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반대 '시민행동'..."구럼비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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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반대 '시민행동'..."구럼비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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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해군기지 백지화 시민행동...전국 시민들 결집
강정 곳곳서 문화행사...강동균 회장 "끝까지 지켜낼 것"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를 촉구하는 전국의 시민들이 또 다시 서귀포시 강정마을 곳곳을 가득 메웠다.

3일 오후 2시 강정 코사마트 사거리를 중심으로 강정마을 의례회관, 강정천 일대, 중덕 삼거리 등에서는 '희망을 안고 평화로! 이제는 구럼비!'라는 주제의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제6차 전국시민행동' 행사가 열렸다.

지난 11월 열린 전국시민행동은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제주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형식의 행사를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다시 강정으로 장소를 옮겼다.

구럼비살리기전국시민행동의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전국에서 모여 든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강정 해군기지 백지화 행동에 힘을 실었다.

오후 1시께 제주 전역에서 출발한 '평화버스'를 비롯해 김포, 부산, 대구, 광주, 청주, 군산공항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내려오는 '평화비행기'도 제주로 내려왔다.

인천, 평택, 목포, 완도, 장흥 등에서 출발한 '평화유람선'도 강정을 향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헤드라인제주>
(사진 왼쪽부터) 최근 석방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마을주민 김종환씨, 그리고 평화운동가 김동원씨가 무대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제6차 전국시민행동'의 메인행사인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강정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해군기지 안돼!"

행사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궂은 날씨가 걱정거리였다. 굵은 빗방울과 몸을 갸누기 힘들 정도로 몰아치던 바람으로 인해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했던 것.

그러나 행사가 시작될 즈음인 오후 2시를 기해 날씨가 활짝 개면서 강정 주민들의 얼굴도 활짝 폈다. 하늘위에 선명하게 남겨진 무지개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주민들에게 작은 웃음을 건넸다.

강정천 일대에서는 강정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는 '강정평화투어'가 마련됐다. 얼마전 석방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등이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영상이 상영되면서 방문객들에게 떡국을 무료로 제공했다.

중덕 삼거리에서는 '구럼비 돌탑쌓기', '해군과 2MB에게 한마디', '구럼비 전망대 오르기'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전망대에 오른 시민들은 멀리 떨어진 구럼비 바위를 바라보며 깊은 탄식을 내쉬기도 했다.

시민 김모씨(51)는 "해군기지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여기저기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 것이 좋다"며 "많은 이들이 함께해 해군기지 문제를 널리 알리고 구럼비 지키기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동행한 한 시민도 "그동안 해군기지에 잘 알지 못했는데 강정마을을 한번 둘러보니 어떤 문제가 있었고, 왜 막아야 하는지를 알게됐다"며 "앞으로 주위 사람들에게라도 해군기지 문제를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에 접어들자 코사마트 사거리에서는 '평화콘서트'가 마련됐다. 강정마을 평화운동가들이 결성한 신짜꽃밴드 등은 해군과 공권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헤드라인제주>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발언에 손을 들어 호응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일도2동 지역대책위 관계자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마을 평화운동가들이 결성한 '신짜꽃밴'이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강동균 회장 "어떤 고통과 위협을 가해도 이겨낼 것"

메인 무대는 해가 저문 저녁 7시께 마련됐다. 코사마트 옆에 설치된 간이 공연장에서 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들은 한데 어우러져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80여일간 수감돼 있다가 최근 석방된 강동균 회장은 석방 후 첫 공식석상인 이 자리에서 "여기 있는 모든 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동안 많이 지쳐있었는데 경찰들 덕분에 석달간 푹 쉬다왔다"면서 "그동안 여러분들이 견디면서 싸워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교도소에 있으면서 매일 고민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며 "죄가 있다면 조그마한 마을을 지키려한 죄, 이 아름다운 곳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려 한 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이 나라의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면 위정자와 특권자들에게 죄를 물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찰들은 우리 국민들을 지키지 못하고 폭도로 몰고 있다"며 "지금 이 곳을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경찰과 우리의 땅에 철조망을 쳐 놓은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함께한다면 어떤 고통과 위협을 가해도 반드시 이겨낼 것이고, 제주도와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회장에 이어 함께 수감됐던 지역주민 김종환씨와 평화운동가 김동원씨도 감옥에서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300여일간의 투쟁 끝에 최근 복직이 결정된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20여명도 강정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차해도씨는 "여러분들의 성원과 관심으로 우리는 절망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만들었다"며 "제주에도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기에 꼭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매서운 밤 추위에도 손에 촛불을 쥔 이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고, 문화제는 약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자리한 이들은 다음날 오전 7시께 강정포구에서 함께 일출을 맞이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경기지방경찰청 기동대 4개 중대를 지원받아 11개 중대와 여경 1개 제대 등 총 1000여명의 경찰력을 현장에 배치했지만, 당초 우려됐던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헤드라인제주>

강동균 마을회장이 강정마을을 방문한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3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제6차 전국시민행동'. <헤드라인제주>
전망대에 올라가 구럼비 바위를 바라보는 방문객들. <헤드라인제주>
3일 강정마을 곳곳에 경찰병력이 배치됐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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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 2011-12-05 10:59:30 | 180.***.***.21
돈도 많아. 무슨 돈으로 제주도 까지 비행기 타고 그냥 가나? 혹시 비행기 값 나오고 일당도 나오는가?
참 부럽다. 일 안하고 저렇게 다녀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중덕 2011-12-03 22:08:48 | 211.***.***.42
추운 날씨에 고생많았겠어요
가보지 못한 미안함이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