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교육위, 왜 '지역구 챙기기' 눈총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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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교육위, 왜 '지역구 챙기기' 눈총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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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계수조정 결과, 삭감분 75% 특정 학교에 골고루 증액
교육청 "형평성 문제"...도의회 "지역 공약 지키려는 노력"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내년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한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지역구 챙기기' 계수조정을 했다는 눈총을 사고 있다.

삭감한 예산을 특정 지역, 특정 학교에 대거 증액시켰다는 것인데, 교육청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도의회 교육위는 7일 계수조정을 통해 세출부분에서 18억3288억원을 삭감하고, 무상급식 중3 학생 우선 지원 등에 증액하는 것으로 수정, 의결했다.

삭감된 예산을 보면, 제학력갖추기 평가 예산으로 올라왔던 1억9144만원, 소규모 학교 통폐합 추진 시 지원되는 인센티브 예산으로 책정됐던 3억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도의회 교육위는 삭감된 예산으로 무상급식 예산과 관련해 중3 학생 우선 지원에 필요한 예산 25억원 중 교육청 부담분 12억원을 증액했다.

조리종사원 및 학부모 조리도우미 인건비 보전으로 8억1000만원, 인터넷 역기능 예방프로그램 운영비로 2300만원, 지방교육채 상환 감채기금으로 9억1056만원, 유아교육협력 네트워크 구성 1억5000만원도 각각 증액시켰다.

무상급식과 조리종사원, 인터넷 역기능 등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불거졌던 것으로, 증액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도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삭감분의 75%인 13억7500만원이 특정 학교 환경개선과 시설물 보수관리비로 증액되면서 교육청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증액된 내역을 보면, △서귀포고.남주고 학습관 증축에 5억원 △사대부고 국제교류지원에 2000만원 △1기 제주형자율학교 지원에 2억7000만원 △서귀여고 비가림시설에 1억원 △위미중 보안증 설치에 1억원 등이 증액됐다.

교육위는 또 중앙여중.제주서초.중앙초.대정서초.성산고.한라초 교실수업개선 및 환경개선에 2억3000만원, 중앙고.대정중.신성여중고.오현중고.제주여중고.대기고.영주고.오현고 시설물보수관리에 1억5500만원을 각각 증액시켰다.

이들 학교가 위치한 곳은 교육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와 일정부분 겹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 교육청 간부 공무원들은 이례적으로 언론 브리핑까지 갖고 '지역구 챙기기'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조한신 교육청 행정국장은 "교육위에서 심의된 내년도 예산안 세출예산 중 증액된 사업은 특정 지역, 특정 학교에 편중됐다"며 "특히 사업의 투명성, 객관성, 시급성이 부족하고 다른 지역 학교와의 형평성에 상당한 문제점이 예상되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매우 곤란하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지역구 챙기기'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특정 지역이나 특정 학교 시설비로 증액된 것은 지역구 챙기기와 다름 없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조 국장은 "지난해에는 특정 학교를 표시하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특정 학교를 표시해 놓았다)"면서 "지역간 편차가 심하면 교육청에서는 도민들에게 이해를 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대익 도의회 교육위원장은 "그렇게(지역구 챙기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오 위원장은 "교육위원들은 제주도 전역이 지역구나 다름 없다"며 "지역에 공약을 했으니까 이행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꼭 비판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도 전역을 29개 지역구로 나눈 일반 도의원과 달리, 교육위원은 5개로 나누고 있어 도 전역이 지역구나 다름 없다는 반론이다.

하지만 이같은 반론에도 특정 학교명까지 표시해가며 예산을 나눠 증액시킨 것은 '지역구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손질이 이뤄질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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