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해군 사설용역으로 이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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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주민들, 수녀 무차별 연행 경찰 규탄 기자회견
기자회견 장소 문제로 또 충돌...30분 넘게 실랑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을 기원하며 153배를 올리던 신부와 수녀 등 29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과 관련해 강정주민들은 "경찰이 해군의 사설경비용역으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 반대 평화운동가,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주교수녀회장상연합회 등은 11일 오전 10시 30분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전날 벌어진 경찰의 무차별 연행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정주민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공사중단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강정주민들. <헤드라인제주>
강정주민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의 무차별 연행에 대해 규탄하고 연행자들의 전원 석방과 해군기지 공사 중단, 잔여예산 국고 귀속, 공유수면매립권 즉각 취소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날 충돌사태의 여파인지 이날 기자회견은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강정주민들이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10시 30분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앞에 자리를 잡으려 하자 사전에 현장에 배치돼 있던 경찰들이 이를 막았다.

이에 강정주민들은 "왜 경찰이 기자회견을 하려는 것을 막느냐"며 항의했으나 경찰은 "정문을 막고 기자회견을 하게 되면 차량통행과 해군기지 공사에 방해되기 때문에 길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을 해달라"며 주민들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격분한 강정주민들은 "그동안 기자회견을 하는 것에 대해서 막지 않다가 왜 갑자기 막아서느냐"면서 강하게 비난했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잡혀간 곳에서 기자회견을 해야겠다"며 경찰들과 대치하다 결국 몸싸움이 발생했다.

경찰과 강정주민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30분 넘게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격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오전 11시가 넘어서 강정주민들이 길 건너편으로 넘어가 기자회견을 갖기로 한발 물러서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기자회견 장소 문제로 경찰과 강정주민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 장소 문제로 경찰과 강정주민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경찰이라는 이름 아깝다...해군 사설경비용역으로 이름 바꿔라"

강정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벌어진 경찰의 무차별 연행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강정주민들은 "공권력의 정의라 함은 사회적 약자를 권력기관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할 것인데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국민의 권리는 완전히 소실되고 공권력자체가 지배자의 시녀로 전락돼 아첨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음을 여실히 보여준 날"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장사상 최초로 정복을 입고 종교활동을 하던 수녀님들을 대규모로 연행되는 사태가 됐고, 공사장 입구 한쪽에서 헌법에 보장된 1인시위를 하는 정당한 행위가 무참히 유린당했고, 문화공연과 다름 없는 율동을 한다고 해 집시법 위반이라며 묻지마 체포를 강행한 경찰의 행보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폭거"라고 피력했다.

또 "대도민,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한 제주해군기지야 말로 전국민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사업이기에 한나라당조차 예산전면삭감에 동의를 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업에 항의하는 강정주민들과 국민들, 종교인들의 무차별 연행하는 경찰은 더 이상 경찰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차라리 해군의 사설경비용역으로 그 명칭 바꿔라"고 주장했다.

강정주민들은 "경찰의 조사과정에서도 개인의 신상정보 보호의 권리와 묵비권 행사를 주장하면 죄가 없는데도 방면조차 하지 않는 경찰의 인권유린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지금 즉시 연행된 이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전날 연행된 29명 중 신부 2명과 수녀 18명 등은 모두 석방됐으나 양윤모 영화평론가 등 평화운동가 2명을 비롯해 강정평화학교 참가 학생 등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7명은 아직 석방되지 않았다.

이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날 오후 제주지방경찰청으로 이동, 연행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다. <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 장소를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건너편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경찰. <헤드라인제주>
기자회견 장소 문제로 경찰과 강정주민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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