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들였던' 제주항공, "남 줄 죽을 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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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들였던' 제주항공, "남 줄 죽을 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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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4.5% '소액주주' 전락한 제주도, 왜 이렇게 됐나
유상증자 때마다 '멀뚱' ...제주항공 "공공성 견지하겠다"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의 매출실적을 기록하면서 흑자로 돌아선 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은 전년동기실적 664억원에 비해 64.2% 증가한 1090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이익은 전년 마이너스 105억원에 비해 134억원이 증가한 29억원을 기록, 2010년 하반기에 흑자반전한 이후 연속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초 항공사 설립을 주도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어색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지분율이 밑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2005년 설립당시 지분율은 25%였다. 제주도에서 50억원, 애경그룹 계열사인 ARD홀딩스(주)에서 51억원, 애경컨소시엄 49억이 출자됐다.

그러나 지금은 유상증자가 거듭되면서 총 자본금이 1100억원 규모로 늘어나면서 제주도의 지분율은 4.54%로 추락했다. 애경유화, 애경산업, 수원애경역사, 애경개발 등 애경그룹 4개 계열사의 지분은 81.1%에 이른다.

제주항공 법인회사내에서 제주도는 그야말로 '소액 주주'다.

뿐만 아니라 명칭은 '제주항공'이나 '제주도'에서 설립한 항공사라는 이미지도 사라졌다.

최초 '공공성'을 목적으로 출발한 제주항공. 그러나 지금은 제주도의 지분율이 4.5%대로 추락하면서 입지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DB>
더욱이 큰 문제는 제주도의 지분이 약화되면서 자칫 공공성이 약화될 우려를 갖게 한다는 것.

애초 제주항공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정기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과점체제로 인한 잇따른 항공요금 인상에 따라 제주도민의 뭍 나들이를 보다 용이하게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제주도의 입지가 약화됨에 따라 '공공성'도 약화될 개연성이 크다.

물론 설립초기부터 지금까지는 공공성 측면에서 볼 때 제주항공이 기여한 정도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제주기점 노선을 중심으로 한 공급좌석이 크게 확대시키면서 항공좌석난을 그나마 숨통 트이게 했던 점이나, 제주도민과 재외도민에 대한 높은 할인율을 먼저 치고 나가면서 다른 항공사로 하여금 따라오게끔 했던 점 등은 성과로 꼽힌다.

항공요금 인하에 있어서도 제주항공의 역할이 컸다. 저가요금이 제시된 후 잇따라 다른 저가항공사의 설립이 이어졌고, 급기야 대형항공사에서도 저가요금의 독립적 항공사를 만들어 운항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했다.

하지만 소규모에서 '중규모'로 성장한 앞으로 현 시점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설립취지에 맞는 '공공성' 측면을 제주항공에 강제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 제주자치도의 '권한 밖' 궤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제주기점 노선을 중심으로 한 노선보다는 '수익성'이 있는 국제노선에 상당부분 옮겨간 것도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케 한다.

현재 국내선에서는 김포~제주, 부산~제주, 청주~제주 등 3개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반면 국제선 운항노선은 이보다 더 많다. 인천~오사카, 김포~오사카, 제주~오사카, 김포~나고야, 인천~키타큐슈, 인천~방콕, 부산~방콕, 인천~홍콩, 부산~홍콩, 인천~마닐라, 부산~세부 등 국제선에서 4개국 7개 도시 11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국제선 중 제주를 기점으로 하는 노선은 오사카노선 1개가 유일하다.

이번에 매출이 크게 신장한 것은 동남아시아 노선 확대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기항운송사업면허 취득을 통해 국내 3번째 정기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판을 벌였던 제주도는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형국에 처해 있다는 것.

사실상 지분율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애경' 좋은 일 시킨 것"

18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장동훈)의 '2010회계연도 제주도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 심사에서 제기된 '제주항공 문제'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표출된 것이다.

한나라당 하민철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해 제기했다.

하 의원은 제주도의 제주항공  지분율이 크게 추락해 소액주주로 전락한 문제를 거론하며, "장기 투자증권 관리의 주체가 일원화되지 못하고 부서별로 제각각 이뤄지다보니 아예 방치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항공 문제를 따지고 있는 하민철 의원. <헤드라인제주>
그는 "제주항공의 경우 최초 설립당시에만 투자를 하고, 이후 투자된게 없다보니 지금에 와서 보면 제주항공이 애경 것이지 제주도의 것이라고 하기 힘들게 됐다"고 핀잔을 줬다.

또 "없는 살림에 투자를 한다고 하면 수익이 날 수 있는 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제주항공의 경우 50억원을 던져버린 것이고, 결과적으로 애경만 좋은 일 시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우진 제주특별자치도 기획관리실장은 "애경의 증자로 제주도의 지분이 점점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고 동의하면서도, "앞으로 많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렇다할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제주항공측은 '공공성' 측면 만큼은 확실히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의 한 관계자는 이날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비록 제주도의 출자로 공공성을 갖고 출발했지만 그렇다고 만년 적자를 내면서 국내선만을 고집할 수가 없어 국제선 취항 노선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결과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흑자경영을 할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비록 지금은 제주도의 지분이 적어졌으나 공공성 측면을 제일로 삼고 경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역시 이 부분을 견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한 제주항공.

유상증자할 때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결국 소액주주로 전락하면서  '밥상을 차려 갖다 바친'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앞으로도 제주항공의 공공성 측면은 제대로 담보될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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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알아야 2011-07-23 23:59:47 | 183.***.***.83
애경그룹이 제주항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적자를 봤는데, 아직 투자금액의 이자비용도 못 건지고 있다. 공공성 살리려다가 애경그룹 망하면 제주도 니들이 책임 질거야? 몇 년동안 수백억 적자내다가 겨우 흑자전환했다. 그동안 적자난 수백억에 이자비용까지 생각하면 애경그룹은 자선사업한거나 다름없다.

공정성 2011-07-18 19:13:27 | 211.***.***.96
그래도 기사 가장 객관적으로 썼네요
인정할건 하면서 지적해야죠. 감성적으로 지적하는 의원보다 훨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