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대합실의 '망부석'..."으앙~할머니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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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대합실의 '망부석'..."으앙~할머니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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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설 연휴 귀경객 배웅..."다음 명절 기다려야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헤어짐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감출 길은 없었다. 떠나는 이들과 떠나보내는 이들까지 아쉽기는 매한가지였다.

긴듯 짧았던 설 연휴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고, 다시 각자의 터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으로 5일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은 분주했다.

일찌감치 떠날 채비를 마친 이들로 인해 시끌벅적한 대합실. "벌써 시간이 다 됐네"라고 되뇌이면서도 한마디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려는 석별의 정까지 얹혀졌다.

아들 내외를 배웅하는 시민. <헤드라인제주>
떠나는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떠나는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고유봉씨(58)는 아빠에게 안긴채 뒤돌아보며 연신 손을 흔드는 손녀의 모습에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보안검색대의 줄이 꽤 길었지만 아들 내외와 손녀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한참을 더 서있었다.

고씨는 "혜연이(손녀)가 벌써 4살이 됐지만 해마다 명절을 지내면서도 이제까지 서너번 정도밖에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못 보던 사이에 부쩍 자란 손녀딸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낸다면 참 좋을텐데..."라며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고씨 외에도 이날 공항을 찾은 많은 이들이 떠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흡사 망부석마냥 미동도 않고 '혹여나 한번 뒤돌아보지 않을까'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 어린이가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서러웠는지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아들 내외를 배웅하는 가족. <헤드라인제주>

반면, 아쉬움의 의미는 똑같았지만 급하게 자리를 떠나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설 연휴를 맞아 내려오셨던 장모님을 배웅한 김성우씨(27)는 임신한 딸 내외의 살림살이가 걱정돼 찾아오신 장모의 걱정을 다 덜어드리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보다 딸 은별이(4)가 훨씬 아쉬웠던 모양이였다. "할머니 가지마~"라며 칭얼대던 은별이는 끝내 '뻥'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우렁찬 울음소리에 주위의 시선이 모이자 당황한 부부는 우는 딸을 끌어안고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갔다. 서러운듯 울어대는 딸에게 이별인사는 짧을수록 좋았던 탓이었다.

휴가 복귀하는 아들을 한참동안 바라본 어머니. <헤드라인제주>

군으로 휴가 복귀하는 아들을 배웅하러 온 강미순(46)씨. "갈께" 한마디를 던지고 뒤 한번 안돌아보는 무심한 아들이지만 뒷모습을 바라보는 모정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 적응도 잘 한것 같고 말년이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면서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복무연장을 신청해 6개월간 더 근무해야한다는 아들을 다시 군으로 떠나보낸 강씨는 아들이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디딜때까지 인사를 나눈 자리에 서 있었다.

짧은 연휴. 환한 미소로 이별을 나눈 그들은 벌써 다음 명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이날 144편의 항공기를 통해 2만7000여명의 관광객과 귀경객이 제주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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