사.<헤드라인제주>
작년만 해도 지하수 증산은 절대 안 되는 일로 당연히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도의회 주변에 렌터카 차량이 자주 보이더니, 마침내 한진그룹의 신문동시광고의 활극으로 ‘지하수 전쟁’의 스타트를 끊었다. 여파는 벌써 도민들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불길한 조짐은 이미 작년에 나타났다. 한진그룹 제주지하수 판매업체인 사이버스카이의 대주주가 한진그룹 3세들이라는 사실. 그것은 제주의 지하수를 꼭 가져와야하는 그들의 사명이자, 오너 자녀들을 은근 슬쩍 밀어주려는 자본의 대물림이자, 한진의 녹을 먹고사는 사람들이 그들의 오너를 위해 죽을지라도 꼭 증산해야만 하는 명분이 되었다.

지하수 증산 반대 열풍에 휩싸여 있던 작년, 내게 어느 지인이 “한진 보다는 삼다수 증산이 더 이롭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그의 충고(?)에 동의를 안했지만, 결과는 삼다수의 증산이 차라리 ‘매향노’를 표방하는 한진그룹의 증산보다 더 공익적이지 않을까 하는 유권자들의 조심스러운 평가로 나타났다.

게다가 도민들은 ‘한진그룹’을 통해 재벌자본의 민낯도 보았다. 상식 이하의 부정·부실이 밥을 먹듯 실행하는 것이 ‘관행’이며, 소수의 그들이 다수의 도민의견을 간단히 저지하는 게 한진그룹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이며, 의견이 다르다고 막대한 자본으로 광고하고 로비하는 것이 저들이 실현하는 ‘정의’임을, 도민들은 똑똑히 보았다.

지역이 죽고 서민이 힘들어하고 향토자본이 날아가도 오직 이익만을 챙기는 게 도민들이 목격한 재벌의 ‘책임의식’이다. 제주와 인연 많은 기업이라는 이름의 막가파와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며 도민들은 지하수 증산에 근본적 회의를 보내고 있다. ‘당신들은 도대체 왜 우리의 물까지 팔아먹으려 하는가?’

이른바 ‘봉이김선달’의 생각은 분명하다. 작년에 증산을 거부한 도의원들이 다시 부결을 시켜도, 이번 회기에만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한다면 다음 정례회기에서 다시 자기들의 증산을 주장하여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들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이 땅의 자존심과 명예는 영원히 무덤으로 들어갈 것이다. 제주의 지하수는 조금씩 고갈되어 간다. 저들이 증산을 포기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들 역시 자기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캐시카우(Cash cow)’가 필요함을 안다. 그들이라고 지하수를 포기하는 순간 바로 재벌3세들의 투자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따라서 이 싸움은 아주 지루한 장기전이 될 것이다.

한진그룹의 야욕은 충분히 드러났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자명해졌다. 먼저 지하수 판매 및취수 권한에 대한 메뉴얼을 확립하여 사기업의 천민자본주의를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지하수 취수의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제주의 혈관과 같은 관정들을 행정이 아닌 개인이 차지한다면 이미 지하수의 고갈은 예정된 것이다.

둘째, 제주도민 앞에 도와 도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사적으로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몰라도, 적어도 공직을 맡거나 도민의 표를 받아 의원이 된 사람이라면, 공적 발언과 공식적 활동에서는 반드시 도민들 앞에 천명한 도의회의 역할과 의무를 견지해야 한다.

셋째, 도와 도의회가 지금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진그룹과 개발공사과 지하수를 취수하여 판매함으로서 공기업과 사기업의 이해가 결합한 기형적 형태를 갖고 있다. 도민의 대표기관답게 도와 도의회가 합심해서 통일된 의견으로서 이 문제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이런 지저분한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도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이 모든 과제가 신속하고 단호하게 수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일을 담당할 주체가 마땅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도나 도의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작년과 같은 강한 반대가 아닌 눈치 보기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이미 한진에 대한 신뢰를 거둬버렸다. 한진그룹의 집요한 괴롭힘을 지켜보며 분통을 터뜨리다가 지쳐, 수성의 가능성조차 회의하는 상황이다. 필요한 것은 그 회의를 떨치고 도민들에게 수성의 가능성을 확신시켜줄 강력하고 단호한 리더십. 그것이 제주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다.<헤드라인제주>

<이성재 WCC범도민지원위원회 여성.청소년분과위원회 간사>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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