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시민들..."누구 위한 공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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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시민들..."누구 위한 공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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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리공원 '파크골프장' 논란...무엇이 문제였나?
빼앗긴 공원에 분통 "우리는 갤러리나 하라고?"

넓은 잔디밭에 탁 트인 조명이 일품인 서귀포시 서홍동 칠십리 시(詩)공원. 천지연 폭포와 맞닿아 관광객은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즐겨찾는 지역명소로 유명하다.

그런데, 서귀포시가 최근 이 칠십리 시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 2일 선진국형 공원을 만들기 위해 사업비 2600만원을 투입, 공원 주위를 중심으로 가족단위 생활체육인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약 1만㎡인 공원에 8000㎡의 면적으로 총 9개의 홀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파크골프란 채를 이용해 공을 굴려 지정된 타수 안에 홀컵에 공을 넣는 경기로 골프의 축소판이다.

서귀포시는 "파크골프가 주부와 노인들의 여가와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화목한 가족과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이 될 것"이라고 들뜬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서귀포시의 이상과는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오히려 일부 시민들은 평소에 즐겨찾던 광장을 뺏기게 됐다며 화를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업계획이 발표된지 6일이 지나고 있는 시점이지만 불만은 여전하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빼앗긴 공원..."누구를 위한 공간이냐"

시민들은 평소에 마음 편하게 이용하던 공원을 빼앗긴 것에 대해 억울해 했다. 시공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다면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 원칙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시민들과 이용객들에게 아무런 언급도 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된 사업에 대해 '괘씸죄'까지 적용했다.

파크골프장이 지어질 예정인 서귀포시 칠십리 시공원.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민 최모씨는 지난 3일 서귀포시청 인터넷신문고를 통해 "골프장이 지천인데 왜 골프 안치는 시민들이 놀 수 있는 공간까지 침범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칠십리공원에 나들이 가서 축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비누방울 놀이도 하는데 골프장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갤러리'가 돼야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행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드넓은 잔디광장이 골프장 부지로 보일지 몰라도, 평범한 시민의 눈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지천으로 퍼지는,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비꼬았다.

시민 김모씨도 지난 6일 파크골프장 설립 계획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씨는 "평소에 칠십리 공원을 찾아와 시도 감상하고, 운동도 즐기면서 '이 모습이 서귀포에 사는 즐거움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며 "그런데 골프장을 짓겠다는 것은 어떤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냐"고 힐난했다.

김씨는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서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즐기면서 서귀포에서 살고 있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이 곳에 공고도 하지 않고, 시민의 여론도 청취해 보지 않고 특수층만을 위한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분을 토했다.

# "우리는 갤러리나 되라는 거죠?"

파크골프가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골프라는 종목이 갖고있는 '위화감'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소요되는 비용이며 시간이 만만치 않은 골프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서민에 친숙해야 할 시공원에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시민들의 화를 돋군 것이다.

지난 2일 서귀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단순한 목적'의 잔디광장을 변형시켜 '선진국형' 공원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현재 파크골프는 일본과 호주 하와이 등 선진국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같은 서귀포시의 주장만 봐도 행정 내부적으로도 '파크골프'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이나 앞서가는 나라 정도의 이미지로 파악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앞서 분통을 터뜨렸던 시민 김씨는 "어린 새싹들과 청소년들, 젊음 부모들, 그리고 노인들이 즐겨 찾는 이곳에 특수층을 위한 놀이터로 만들어 특수층만 즐길 수 있게 하려는 생각을 누가 한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신문고에 글을 게재한 최씨가 언급했던 "골프장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갤러리'가 돼야 하느냐"는 항의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는 "파크골프는 골프보다 훨씬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다른 종목"이라고 항변했지만, 시민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제주경마공원에 조성된 파크골프장. <헤드라인제주>

# 파크골프와 게이트볼..."다른게 뭔가요?"

서귀포시의 해명대로 '파크골프'는 '골프'와는 다른 종목이다. 경기장의 면적도 골프에 비해 50분의 1로 작을뿐더러, 사용하는 채도 하나로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포츠다.

한 관계자는 "파크골프는 생활체육으로 골프장과 같이 운동시간의 부킹도 필요없고 골프채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며 파크골프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자의 설명을 그대로 종합하면 '파크골프' 게임의 특성은 '게이트볼'과 별다를게 없다.

게이트볼은 하나의 채를 이용해 공을 굴려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을 겨루는 스포츠다. 파크골프는 채를 이용해 공을 굴려 홀컵에 넣는 스포츠다.

다른점은 공의 최종 목적지가 게이트이거나 홀컵이라는 차이 뿐이다. 그 외의 차이점을 꼽아보면 게이트볼의 경우 실내나 클레이 위에 경기장을 만들고, 파크골프는 잔디위에 경기장을 만든다는 정도다.

이에 대해서는 서귀포시 관계자도 뚜렷한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했다.

인근에 위치한 걸매생태공원 옆에 게이트볼장이 있고 시공원 입구에도 그라운드 골프장이 있어 언제라도 이용이 가능한데, 굳이 게이트볼장 개념의 시설을 또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 서귀포시 "골프와는 다른 개념...잔디 훼손도 문제없어"

시민들의 분노에 서귀포시 스포츠지원과 관계자는 "골프와 파크골프는 개념이 다른 스포츠"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골프 같은 경우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골프채의 갯수도 많아 일반적으로 즐기기 어렵지만 하나의 채를 갖고 좁은 공간에서 하는 파크골프는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선진국이나 육지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며 "일부 시민들이 반대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했다는 사업과 관련해 "경기장 선을 표시하고, 홀컵을 만들고, 티샷 시설을 갖추는 것일 뿐 기존에 있던 잔디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잔디밭도 좋지만 다목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며 "골프장으로 사용하지 않을때면 홀컵을 막아두면 예전처럼 잔디밭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원 주위에서는 파크골프를 즐기고, 중간에서는 아이들이 뛰놀면 좋지 않겠나"라며 "시민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같은 경우 골프장 시설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서귀포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서귀포시가 설명한 내용들은 이미 시민들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공원의 절반이 넘는 곳에 골프장 선이 그어지고, 이용객들도 찾아오면 골프장으로 쓰이는 것과 다를게 무어냐"며 맞서고 있다.

서귀포시도 기껏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업을 무르기에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동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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