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춤에 어깨 '덩실덩실'...다국음식요리, "맛있네"
닷새 간의 설 연휴가 중반에 접어든 4일. 추위가 한층 풀려 낮 기온이 14도까지 오른 이날 오후,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손을 맞잡고 삼삼오오 나들이를 나섰다.
발길이 향한 곳은 '제4회 설 맞이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 전통문화체험 페스티벌'이 열린 제주 남광초등학교 체육관.
그 곳에서 제주도내 결혼이주여성과 그 가족들, 친구, 친지들은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를 즐기며 설 분위기를 한껏 만끽했다.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다문화가정 제주특별자치도협회가 주최하고, 제주다문화가정센터가 주관, 제주다문화로타리클럽이 후원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네팔, 베트남, 필리핀, 중국,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참여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다문화가정희망 선언과 다문화가정센터 소개에 이어 다문화가정난타봉사회의 난타 공연이 무대에 오르자 행사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올랐다.
네팔 출신 저러나(23)씨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무늬(29)씨의 전통 춤 공연이 이어지자, 행사에 참여한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박수 갈채를 보내며 어깨춤을 췄다.
막 춤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온 저러나씨는 "네팔에서 가족 모임 때나 추던 춤을 이 곳에서 추니까 마치 제주도가 진짜 내 고향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행사장 한 켠으로 급히 발길을 옮겼다.
그 곳에서는 다국음식요리체험 코너가 마련돼 저러나씨의 네팔 음식을 비롯, 중국, 필리핀 등의 전통 음식이 요리되고 있었다. 각 나라의 결혼이주 여성들은 자국의 전통음식을 요리하며 솜씨를 뽐냈다.
중국에서 온 채명선(45)씨는 중국 전통 음식인 '왠쇼' 요리에 한창이었다. 채씨는 "오늘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왠쇼를 맛 보여주고 나누고 싶어 자원봉사를 나왔다"며 "이 곳에서 동포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평소에 맛볼 수 없던 음식을 먹어본 행사 참가자들은 저마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만족감을 표했다. 음식 코너가 열린 지 30분도 채 안돼 재료가 동나, 일부 참가자들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통문화 체험도 이어졌다. 투호 놀이 참가자를 모집하자 순식간에 긴 줄이 늘어섰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서툰 솜씨지만, 병 속에 화살을 넣기 위한 진지함을 보였다. 화살이 골인하자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빗나갔을 때는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결혼해 와 4년째 제주에 살고 있다는 이윤지(26)씨는 "전에 살았던 육지에는 이런 행사가 없었는데, 제주에는 이런 행사가 열려 친구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기쁘다"고 말했다.
김길수(46)씨도 "설 연휴에 차례를 다 지내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는데 다른 나라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놀이도 할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열려서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진 제기차기 경기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을 아내로 맞이한 제주 남성들이 대거 출전해 기량을 뽐냈다. 이주여성들은 박수로 응원하며 힘을 실어줬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제기차기 외에도 팽이치기, 윷놀이 등의 놀이를 통해 나라 간 벽을 허물고, 설 명절을 함께 즐겼다.
행사를 주관한 제주다문화가정센터의 오명찬 센터장은 "설날에도 고향에 쉽게 가지 못하는 다문화가정들을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며 "행사를 통해 그들이 그리움을 달랠 수 있고, 전통문화를 보다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적은 모두 달라도 설 명절의 인심을 나누고 전통놀이를 즐기는 데는 모두가 하나였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