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위기..."사즉필생 각오 없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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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위기..."사즉필생 각오 없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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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 지사의 FTA 현장방문, 제시된 위기 극복방안은?
"발버둥쳐도 FTA는 현실"..."사즉필생 각오로 경쟁력 필요"

지난해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농수축산업 시장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1차 산업의 비중이 큰 제주지역의 피해는 치명적일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미FTA가 체결될 시 제주의 농업은 5년차까지 연평균 600억원의 손해를 입다가 피해가 점점 커지면서 15년간 약 1조2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 4일 우근민 제주지사는 새해 첫 외근으로 FTA산업 현장을 방문, 위기에 처한 제주지역 1차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이날 우 지사는 서귀포시 소재 감귤영농조합법인 등을 방문하며 '사즉필생(死卽必生)'의 각오로 농가 스스로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A대책 마련을 위해 3일 서귀포시 소재 감귤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FTA대책 마련을 위해 3일 서귀포시 소재 감귤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데모한다고 해서 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날 새벽부터 내린 눈으로 중산간 지역의 도로가 얼었지만, 현장 방문을 강행한 우 지사는 첫번째 행선지로 서귀포시 신효동에 위치한 산남감귤영농조합법인(대표 강응선)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우 지사는 "올해안에 FTA가 발효되는데, 이제 지원을 안해준다고 손을 벌려서 될 때가 아니"라며 "지역 산업을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차산업의 큰 위기가 닥쳤을때 FTA가 시작되면 죽겠다고 하는 걸로는 받을 수 있는 지원이 한정돼 있다"며 "제주도와 농협, 농가가 합심해 스스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 지사는 "소비자들은 제주산 감귤이네, 미국산 오렌지네 따지지 않고 맛있는 과일을 찾는다"며 "오렌지의 당도가 12~13브릭스고 제주감귤의 당도가 9~10브릭스면 경쟁이 되겠나"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당도를 올리려는 농가의 노력과 각오가 있어야지, 도청 앞에서 데모한다고 해서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며 "중앙예산을 받아오기 위해서는 뭘 내놔야지, 내놓지도 않고 떠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짧은 인사말에 이어 산남영농조합법인 공장을 둘러 본 우 지사는 "FTA에 대응한 준비와 수출 대비가 잘 돼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산남영농조합법인은 감귤수출 전용선과장 시설을 설치해 영국 수출을 도맡고 있는 조합으로, 감귤을 어떻게 수출해야 하는지 대표적인 모델을 제시하는 곳으로 꼽힌다.

수출 첫해인 2010년 80톤 가량을 수출한 산남영농조합은 지난해 360톤의 감귤을 영국으로 보냈고, 올해는 약 3000톤 가량의 수출을 목표로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감귤의 '부패율'을 현저하게 줄이고, 오랜 선적 기간에도 쉽게 형태가 망가지지 않는 상자 등을 개발하면서 수출길을 여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우 지사는 "이제부터 수출 정책을 지원하더라도 경제적인 평가가 뒷받침되도록 해야 한다"며 "감귤 1만톤을 수출했을시 국내로 출하되는 감귤의 물량과 가격 등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계획과 데이터가 만들어지면 제가 중앙정부에 가서 죽기살기로라도 FTA기금을 끌어올 것을 약속드린다"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산남감귤영농조합법인 관계자가 우근민 제주지사 일행을 맞이하며 법인 소개를 하고있다. <헤드라인제주>
FTA대책 마련을 위해 3일 서귀포시 소재 감귤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감귤상자가 튼튼한지 직접 올라타보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차별화 전략..."고품질 감귤 생산이 농가 살린다"

이어 우 지사는 대도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제주 브랜드 감귤을 공급하고 있는 삼다감귤영농조합법인(대표 임권일)을 방문해 감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삼다영농법인은 노지.비가림.하우스감귤 등 한해 8000톤 가량의 감귤을 생산하면서 대형매장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형성했다. 앞서 방문한 산남영농법인이 수출 모델이라면, 삼다영농법인은 내수시장 공략용 모델인 셈이다.

특히, 삼다영농법인은 광센서 선과기 등을 도입하면서 당도가 높은 고품질 감귤만을 판매해 제주산 감귤의 이미지를 제고시킨 조합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권일 대표는 "당도가 10브릭스 보다 낮은 감귤은 취급하지 않는다"며 감귤의 고품질에 철저를 기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다영농법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10브릭스 감귤은 3.75kg(1관)당 4000원, 11브릭스 감귤은 5500원에 판매된다. 같은 밭에서 자란 감귤이라도 당도의 차이로 인해 가격차이가 현저하게 나는 것이다.

판매량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10브릭스 감귤의 경우 4000톤, 11브릭스 감귤은 1만5000톤이 팔렸다.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우 지사는 "감귤의 품질을 차별화 함으로써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다"며 "감귤의 고품질화를 위해 농가가 더욱 노력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우 지사는 '감귤즙'으로 만든 과즐 생산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FTA대책 마련을 위해 3일 서귀포시 소재 감귤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FTA대책 마련을 위해 3일 서귀포시 소재 감귤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감귤즙을 이용해 만든 과즐을 맛보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발버둥쳐도 FTA는 현실...사즉필생 각오로 달려들자"

현장 방문을 마치고 지역 농업인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 에서 우 지사가 꺼내든 화두는 '사즉필생(死卽必生)'이었다. 아무리 제주의 1차 산업이 위기에 처한다 하더라도, 죽을 각오로 노력한다면 반드시 살아난다는 의미다.

우 지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한미 FTA는 이제 현실"이라며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제주사회에는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FTA 때문에 못살겠다, 도와달라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지는 농가의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려있다"고 당부했다.

우 지사는 "FTA가 시작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 등은 살아난다고 하는데, 반도체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1차 산업인 농산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며 "농가가 먼저 움직인다면 행정은 어떻게서든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에 있던 70여명의 관계자들은 '사즉필생'을 삼창하며 자리를 갈음했다. <헤드라인제주>

FTA대책 마련을 위해 3일 서귀포시 소재 감귤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간담회 자리에서 FTA대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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