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 차량에 '화들짝'..."파란불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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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쌩' 차량에 '화들짝'..."파란불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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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쿨존 '노란신호' 냅다 달리는 차량들...해결책은?
보행신호 변환 "2~3초만 여유두면 안되나요?"

9일 제주시 이도2동 소재 남광초등학교 인근도로의 어린이 보호구역. 저만치서 달려오던 한 SUV 차량은 노란신호를 보고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려는 찰나 운전자도 아차 싶었는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관성을 이기지 못한 차량은 빨간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횡단보도 위를 쏜살같이 지나쳤다.

이 차량이 1차선을 지나칠 무렵에는 이미 보행신호의 파란불이 들어와 있었고, 하굣길의 어린이들은 횡단보도 위에 발을 내디딘 후였다.

불과 1~2초새에 일어난 일이지만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차량신호의 빨간불이 들어오자 막바로 보행신호 파란불이 켜지면서 교차된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호가 바뀜에 따라 급하게 멈춰서며 횡단보도위에 올라선 차량. <헤드라인제주>

# 스쿨존 교통법규 위반 강력 단속, 하지만...

올해부터 어린이보호구역내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제가 가해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일반도로보다 최고 2배의 벌점과 범칙금이 주어진다.

어린이보호구역내 차량속도의 제한은 시속 30km로 이를 어길시에는 상당한 패널티를 받게된다.

시속 31km에서 50km로 달리다 적발되면 벌점 15점에 범칙금 8만원이 부과되고, 51km에서 70km로 운행하다 적발됐을 경우 벌점 30점에 범칙금 14만원이 부과된다.

만일 시속 70km 이상으로 내달리다 적발되면 벌점 60점에 범칙금 20만원이 부과된다. 벌점 40점부터는 면허정지 요건에 해당되므로 주의를 요하지 않으면 큰 불이익을 당할수도 있다.

하지만 관행처럼 굳어진 운전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 여전히 스쿨존에서는 위와 같은 장면이 종종 연출되고는 한다.

특히 '노란불은 빨리 지나가라는 신호'라는 우스갯 소리가 사회적인 통념처럼 비쳐지는 현재의 운전문화에서는 더욱 큰 고민거리를 안긴다.

신호가 바뀌자 어린이들이 횡단보도위를 달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혼잡한 남광초등학교 일대 교통상황. <헤드라인제주>

# 보행신호 들어오자 전속력 '스타트'

어린이보호구역은 차량도 차량이지만 어린이들의 행동에 더 큰 위험성이 상존한다.

이날 초등학교 앞을 지나던 어린이들로부터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종종 목격됐다.

서로 장난을 치다가 파란 보행신호가 들어오자마자 횡단보도를 냅다 달리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하면, 파란 보행신호가 깜빡거리면서 곧 신호가 끝남을 알려도 빨리 건너려고 뛰어오는 어린이들도 보여졌다.

또 손에 쥔 휴대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느긋하게 걷다가 신호가 바뀐 것을 모르고 화들짝 놀라는 어린이도 목격됐다.

학교앞에서 자녀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던 학부모 오지선씨는 "매번 차를 잘 보고 건너라고 말해도 찻길을 건너는 것을 보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학부모 이향애씨도 도로를 가리키며 "차 달리는 것을 보라"면서 "요즘 세상이 마중을 안나오려해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건입동 동초등학교 앞.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차량이 달리려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신호가 바뀌려하자 어린이들이 급하게 달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신호변환 2~3초만 버텨주면 안되나요?

사회적 관행이 순간에 바뀔 수 없다면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중 처벌에 관련된 교통법규를 강화한 것도 좋은 취지겠지만 이를 더욱 보완해 교통신호체계를 여유를 두고 전환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 어린이보호구역을 막론하고 모든 도로의 횡단보도는 약 1~2초 사이에 신호가 변환된다. 즉, 차량신호의 빨간불이 들어온 이후 1~2초 안에 보행신호의 파란불이 들어오는 것.

스쿨존으로 운영되고 있는 남광초등학교 앞의 횡단보도와 건입동 동초등학교, 삼도2동의 남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는 모두 1~2초의 텀을 두고 신호가 변환됐다.

여유를 둔다고는 하지만 1~2초의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눈여겨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신호가 변환되는데 느껴지는 체감시간은 더욱 짧다.

현재 제주시 중앙로타리나 제주시청 인근도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신호는 2초에서 많게는 3초까지 버티다 보행신호가 켜지고 있다.

모든 도로에 대해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면 적어도 어린이보호구역만이라도 여유를 두는 것이 어떠냐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제주시 남광초등학교 하굣길. <헤드라인제주>

# "어린이 교통사고 70%가 갑자기 뛰쳐나오면서 발생"

도로교통안전공단의 현병주 교수는 "실제로 어린이 교통사고의 70%가 갑자기 뛰쳐나오는 경우에 발생한다"며 신호전환의 여유를 두자는 의견에 동의의 뜻을 표했다.

현 교수는 "지금도 어느정도 여유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짧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면서 "어린이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신호와 보행신호 간격은 인근의 제어기를 조작하면 쉽게 조절이 가능하다"며 "어린이나 노약자, 장애인들이 있는 곳 등 주 보행자를 파악해 신호체계를 변환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현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보행교육을 실시할 때마다 신호가 바뀌어도 반드시 차량을 보고 건너라고는 하고 있지만,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눈길을 돌린 이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높아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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