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주민들..."이게 무슨 '공동' 시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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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주민들..."이게 무슨 '공동' 시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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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 왜 주민들이 화났을까?
주민들 "누구를 위한 사업인데?"...제주시 "사업 반발 이해안돼"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조성되고 있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을 두고 행정과 지역주민들간의 진통을 겪고있다.

지역주민들은 공동자원화 시설의 성격상 '공동'이라는 타이틀의 취지가 무색할 뿐만 아니라, 마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사업을 끌고 나가려는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사업의 주체인 제주시는 주민들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고,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텐데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

제주시는 옛 탐라종돈장 터인 구좌읍 세화리 소재 양돈축협 부지에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 공사에 착공했다.

투입되는 사업비는 30억원으로 80%는 국비로, 20%는 사업자 부담이다. 오는 8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골조건축이 진행 중에 있다.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이란 일대 양축농가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한데 모아다가 액상비료나 퇴비로 전환시키는 시설을 말한다. 제주시는 시설이 완공되면 하루에 약 100톤의 가축분뇨를 자원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수거된 가축분뇨는 액비와 퇴비로 나뉘어져 비료로 만들어진다. 액비 70%, 퇴비 30% 정도로 나뉘어지며 퇴비는 톱밥과 섞어서 유기질 비료로 유통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원래 종돈장이 있던 농가에서 발생한 악취민원도 줄일 수 있고, 지역 주민들에게 싼 값에 비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업 계획은 설명하고 있다.

# "'공동'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퇴색된 취지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 마을에는 "주민 동의없는 공동자원화 시설 중단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사업에 반발하고 있다.

왜 주민들은 이 사업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것일까.

주민들은 4번의 사업설명회를 거쳤지만 '공동'이라고 명명된 사업타이틀이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김승균 세화리장은 "'공동'이라는 것은 다같이 쓸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시설이라는 뜻인데, 지금 시행되고 있는 사업은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 아닌 해당사업체를 위한 사업이다"라고 비난했다.

김 이장은 "가장 큰 문제는 자원화 시설이 양돈축협 부지 내에 설치되기 때문에 마을이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양돈축협 부지내에 시설이 설치된다면 주민들이 마음껏 해당 시설에 드나들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우려다. 또 지역에서 해당 시설에 대한 민원이 발생한다한들 사업체의 범위내에 있는 시설은 어떻게 건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김 이장은 "당장에 이번 구제역 파동 같은 경우만 봐도 축협은 마찬가지고 모든 농가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했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양돈축협 측에서 지역주민들을 들여보내 주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시설물이라는 것은 낡아지기 마련인데 당장에는 문제가 없어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5년후, 10년후 시설이 낡아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따지며 "그때가 되서 마을이 이에 대해 관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점도 지역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시설물이 들어서기에 앞서 지난해 세화리 마을총회에서는 공동자원화 시설 설치가 부결됐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시설물 설치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세화리 주민들은 사업을 추진하려거든 제주시가 따로 부지를 매입해서 자원공동화 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별다른 설명이나 공지도 없이 갑작스레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들로부터 '괘씸죄'를 사게 된 경위다.

# 제주시 "주민 위한 설치인데 왜 반대하는지..."

이 같은 세화리의 반발에 제주시는 "주민들을 위해 고생해서 추진한 사업인데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경원 제주시 축산과장은 "악취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비료값도 훨씬 저렴해질 것"이라며 "이미 비슷한 시설이 3군데나 설치돼 있는 한림읍 지역이나 애월읍 지역만 해도 서로 자기네 동네에 설치해달라고 하는데, 유독 세화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예전에 있던 탐라종돈장의 경우 시설이 낡아도 사업자 스스로 고칠만한 형편이 되지 않아 악취민원이 발생해도 별다른 방도가 없었지만, 지난해 양돈축협이 해당 부지를 매입했고, 이를 통해 자원공동화 시설까지 설치되면 서로 좋은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주민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자원공동화 시설이 양돈축협 부지내에 설치되도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별도로 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체인 양돈축협과 관계없이 공동화 시설에 들어올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과장은 주민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김 과장은 "따로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예산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이미 설치할 수 있는 땅이 있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곳에 땅을 산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시설이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소요되는 물류비도 만만치 않게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 "울타리 설치한다? 언제 그랬는데?"

제주시의 설명과는 달리 세화리는 울타리 설치건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김승균 이장은 "주민설명회를 하면서도 울타리를 설치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끔 만들어주겠다는 설명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이장은 "갑자기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주민들은 그런 설명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런 태도조차 확고히 하지 못한 제주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김 이장은 "하루 10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하절기 축협 자체적으로 수거하는 분뇨만 80톤이 넘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제대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공동'이라는 타이틀은 허울뿐"이라며 "개인 사업장 부풀려주기식 사업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김 이장은 "이러저러한 사정을 다 떠나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임의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 주민들은 세화리 지역내에 현수막을 걸고 반대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2일에는 제주시청을 방문, 오홍식 제주시 부시장과 면담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

엇갈린 접점을 찾을 방도는 무엇일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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