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공개'법 통과에, 교육청은 "눈치작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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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공개'법 통과에, 교육청은 "눈치작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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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의무화' 학원법 개정안 국회 통과, 교육청 후속 조치는?
학부모 '정보 갈증 해소' 기대...교육청 "전국 추세보며 공개"

여름방학철을 맞아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보습학원에 보낼 예정이던 학부모 노모씨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원 수강료 정보공개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 사이트에서 각 학원의 총 교습시간과 수강료, 시간당 수강료를 비교해볼 수 있다는 얘기를 이웃으로부터 전해들었기 때문.

꼼꼼히 비교해 적정한 가격 수준의 학원을 찾을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노씨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사이트에는 수강료가 공개되지 않은 학원이 절반이 넘었고, 그나마 공개된 학원도 교재비 등은 알려주지 않았다.

노씨는 "이럴거면 뭣하러 이 사이트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며 사이트를 닫았다.

제주도교육청의 학원비 정보공개 사이트. <헤드라인제주>

제주도교육청은 '학원 수강료 정보공개 사이트(http://jje.go.kr/index.php/contents/util/academy)'를 통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제주도 전역에 위치한 학교교과교습학원, 평생직업교육학원, 교습소의 수강료를 공개하고 있다.

학원명이나 위치, 전화번호 등이 공개돼 있고, 입시.검정 및 보습, 예능, 국제화, 특수교육, 종합 분야 등 학원 분야별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그런데 8월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통틀어 전체 학원의 42% 정도만이 공개됐다. 학원으로부터 '동의서'를 얻어야 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이트에서는 학원비 합계와 시간당 학원비만을 공개하고 있다. 교재비나 모의고사비, 재료비, 급식비, 간식비, 기숙사비 등을 모두 통틀어 '학원비 합계'로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일부 학부모들은 '알 권리' 차원에서 동의서를 내는 학원만이 아닌, 모든 학원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학원비를 책정하는데 가장 큰 변수는 '교재비'인데, 이 부분이 공개되지 않아 학원비를 비교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현길자 참사랑실천학부모회 제주지부장은 "학원마다 특성이 있고, 교재비가 학원별로 우후죽순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을 포함해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원 수강료 정보에 목말라 있는 학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원비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를 통과한 것.

학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감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학원과 교습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습비 등을 학원 종류별, 교습과정별, 지역교육청별 또는 시.군.구별로 분류해 시.도교육청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학원 정보는 학원 또는 교습소의 명칭, 위치, 교습과정, 교습과목, 정원, 교습기간, 교습시간 및 교습비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는 범위까지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학원비 정보의 완전한 공개는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교육청 당국에서는 학원비 100% 공개에 대해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원비 공개에 반발하는 학원 측의 움직임과, 전국 교육청의 추이를 보면서 공개하겠다는 '눈치 작전'을 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공개 의무화가 됐지만 정보를 100% 공개하는 것에는 전국 교육청의 학원 담당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공개하긴 하되, 다른 시.도와 연락을 취하면서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학원법이 통과된 지 불과 열흘 정도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말 이 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 공포가 유력했다는 점에서 후속 대응 마련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으로 정한 '공개 의무화'에 대해 눈치만 보고 있는 교육청 당국의 모습에 학부모들의 '정보 갈증'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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