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심는' 원예치료..."예쁜 딸 생각하며 꾸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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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심는' 원예치료..."예쁜 딸 생각하며 꾸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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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체장애인 여성들의 '봄맞이'..."내가만든 화분 어때요?"
오감 만족시키는 '원예치료', "미세근육 활용 치료효과 뛰어나"

"예쁜 꽃을 보니 우리 세 공주님이 생각나더라고요. 딸들도 이 꽃이 자라는 것 처럼 예쁜 꿈을 꾸며 자랐으면 좋겠네요."

모처럼 화사한 봄날, 포근한 날씨보다 더욱 화사한 이들이 한데 모여 손수 가꾼 정원을 뽐냈다. '원예치료'라는 목적으로 심은 작은 꽃이었지만, 그들은 꽃보다 꿈을 심고 있었다.

원예치료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화분을 심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원예치료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화분을 심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 지체장애인협회 여성부는 19일 오후 2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다목적실에서 3월 분기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60여명의 회원들은 '원예체험 프로그램'을 갖고, 저마다 자그마한 화단을 가꿨다.

메인 타이틀은 '분기회의'였으나, 원예체험에 앞서 안건이 일사천리로 넘어가는 것을 보니 앞에 놓인 꽃을 바라보며 봄처녀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있는 듯 했다.

짧은 임원소개와 각 팀별 분기보고를 간단하게 마치고 회원들은 곧 손을 걷어 부쳤다.

원예치료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화분을 심고있다. <헤드라인제주>
# 원예치료 효과..."오감을 만족시켜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원예활동이지만 그저 꽃을 심기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 과정속에 치료효과가 녹아들어 있다.

원예치료란 식물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의 원예활동을 통해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신체적 적응력을 기르는 활동을 의미한다. 영적, 정신적인 치유와 신체적인 치유까지 동시에 가능한 치료법이다.

꽃을 보면서 심적인 안정을 얻을뿐더러, 꽃을 심는 과정중에 미세근육과 손의 기민성, 작업 수행력이 향상된다. 또 서로를 도와가며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인식증대와 판단력, 의사결정력을 높이게 된다.

끝날 무렵 자신이 만든 화분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발표를 유도해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과정까지 더하면 더할 나위 없는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 장애인 재활치료 중에는 미세 근육을 사용하기 위해 몇 시간동안 악력기를 쥐어야 하는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원예치료를 통해서는 굳이 하고싶지 않은 악력기를 갖고 끙끙거릴 필요가 없다. 전정용 손가위와 스프레이 분무기는 그 자체가 악력기 역할을 대체해 준다.

강사로 나선 임대진씨가 화분조성 방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원예치료 강사로 나선 임대진씨. <헤드라인제주>
또 원예치료는 오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치료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며 시각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흙을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촉각의 만족을 얻는다.

향긋한 풀 내음을 맡음과 동시에 '사르르'하며 흙이 쌓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거기다 심어 놓은 꽃잎 한 장을 따다가 식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어 오감을 충족시킨다.

# 꽃기린의 꽃말...'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각자의 테이블에는 3~4가지의 꽃들이 준비돼 있었다. 이날 심은 꽃들은 꽃말 하나하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꽃이 솟아오른 모양이 기린을 닮아 이름 지어진 '꽃기린'. 잎이 말라서 탁해지면 가시로 변하는 꽃기린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 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저마다 아픔 없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여성장애인들에게 와닿는 꽃말의 의미는 남달랐다.

바위솔의 친척뻘쯤 되는 '벨루스', 연꽃을 닮아 '미려연'이라고도 불리는 이 꽃의 꽃말은 '가사의 근면함'이다. 대부분 주부들인 터라 "꽃말이 왜이래"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화분을 만든 후 각자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여성부는 19일 3월 분기회의 중 원예프로그램을 가졌다. <헤드라인제주>
또 하나의 꽃은 오각형 별모양의 꽃이 피는 덩굴성 다년초인 '호야'였다. 호야의 꽃말은 '귀여운 사랑'또는 아름다운 사랑'을 의미한다.

한 참가자는 "고난의 깊이를 이겨내고, 근면하면 아름다운 사랑을 얻을 수 있겠다는 뜻"이라며 강사 선생님을 대신해 명쾌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강사로 나선 임대진씨로부터 꽃말 설명과 더불어 화분을 쌓는 법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고, 자리한 이들은 한 단어라도 놓칠새라 꼼꼼히 받아적었다.

# "커가는 화분을 보며 우리아들 마음도 컸으면 해요"

막상 화분을 직접 심어보는 것은 회원들 대부분 처음이었다. 다소 서툰 손놀림으로 흙을 꾹꾹 눌러담았다.

같은 재료지만 누구의 손을 거치냐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누군가는 빨간 꽃기린을 가운데다 심어놨고, 또 누군가는 굵직한 호야를 중심으로 화분을 만들었다.

돌이나 숯 등으로 데코를 가미하니 더욱 근사한 작품이 탄생했다. 다리가 불편한 이들을 위해 조금은 거동이 수월한 회원들이 직접 흙을 나르며 서로를 도왔다.

강숙민씨(52)는 "수박이나 참외야 맨날 심지만, 이 나이 먹도록 꽃을 직접 심어보기는 처음"이라며 "다른 미사여구도 필요없고 한마디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유독 눈에 띈 청일점 전상덕씨(60)도 아내 고혜숙(59)씨와 만든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근사하지 않느냐"며 손수 만든 화분을 자랑했다.

강사로 나선 임대진씨가 화분조성 방법 시범을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화분. <헤드라인제주>
조금 일찍 작품을 마무리한 회원들은 옆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예쁘네~ 그 숯은 어디서 난거야?"라는 등 약간의 시샘이 담긴(?) 칭찬을 이어갔다.

화분을 심고나서 각자가 만든 작품의 이름을 지었다. '아름답다', '생각하는 정원', '나의 화단', '이쁜이' 등 개성넘치는 이름이 지어졌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낸 화분의 이름은 '세자매의 꿈'이다. 김연심씨는 "예쁜 꽃을 보니 우리 세 딸이 생각났다"며 "우리 딸들의 꿈을 생각하며 화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들의 방에 화분을 장식하려고 한다는 이영림씨(52)는 "커가는 화분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도 함께 커갔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녀가 만든 화분의 이름은 '성숙의 의미'였다.

이날 원예프로그램의 강사를 맡은 임대진씨는 "원예치료의 효과는 현재 알려진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여성이나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남성, 어린이, 노인 등 누구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그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며 "가능한 범위내에 원예치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만의 화분'으로 봄을 만끽한 60여명의 회원들은 이날 심어놓은 꿈을 서서히 키워나가게 된다. <헤드라인제주>

화분을 만든 후 각자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헤드라인제주>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화분. &lt;헤드라인제주&gt;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화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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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 2011-04-10 23:05:13 | 112.***.***.200
좋은 시간이었어요...다시 보니 넘 좋네요.. 지체장애여성부에 관심갖고 보도해주는 헤드라인에 감사드립니다

고윤옥 2011-03-29 22:59:26 | 122.***.***.245
그날 원예치료하면서 정말즐거웠고 행복한 마음이가득했었는데 이렇게 헤드라인을 통해 자세히 다시보니 정말좋네요 강사님이 꽃말을가르쳐줄때 기억해야지했만 잊어버려 아쉬웠는데 꽃말을 써주니 참 좋네요.저는 그날만든 화분에다 행복바이러스정원이란 이름을 주고 그 정원을 보는 사람마다 행복바이러스가 옮아갈거라 믿습니다 ^ ^*

박덕배 어린이 2011-03-22 15:46:25 | 211.***.***.89
역시 헤드라인의 보배...박성우 기자..

김성호 2011-03-21 09:50:27 | 124.***.***.47
더무 보기가 좋고 갖고 싶네요 가족과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남자도 하면 안돼나요
나도 하고 싶은데
다으 기회에 같이 할수 있으면.......

함께걸음 2011-03-20 17:44:26 | 112.***.***.176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보니 너무 좋네요...저도 참여했는데 즐거웠어요
스스로 커가는 여성부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편집국 2011-03-20 14:19:15 | 121.***.***.114
네 수정했습니다. 헤드라인제주에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제보와 취재 협조 부탁드립니다.

임대진 2011-03-20 13:46:35 | 112.***.***.237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기사 잘보고 있구요 근데 인원이 60여명 가까이 참여 했는데 기사에는 40명으로 잘못 나갔네요, 모든 회원님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감동받았답니다~수정이 가능하면 수정 부탁드립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