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바다수영의 '신화', 그녀가 다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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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 바다수영의 '신화', 그녀가 다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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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환경 이벤트 '제주빅스윔'...그들의 '좋은 생각'
수영과 환경콘서트...호주여성 셰린 이번엔 10km 바다수영

13일 오전 10시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 스타트를 끊는 '2011 제주빅스윔(The Jeju Big Swim & Concert)' 열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열리는 환경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 이벤트다.

올해 제주빅스윔은 삼양해수욕장에서부터 함덕해수욕장까지 10km 구간의 바다수영, 그리고 1km 코스의 바다수영, 또 초보자와 어린이도 참가 가능한 50m 단거리 바다수영 등 3개 코스로 나눠 진행된다.

10km 바다수영은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일대 일로 카약이 따라간다.

수영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은 삼양-함덕 해안도로의 트레킹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저녁 7시부터는 함덕해수욕장 잔디밭에서 제주 인디음악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콘서트가 마련된다.

'빅(Big)'이란 수식어에 많은 선수들이 몰리는 대규모 수영대회라 생각하면 오산.

'빅'은 큰 꿈과 희망을 의미하며 붙여진 수식어다.

특이한 것은 화려한 스폰서나 공공기관의 후원 없이, 뜻있는 시민네트워크의 자발적 준비행사라는 것.

제주세계섬학회(회장 고창훈 교수)의 세계환경과 평화 섬머스쿨(World Environment and Peace Summer School) 연계 프로그램의 성격을 띄고 있으나, 행사의 기획에서부터 준비 하나하는 모두 '개인'과 '개인'들의 네트워크 속에 준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개인'들이 협력할 수 있는 내용들을 내놓으면서 전체적인 '대기획'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행사에 필요한 하나에서 열가지 모두 협력하는 '개인'들의 참여로 완성되어가고 있다.

인디음악을 선보이는 공연팀은 인디음악으로, 무대설치 업체는 무대설치로,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자발적 참여자들의 한뼘한뼘 땀이 서려있다.

지난해 열린 제주빅스윔에서 호주여성 셰린이 카악의 보호를 받으며 수영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제주빅스윔에서 카악의 보호를 받으며 수영하는 셰린. <헤드라인제주>

▲빅스윔, 어떻게 기획하게 됐을까?

지난해와 올해 '제주빅스윔'을 기획하고 총연출을 맡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평범한 20대 대학원생이다. 제주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현성미씨(27).

그는 어떻게 해서 이 기획을 하게 된 것일까.

대학 졸업반이었던 2009년 여름, 그는 동료학생들과 함께 한 방송사에서 공모한 '대학생 VJ 다큐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꿈, 희망'이라는 주제의 다큐영상은 당시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던 셰린 히버드(호주)의 '도전'이 앵글에 담겨졌다.

제주빅스윔의 총연출을 맡은 현성미씨(사진 왼쪽에서 3번째)와 제주섬 완주수영에 나섰던 셰린(왼쪽 첫번째). <헤드라인제주>
외국인이면서 해녀 일도 하고, 그 누구보다 제주바다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던 셰린을 통해 꿈과 희망을 얘기해보고자 했다.

다큐영상 공모는 예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까지 이뤄졌다. 그리고 공모전이 끝난 후, 인연을 맺은 셰린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좋은 아이템이 있는데 새로운 도전이자 시도를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셰린은 "제주바다에서 물질을 해보니 바다가 많이 오염돼 있고, 바닷속은 쓰레기들이 많은데 시민들은 이에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와 연계해 환경캠페인성 이벤트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성미씨도 흔쾌히 동의했다. 방법적으로는 세린이 혼자서 제주 해안을 한바퀴 수영하는 내용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 기획안의 준비작업이 착수됐다.

셰린 히바드. <헤드라인제주>
그리고는 지난해 7월31일 '제주빅스윔'이란 타이틀로 해 제주 해안일주 수영 대장정이 시작됐다. 말이 '제주섬 한바퀴'이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일 10km씩 수영을 한다하더라도 꼬박 40여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셰린의 의지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0km의 수영은 시작됐다. 제주섬 동쪽 해안을 따라 삼양, 함덕, 세화, 성산, 표선, 남원, 서귀포, 화순, 대정 등으로 이어지는 제주섬 일주 대장정은 쉼없이 계속됐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물때를 맞추는 일이 중요했다. 그리고 매번 입수할 때마다 해경에 신고를 하고, 안전장치 등의 준비를 해야 했다.

어떤 때는 물때를 맞추다 보니, 오전 6시쯤 시작됐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 일반 시민들도 왜 외국인 여성이 수영으로 제주섬 일주를 하는가에 관심을 보였다.

하루이틀에 끝나는 일도 아닌, 40여일이 소요되는 장기 레이스였기에 힘든 점도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제주섬 4분의 3을 횡단할 즈음 문제가 발생했다. 한경면 고산지점까지 횡단할 즈음이었다. 갑작스럽게 태풍이 내습한 것이다. 제주섬 일주는 중단돼야 했다.

하지만 셰린은 비록 불가항력적인 일 때문에 차귀도-제주시 구간은 남겨두게 됐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했다. 40여일째 되는 9월12일, 셰린은 마지막 코스로 별도봉 앞 바다에서부터 처음 출발지인 삼양해수욕장까지 구간을 수영했다.

그렇게 해서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으나 제주섬 일주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난해 열린 제주빅스윔에서 호주여성 셰린(사진 오른쪽)이 한 구간 수영을 마친 후 지역 어린이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제주섬을 일주하며 수영에 나섰던 호주여성 셰린. <헤드라인제주>

▲첫 빅스윔을 통해 무엇을 얻었나?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을 사서 하느냐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많은 의미, 캠페인성에 맞춰서는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죠. 수영을 할 때면 일반 시민들도 다가와 왜 수영을 하느냐고 물었고, 그 취지를 설명하면 공감하면서 이해를 해주거나 감동을 받아 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성미씨는 "왜 수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획의도를 들은 시민들은 '바다 환경'에 대해 많은 공감을 갖는 분위기였는데, 환경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게 큰 성과였죠"라고 말했다.

▲올해 제주빅스윔, "소통의 영역 넓혀요"

그리고, 1년 후인 올해  '8월13일', 두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제주빅스윔 총연출을 맡은 현성미씨. <헤드라인제주>
이번에는 제주섬을 한바퀴 도는 코스가 아니라 10km 구간을 중심으로 한 '1일 행사'로 짜여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는 작은 구간이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영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행사가 갖는 의미와 관련해, "누구나 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한뼘한뼘 모아져서 거대한 하나의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방식, 이것이 제주빅스윔의 준비방식"이라고 말했다.

수영과 콘서트를 통해 '바다환경'에 대해 과연 얼마만한 시민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있어서도 성미씨는 크게 자신했다.

"왜 세린이라는 호주 여성이 제주바다에서 수영을 하면서 무언가를 알리려고 하는가, 이를 지켜본 시민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간다든지, 아니면 쓰레기를 바다나 길거리에 버리지 않는다든지 하는 작은 실천들을 유도해 나가자는 취지죠. 그러면 최초 이 행사를 통해 얻고자 했던 캠페인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요."

성미씨는 "환경을 보호하려는 실천의지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수영과 콘서트를 통해 누구나 즐겁게 행복하게 다같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 사람이 여러 명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설득하고 그렇게 하면서 빅스윔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것을 널리 퍼져나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그것이 모여서 거대한 강을 이루고자 하는 희망과 꿈, 바로 이것이 빅스윔의 정신"이라고 설명하는 성미씨.

그와 더불어 이번 빅스윔과 콘서트를 준비하는 이들의 설레임과 기대는 매우 크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빅스윔을 마친 후 함덕해수욕장에서 이뤄졌던 환경콘서트. &lt;헤드라인제주&gt;
지난해 빅스윔을 마친 후 함덕해수욕장에서 이뤄졌던 환경콘서트.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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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 2011-08-12 21:03:24 | 211.***.***.215
잘 읽었어요
스스로 준비를 한 노력이 좋아보여요

감동 2011-08-12 13:03:24 | 211.***.***.142
나이 어리신 연출자가 대단하시네요
힘내시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최 기대합니다

기대 2011-08-12 12:31:59 | 59.***.***.23
좋은 생각은 좋은 결과를 낳는 법입니다. 직접적 어필은 아니지만 환경을 어필하는 수영과 콘서트는 지켜본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다시 감동을 받은 사람이 또다른 이에게 전하면서 큰 울림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어린나이의 기획자님 화이팅!

물개 2011-08-12 11:41:27 | 211.***.***.146
음... 이번엔 10킬로 한번이지만 대단한 분일세
기획하신분들의 마음이 더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