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의견 무시한 제도개선"...도의회-시민사회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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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견 무시한 제도개선"...도의회-시민사회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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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법 제도개선 토론회, "의견수렴 없었다" 질책
"추진과정 공공성 실종...'따라오라 식' 도정권력 행사"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가 제주도의회에서 상정이 계류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정이 충분한 사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어느정도 일정상의 여유가 남아있는 제도개선 과제를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제주도민들의 공감대를 우선적으로 형성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제주도의회 강경식.박주희.이석문 의원은 14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특별법 쟁점과 제도개선 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도의회 이석문 의원이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강경식 의원,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이병진 전교조 제주지부 정책실장,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실장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실장, 이병진 전교조제주지부 정책실장,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헤드라인제주>

# 강경식 의원 "공감대 형성 과제, 부족한 과제 나눠 동의안 제출해야"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강경식 의원은 제주도의회와의 사전에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는 지난 3월 임시회를 10여일 앞두고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73개 과제를 확정하고 그중 6개 과제만을 선정해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근민 도정은 임기 후 단 한차례도 제도개선을 추진하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 없이 졸속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체 무엇을 하다가 이제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이번 특별법 제도개선 과정의 경우도 과제공모만 실시했을 뿐 이후 도민의견 수렴 과정이 전무했다"면서 "빠른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도민의 공감대 형성과 심도 깊은 발굴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조례도 아닌 도민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법률 개정 과제를 도출하면서 도민토론회나 공청회 한번 없이 관계부서 회의와 전문가 자문만 거치고 졸속으로 과제를 확정하는 것은 그냥 '따라오라'는 식의 도정권력 행사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도의회 의견 청취 심의과정에서 도민의 공감대가 높고 도의회가 동의할 수 있는 과제는 '법률안 의견 제출권' 과제로 분류하고, 도민공감대가 부족한 과제는 '보류검토과제'로 분류한 후 다음 회기 도의회 동의안을 제출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 배기철 대표 "제도개선 추진 과정, 공공성 잃어"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이번 제도개선 과제 추진 과정이 공공성을 잃어버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 대표는 "우근민 도정은 이번 70여개 제도개선 과제 가운데 6건만 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며 "나머지 60여건의 경우 보고사항으로만 처리하려고 하고 있으며, 정부부처의 동의를 이끌어 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추궁했다.

그는 "의회 동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 중에서도 말싸움 놀이 합법화, 관광객 전용 면세특구 지원, 내국인 면세점 운영 특례 확대, 외국교육기관 국고보조금 지원 문제 등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행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도민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공론화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배 대표는 "의회 차원에서도 제도개선 문제를 집행부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최소한 공론화와 함께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배 대표는 기초자치권 문제와 관련해 "기초자치권 부활 문제는 우근민 지사의 신뢰 문제가 아니라 풀뿌리 자치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요체"라며 "이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적극적인 논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헤드라인제주>

# 이영웅 국장 "염지하수 판매 허용, 지하수 사유화 부추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된 '민간기업 먹는 염지하수 제조.판매 허용'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현재 법률에서 먹는 염지하수 제조.판매의 경우는 지방공기업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완제품의 형태를 봤을 때 우리가 얘기하는 생수, 즉 먹는 샘물을 민간기업도 제조.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현재 제주도내에서 이용되고 있는 염지하수는 대부분 해안변에 개발돼 있는데, 염지하수 개발로 인한 담지하수의 영향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또 "최근 한진그룹의 지하수 사유화 확대 시도에 대해 제주도가 받아들이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만큼 제주도의 지하수관리원칙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러한 제주도의 논리와 정책의 변화는 제주 지하수를 공공재의 성격으로 보기 보다는 경제재로서 상품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 이병진 실장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교육감이 감독해야"

이병진 전교조제주지부 정책실장은 교육분야 제도개선과 관련해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실장은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에 대해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호화 사립학교 교육비를 국민혈세로 지급한다는 지적 등이 오가고 있다"며 "영어교육도시 취지를 살리도록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제주영어교육도시내 영어교육센터를 당초 취지대로 설립해 영어교육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토록 해야하며, 국제학교의 학비를 낮춰 일반 서민 자녀돌도 접근이 가능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이번 제도개선에는 초중등교육법 제6조의 내용을 적용한다고 명시해 국제학교에 대한 교육감의 지도.감독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등교육법 제6조에는 '국립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공립.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실장은 "이 같은 개선과제가 반영되면 학원강사를 초빙해 고액 과외를 받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고, 고품질 저비용의 운영 체계가 정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강호진 실장 "제주특별법 기준 불분명...실질적 주민자치 필요"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실장은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강 실장은 "형행 제주특별법상에는 국제자유도시를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로 해석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의미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실장은 "법률적으로도 국제적 기준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태이고, 전체적인 제주의 방향과 관련해서도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법률로 강제하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 목적 부분에서도 '제주도민이 주체가 되어'라고 표현돼 있는데, 이를 '실질적인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을 보장하고'로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강 실장은 △주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기초자치권 부활 △재정 권한 이양 등 재정분권 시범도 육성 △일자리.노동 친화적 제도 개선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익금 지역 환원 △1차산업 혁신.사회적 경제 도입 등의 도입을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오는 20일 전에 전체 의원 간담회를 가져 제주도가 제출한 5단계 제도개선 과제의 상정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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