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조생양파'의 추락, "왜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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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조생양파'의 추락, "왜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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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조생양파 값이 갑자기 폭락한 이유는?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양파농사를 짓고 있는 A씨. 올해는 아예 수확 자체를 포기했다.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을 것이라던 제주산 조생양파의 가격이 당초 전망을 무색케하며 급락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조생양파의 재고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팔리지도 못할 형국이라 수확했다가는 인건비 때문에 오히려 손해볼 수도 있다는 손익계산이 나왔다. 결국 한해 농사는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렸다.

산지 양파생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유통시장에서 조생양파는 kg당 400원 안팎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kg당 1500원 수준으로 취급되던 조생양파는 단 한해만에 헐값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6일 제주도의회에 보고한 자료만 보더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에 따르면 15kg을 기준으로 해 4월22일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8115원.

지난해 같은시기 1만1820원과 단순 비교하더라도 지난해의 69%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저장양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4월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9533원.

지난해 3만4080원과 비교할 때에는 72%가 하락했다. 평년가격(1만1124원)과 비교해서도 14%가 떨어졌다.

내.외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며 농가의 시름은 한 없이 깊어지고 있다.

# 유통묶이며 가격 급락...구제역 여파까지

현재 제주시 서부지역 애월읍과 서귀포시 서부지역인 대정읍을 중심으로 키워지는 조생양파.

조생양파의 경우 저장성이 없다. 상온에서든 냉장 창고에서든 며칠만 지나면 바로 썪어버린다. 다음달 중순부터 중만생종 양파가 풀리기 시작하면 조생양파를 구입할 메리트가 전혀 없어지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 요인으로 이상기온이 발생한 것과 상인들이 양파 물량을 묶어놓았다는 점, 구제역 여파 등이 꼽히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작년 이상기온에 따른 채소의 가격상승과 함께 3월까지 이어진 폭설 등의 이상기후로 인한 가격 상승 기대심리로 산지유통인과 저장 상인이 양파 저장물량을 제때 방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이상기후로 인해 적정한 물량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양파를 저장해 놓았던 상인들이 뒤늦게 양파를 풀면서 가격이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구제역의 여파는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채소 농가에도 고스란히 이전됐다. 고기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쌈채류로 이용되던 양파의 소비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한농연 관계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에게 냉장 창고를 만들어 준 것이 되려 지금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채소가격 폭락은 대물림? "반복될 우려 높다"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9년과 지난해 양파값이 좋게 형성되자 많은 밭작물 농가들이 너도나도 조생양파 묘종을 심으면서 공급이 과잉된 점이 크다.

이상기후로 인해 물량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라던 상인들의 예상은 이 때문에 빗나갔다. 지난해 들이닥친 폭설과 한파에도 올해 조생양파의 공급량은 오히려 늘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저장양파와 수입양파가 일시에 출하되면서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을 제어해줄 만한 주체가 없다는데서 여전히 걱정을 낳고있다. 채소가격의 상승에 따라 농업인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 대물림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 경제 전문가는 "양파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2-3년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라며 "양파 뿐만 아니라 지난해 양배추값을 보고 뛰어든 농가들로 인해 2-3년새에 양배추 값도 폭락하게 될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키위 등의 밭작물도 비슷한 처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뒤늦게 제주도의회도 제주도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뾰족한 결론은 없었다. 앞으로 저장양파가 소진되면 출하조절을 통해 가격이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밝히는 수준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조생양파가 4월을 중심으로 해 단기간 내에 출하되는 작목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제서야 출하조절을 통해 가격회복을 꾀하겠다는 대책 발표도 어줍기만 하다.

현실이 돼버린 조생양파 가격 급락.

뾰족한 수 없이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는데 농민들의 가슴은 더욱 타 들어가게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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