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15년..."도대체 바뀐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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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15년..."도대체 바뀐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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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탁 전 지사가 말하는 제주...개발정책-편가르기 '여전'
과거 틀 벗어던져야..."안일한 공무원 개인개발 힘쓰라"

"공무원 편가르기, 개발정책, 15년 전의 제주와 지금의 제주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달라진 것이 없다면 상당한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방자치단체장이 관선에서 국민이 직접 뽑는 민선으로 바뀐 1995년. 전직 제주도지사가 선거에 뛰어들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제주의 수장은 하루아침에 공석이 됐다.

도지사뿐만이 아니었다. 각 지역 시장, 군수 등 모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행정의 공백은 필연적으로 따라왔다. 공직사회를 포함한 제주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김문탁 전 제주도지사는 이에 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1995년 3월 제주도지사로 임명됐다. 간부후보 16기로 경찰에 들어온 뒤 서울북부경찰서장, 중앙경찰학교장 등을 지내며 잘나가던 경찰 생활을 뒤로하고 내린 결정이다.

김문탁 전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제주포럼C는27일 '선배에게 길을 묻다'를 열고 김문탁 전 제주지사를 대담자로 초청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포럼C(상임공동대표 고희범)는 27일 오후 7시 제주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1부 선배에게 길을묻다'의 두번째 대담자로 김 전 지사를 초청했다.

김 전 지사는 3개월 남짓이었던 짧은 지사직 수행기간 동안 몸소 겪었던 제주사회의 문제, 그리고 현 시점에까지 반복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견해를 거침없이 이어나갔다.

# "선거전, 공무원 패 갈리며 문란해진 제주사회"

김 전 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지사직을 수행한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무엇이 바뀌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15년전 제주의 문제가 지금의 문제점이고, 그때의 방향이 지금의 방향이라면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되짚었다.

첫 민선 제주도정이 들어선 1995년 제주사회의 화두는 공직사회의 양분이었다. 당시 도지사 후보였던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팽팽히 맞서며 세를 넓히고 있었다.

김 전 지사는 "선거에 우 지사와 신 전 지사가 나오며 사활이 걸린 공무원들은 패가 갈렸다"면서 "행정공백은 자연스럽게 생겼고, 이것이 결국 그동안 추진해오던 사업까지 문란하게 만들면서 도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전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왜 나를 제주도로 보냈을까 곰곰하게 생각해보면 정답은 하나였다. 서울시에서 경찰서장 등을 지내며 선거사회의 문제를 잘 파악한 경찰 출신을 제주지사로 보낸 것"이라며 "당시 지사를 맡으면서 선거를 무난하게 치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고 회고했다.

김 전 지사는 "선거의 태풍으로 인해 공무원과 민간인들이 선거사범으로 몰리는 일이 많았다"며 "매일 위험요소가 있는 공무원들과 부시장, 부군수들을 만나며 '선거 공정히 하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공무원 편가르기 같은 문제는 인간사회다보니 없을 수는 없지만, 문제가 커져서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해버리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피력했다.

# "공무원 줄 서기 행태...자기 능력개발 부족 때문"

모두발언을 통해서는 주로 당시의 선거행태를 회고한 김 전지사는 질의시간에서 선거에 대한 공직사회의 대처방안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직사회 편가르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공무원들의 능력개발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지사는 "공무원들이 능력이 출중하고 전문화돼 있어 '이 자리는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확고한 위치를 만들어 놓는다면 굳이 줄을 설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김문탁 전 지사에게 질문하는 고희범 제주포럼C 상임공동대표. <헤드라인제주>
'선배에게 길을 묻다' 참석자들. <헤드라인제주>

그는 "부임한 지사가 이 사람을 자리에서 빼내면 본인이 손해를 보게 되는에 어떻게 함부로 빼겠느냐"라면서 "결국 개인의 능력문제다. 사무관 정도되면 관리자인데 그때부터 자기만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기회를 주는 최고책임자의 의식 개선도 지적했다. 김 전 지사는 "공무원의 능력이 뛰어나도 기회를 주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부하직원의 능력을 발휘시키는 것도 최고 책임자의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또 그는 "중앙부처에서는 일을 못하면 부산으로도 보낼 수 있고 제주도로도 보낼 수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아무리 일을 못해봐야 서귀포라는 인식이 박혀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생각이 공무원들의 능동적이고 의욕적인 공직활동을 저해하고 안일한 생각에 빠지게 한다는 뜻이다.

# "무작정 개발주의도 그대로...제주도에 남는 것은?"

그는 "지사직을 맡을 당시 WTO와 우루과이 라운드 등으로 민심이 흉흉했었다"며 "특히 농민의 비중이 많은 제주의 경우 수입이 자유화되면 더욱 문제는 심각해질 판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전 지사는 "정부의 생각은 어떻게하면 제주도를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까만을 고민했지만 제주도민들은 당장에 먹고사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방향이 틀린 것"이라며 "이 문제는 현재도 비슷해 마찰을 빚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문탁 전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27일 김문탁 전 지사를 대담자로 초청한 '선배에게 길을 묻다'. <헤드라인제주>

개발정책과 관련해 김 전 지사는 "제주도는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사람도 없고, 재원도 없었다"며 "특히 중앙정부가 지원해주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도민들이 개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였다"고 말한 김 전 지사는 "개발하면 이익이 제주도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대부분의 이익은 중앙 정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육지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호텔에 묵었다가 골프한번 치고 돌아가면 제주도에 떨어지는 것은 무엇이냐? 쓰레기밖에 안떨어진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때 당시만해도 제주가 천혜의 자연을 갖고있다는 말만했지 자연환경의 심각성을 모를때였다"고 설명한 김 전 지사는 "15년이 지났지만 대기업이 제주지역에서 개발을 유치하는 것을 보면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과거의 틀 과감히 벗어 던지는 것이 과제

바뀌지 않은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김 전 지사는 "15년전 제주의 인구는 52만이었다"며 "제주도가 발전하면서 100만인구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까지 60만명도 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역내 인력을 육성해도 붙잡을 수 있는 수용태세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훌륭한 인적자원을 모두 육지부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는 "과거의 틀을 어떻게 과감히 벗어 던지느냐가 우리에게 놓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과감히 변경해야 한다' 까지 밖에 말을 못하고 있지만 이제 어떻게 변경시켜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한다"며 "장차 제주를 위해 활동할 분들은 변혁의 단계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주도의 변혁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제주도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전략.핵심산업이 무엇인가, 20년 30년후의 미래산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면 3성장군은 전쟁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 것인가를 고민하고 4성장군은 이 전쟁이 끝난 직후에 이기면 어떻게 할것인가, 지면 어떻게 할것인가를 봐야한다"며 근시안적인 관점을 경계했다.

김 전 지사는 "지도자는 단기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10년후, 20년후를 봐야하는데, 지금같이 선거를 치르기 위해 단기전으로 해결보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학, 사회단체, 연구소 등과 함께 사회변동을 예측하고 거기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제주포럼C는 다음달 4일 김태환 전 지사를 대담자로 초청한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포럼C는27일 '선배에게 길을 묻다'를 열고 김문탁 전 제주지사를 대담자로 초청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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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sia 2011-09-08 17:38:12 | 120.***.***.250
Heckuva good job. I sure aprpectai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