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내 과속 차량에 '식겁', "단속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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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내 과속 차량에 '식겁', "단속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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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08개교, 무인 단속장비는 11대 불과
경찰 "중앙 지원 없는 한, 추가설치는 어렵다"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 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학교 앞을 지나던 중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에 하마터면 사고를 당할뻔 했다.

그 곳은 차량의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었다. 스쿨존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있었지만,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감시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박 씨는 "스쿨존에서 과속하면 처벌이 강화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작 감시할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한달을 어린이 보호구역 내 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집중단속 기간으로 설정해 단속에 나섰다.

단속 결과, 한달 사이 스쿨존에서 법규를 위반한 차량은 모두 971대가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659건보다 47.3% 증가한 수치다.

그 중에서도 스쿨존 내 규정 속도를 위반한 경우가 84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행 법상 스쿨존은 곳에 따라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30km에서 50km로 제한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부터 스쿨존에서의 교통법규 위반 시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범칙금과 벌점을 2배로 올렸고, 최고 면허정지까지도 조치하도록 했다.

이처럼 스쿨존에서의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수의 운전자들이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운전자들의 의식 문제일 수도 있으나, 더 큰 문제는 스쿨존 내 과속을 단속할 수 있는 무인 단속장비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무인 과속 단속장비가 설치된 제주영지학교 인근 도로.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내 H초등학교에는 무인 과속 단속장비 대신 방범용 CCTV만이 설치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7일 제주시내 초등학교 3곳을 확인한 결과, 과속을 단속하는 장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나가는 차량의 정보를 수집하는 방범용 CCTV만이 설치돼 있었다.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아침에 어머니회나 경찰에서 등교 지도할 때 빼고는 차들이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 것 같다"면서, "사고날 뻔한 적도 몇번 봤다"고 전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도내 스쿨존에 설치된 고정식 무인 과속 단속장비는 모두 11대. 반면 초등학교 수는 108개교에 달한다. 11개교의 초등학생들만이 과속 차량의 위협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장비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경찰은 이동식 단속장비를 이용, 직접 현장 단속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달 집중단속 기간 현장 단속을 통해 160건의 법규 위반이 적발됐다.

하지만 고정식 단속장비가 설치된 11개교를 제외한 97개교를 모두 단속하기에는 경찰 인력 운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정식 단속장비 추가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장비 설치를 원한다고 해서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예산의 문제도 따른다"며 "중앙에서 장비가 많이 지원되지 않는 한 증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스쿨존에 대한 처벌을 무작정 강화하기 보다는, 무인 단속장비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절충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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