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고르지?" 행복한 고민에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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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고르지?" 행복한 고민에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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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고물품 나눔장터 개장...몰려든 시민에 '북새통'
뿌듯한 시민들 "중고상점 가면 10만원짜리에요"

장농, 침대, 서랍장 등의 가구에서부터 TV, 세탁기 냉장고 까지...자칫 버려질뻔한 물건들이 하나둘 새 주인을 찾아간다.

"왜 진작 몰랐을까 싶어요." 낑낑거리며 커다란 서랍장을 어깨에 이고 문을 나선다. 그 옆에서 찬찬히 물건을 고르는 시민들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인 '신구간' 이사철을 맞아 제주시와 제주시 나눔장터위원회(위원장 이기복)는 28일과 29일 이틀간 '중고물품 무상교환 및 나눔장터'를 열었다.

의자가 새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 시민이 쓸만한 물건을 고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날 행사가 열린 제주시 종합경기장 자동차등록사무소 일대에는 버리기는 아깝고, 사용하기는 애매한 물건들이 한 자리로 모여들었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한 중고물품 나눔장터. 알만한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시민들로 인해 행사장 인근은 북새통을 이뤘다.

장터의 문은 오전 10시에 열렸지만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오전 10시 문이 열리자 침대나 책상, 서랍장 등 다소 비싼 가구들이 우선적으로 '찜' 당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도 부리나케 실려나갔다.

진열된 물건들은 '왜 중고매장에 실려나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고품질이다. 책상을 고르려 왔지만 옆에 놓인 서랍장이 너무 좋아보여 무엇을 먼저 짚어야 할지 고민할 정도다.

서랍장과 책상이 트럭에 실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식탁과 의자 세트가 새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물건을 기증한 시민들에게 먼저 주어진다. 작은 물품이라도 소중한 손길을 건내 준 이들에 대한 배려다.

트럭이나 승합차 등 작정한듯 큰 차를 몰고 온 시민들은 현장에서 준비하고 있던 도우미들의 힘을 빌어 짐을 싣는다.

물건의 크기에 비해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가져가지 못하는 시민들은 '예약 스티커'를 붙여두고 다시 와서 찾아가겠다고 신신당부해뒀다.

문 밖에는 책과 옷가지가 준비돼 있었다. 특히 옷이 걸려있는 코너에는 수 많은 주부들이 몰려들었다. 옷걸이 옆에는 전신거울을 배치시켜 센스를 선보였다.

제주시 나눔장터위원들이 추운 날씨를 위해 직접 마련한 어묵은 보너스다.

오후에 들어서도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좋은 물건들은 많이 빠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실용적인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 집기를 마련하기 위해 장터를 방문했다는 장명호씨(38)는 신중하게 고른 책상과 진열장을 보이면서 "이런 물건들 중고매장에 가면 10만원씩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알뜰하게 사무실을 꾸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딱히 물건을 기증할 것이 없어서 후원함에 양심껏 넣었다"고 말했다.

고풍스런 느낌의 장농은 이른 오전에 이미 '찜' 당했다. <헤드라인제주>
비디오를 고르고 기부금을 전하는 한 어린이. <헤드라인제주>

진열된 책꽂이 앞에서 한참을 두드려보고, 만져보던 김종현(48)씨는 "신문을 통해 알게 되면서 와봤는데, 못 쓰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어 참 의미있는 행사인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찾아올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아하던 한 시민은 물건을 기증했지만 자기가 기증한 물건보다 가져가는 물건이 너무 좋다며 따로 후원함에 봉투를 넣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물건을 기증하는 손길도 계속되고 있었다.

고풍스런 느낌을 풍기는 커다란 액자 5첩을 들고 온 백지우씨(24)는 "이사를 하는데 액자를 쓸 일은 없을 것 같아 기증하게 됐다"며 "아직 기증할만한 물품들이 더 남아있는데 우선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내일 남은 물품을 추가로 가지고 올 계획이라는 백씨는 "별 생각없이 왔는데 뿌듯한 마음이 든다"면서 사용할만한 물건이 없는지 둘러봤다.

제주시 환경자원과 직원들과 나눔장터위원들이 총 동원된 이날 행사는 도우미들이 곳곳에 배치되면서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이기복 위원장은 "직접 와보면 알겠지만 제주의 '조냥정신'을 살린 정말 값지고 의미있는 행사"라면서 "이런 행사가 없으면 폐기됐겠지만 기증된 물품들만 봐도 고급스럽고 아까운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꼭 신구간 기간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이런 장터를 운영할 수 있으면 더욱 뜻 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평소에도 장터를 운영하는 것은 마땅한 장소가 없어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기증할만한 물건들이 나오면 보관해뒀다가 행사를 통해 한꺼번에 분출할 수 있는데 보관할만한 장소가 없다"고 토로했다.

기증받은 액자가 진열될 준비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 위원장은 "내일 행사를 마치고 남는 물건들도 어쩔 수 없이 폐기처분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를 보관해 둘 장소가 있다면 내년에 다시 진열할 수도 있고, 어려운 이웃에 전할 수도 있는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눔장터 행사는 내일(29일)까지 마련된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행사는 물건을 차등없이 똑같이 나눠 쓸만하다 못해 훌륭한 물건들이 선보여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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