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출입문, "과학중점학교 만들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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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출입문, "과학중점학교 만들면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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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지원-후 추첨' 고입제도에, 학생 '학교 선택기회' 제한
'과학중점' 지정 학교 "학생 선택권 침해...제도 개선돼야"

여름방학인데도 고입시험 준비에 땀을 흘리고 있는 중학교 3학년 이모군은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 수학.과학 과목을 선호해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내신 성적 관리에 미흡해 원서를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계고등학교에 진학하자니, 그동안 수학.과학에 들여 온 열정과 노력이 아깝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던 중 '과학중점학교'가 있다는 정보를 접한 이군. 과학에 흥미와 관심이 높은 학생을 모집대상으로 하는 과학중점학교는 제주도내에서 대기고와 남녕고, 제주여고가 지정돼 있다.

과학중점학교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입학을 100% 보장받기는 어렵다. 현행 고입 선발제도는 '선(先) 지원-후(後) 추첨'이기 때문.

이처럼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학교 선택권을 침해 당한 학생과, 학생 선발권을 잃은 학교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과학중점학교란?

과학중점학교는 이군과 같이 과학에 흥미와 관심이 높은 학생들을 모집대상으로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정한 학교로, 과학에 대한 심도 깊은 소양 함양을 통해 다양한 미래 환경에 적응 가능한 시민을 양성하는 게 교육목표다.

학교규모는 일반계고와 비슷한 규모지만 과학중점 과정을 2-4학급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경우 수학.과학 교과 이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특별교과를 신설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과학중점학교 교육과정의 수학.과학 비율은 4-50%. 특수목적고등학교인 과학고의 경우 60%에서 많게는 80%까지 편성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높지 않은 비율이다.

그러나 일반고의 비율이 30% 내외라는 점에서 과학중점학교는 일반고보다는 심화되고, 과학고보다는 약간 부족한 수준의 수학.과학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적 소질이 풍부한 학생이 특목고에 지원해 떨어졌을 경우 대안으로 선택해봄직한 게 과학중점학교인 셈이다.

#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IT와 BT 등 첨단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요즘, 과학중점학교가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우선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고입 선발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선(先) 지원-후(後) 추첨으로, 중3 학생이 1지망부터 5지망까지 가고 싶은 학교를 지원하고 나면 추첨을 통해 입학 학교가 결정된다.
이에따라 만약 과학중점학교에 진학을 희망해 1지망으로 원서를 쓴다고 해도, 일부 학생들은 전혀 원하지 않던 다른 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집 바로 옆에 고등학교가 있는데, 추첨에서 잘못 걸려 등교에만 차로 40분이 걸려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 당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부분이다.

학교 측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과학중점학교로서는 입학이 결정된 모든 학생이 소중한 제자이지만, 수학.과학에 관심을 갖고 최초 지원했던 학생이 다른 곳으로 배정되면 안타깝기만 하다.

김창진 대기고 교감은 "대기고가 과학중점학교이지만 일반계고와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받기 때문에 '학생 선택권'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행 고입 선발제도가 학교의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당분간은 바뀌기 힘들 전망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됐다고 해 선발 방식을 따로 정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학생과 학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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