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FTA기금"...22점은 '합격', 80점은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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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FTA기금"...22점은 '합격', 80점은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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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기금사업 대상자 선정심사 읍면동별 '떡반 나누기' 전락
현우범 의원 "지역할당제 아닌 높은 점수순 선정 전환돼야"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개방화에 대응하고 감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FTA 기금 지원사업이 '떡반 나누기'식으로 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상자를 선정할때 평가점수 22점을 맞은 농가가 지원 대상에서 합격하는가 하면, 80점을 맞고도 탈락하는 농가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현우범 의원(민주당)이 29일 도정질문을 통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FTA 기금사업대상자 선정은 그 원칙이 이미 정해져 있다.

현재 FTA기금사업 대상자는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한 농가 중 출하실적, 안정생산직불제 참여, 기타 요건의 항목에 따라 배점이 이뤄진 후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가 선정된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비를 쪼개서 각 행정시별로 나누고 행정시는 다시 읍면동으로 쪼개 사업비를 나누는 식으로 대상자 선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각 지역별로 '떡반'을 나눠먹는 식의 사업이 이뤄지다보니 행정시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높은 배점을 받은 농가도 최종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례로 '감귤하우스 비상발전기 지원사업'의 경우 제주시 동지역 농협의 커트라인은 22.3점, 서귀포시 동지역의 커트라인은 80점이었다.

행정시책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도 제주시 동지역의 농가는 손 쉽게 지원을 받는 반면, 서귀포시 동지역은 경쟁농가가 많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셔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역간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로 갖춰진 시스템이지만, 기준없는 지원농가 선정으로 인해 서귀포지역 농가의 상대적 박탈감은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0년부터 10년넘게 진행돼 온 농어촌진흥기금 사업도 지역간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것.

농어업인과 생산자단체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된 농어촌기금은 일반회계 출연금으로 1조3600억원이 조성돼 지금까지 6만4000여건에 1조4835억원을 융자 지원했다.

현우범 의원.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필요한 자금의 지원율이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 필요한 자금의 75%를 지원해주는 반면, 서귀포시는 신청액의 53%만이 지원될 뿐이다.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현 의원은 "가뜩이나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남지역 농어민들의 원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왜 지역간의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인지 설명하라"고 우근민 제주지사를 추궁했다.

현 의원은 "FTA기금 사업만 해도 지역별 할당방식이 아니라 제주도 전체적으로 단일 심사기준으로 심사해 높은 점수를 받은 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정방법이 되지 않겠나"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에 대해 우 지사는 "단일 심사기준을 설정하면 일부 지역으로만 집중적인 지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며 "우선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을 최대한 늘림과 동시에 배분 기준을 객관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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