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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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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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도에 군사시설보호구역 공문 보낸 해군의 의도는
6월말 '시행령 개정' 국회 권고 또 무시...공사방해 차단용?

해군이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사업구역을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강정마을이 또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해군 제주방어사령부는 강정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12일 제주도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관리 지자체 의견 문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 해군측은 3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사업구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성이 있음에 따라 이의 지정을 위해 제주도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유형이나 통제의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해군의 이같은 요청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일단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자치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중요한 것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이 아니라, 지난해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소위원회에서 권고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라며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군항'과 '민항'이 공존하는 형태로 만들어야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묶어버린다면 '민항'의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국회에서 권고한대로 군항과 민항이 공존하기 위해 군사시설보호법과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해 나가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소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은?

국회 소위원회가 채택한 보고서의 종합 의견에서는 "국토해양부는 크루즈항만수역과 시설을 '무역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올해 6월까지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항만기본계획을 변경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또 "국방부(해군)는 크루즈선박이 출입할 수 있도록 2012년 6월까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국방부.국토해양부.제주특별자치도는 '민.군 항만 공동사용 협정서' 체결을 6월까지 추진해 제주해군기지가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항만관제권에 관해서는 크루즈선박은 국토해양부(제주특별자치도)가, 군함은 국방부(해군)가 갖도록 2012년 6월까지 협의를 완료하도록 하고, 항만시설 유지.보수비용에 관해서는 국방부(해군).국토해양부.제주특별자치도가 협의해 6월까지 필요한 협정서를 체결하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뒤바뀐 순서...항만법-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은?...주민차단이 우선?

그런데 해군의 이번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관련 공문은 이러한 국회 소위원회 의견을 무시한 채 제출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소위 의견에 따른다면 항만법과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협의절차가 우선 돼야 하고, 또 그에 따른 '항만공동사용 협정' 체결이 먼저인데, 해군은 순서를 바꿔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먼저 불쑥 내밀었기 때문이다.

해군이 이번에 공문을 황급히 보냈던 것은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커 보인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된다면 사업구역 주변에 주민들이 접근하는 것을 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

법률에서는 설정된 보호구역에 출입하려 할 경우 관할 또는 주둔지 부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보호구역의 표지나 출입통제표찰을 떼어내거나 손괴하는 행위, 또는 군사시설의 촬영, 묘사, 녹취, 측량 및 이에 관한 문서나 도화 등의 발간, 복제 등도 금지된다.

즉, 해군기지 사업구역에 사진을 촬영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도 불허된다는 것이다.

무단 출입하면 강제 퇴거 조치하고, 군사시설 손괴 등을 하면 2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아직은 사업부지에 불과한 땅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황급히 지정하려는 해군의 의도는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함 속에서 군사작전 처럼 공사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벌써부터 이런데, 앞으로 해군기지가 들어서고 나면 강정은 주민들이 발붙일 곳이 전혀 없게 될 것"이라며, 이에 강력히 대응해 나겠다고 밝혔다.

▲ 국회 권고 무시하고,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강행할까?

문제는 해군이 이 국회 소위 의견을 존중하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나갈까 하는 점이다.

관련법률에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지정은 어디까지나 국방부 군사시설보호구역심의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군이 국회 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이의 지정을 강행할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제주도가 비록 국회 소위 권고사항 이행을 명분으로 해 이번 의견 문의에서는 거부의사를 표명했지만, 앞으로 이의 지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이 공문 얘기를 전해듣고 크게 긴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회 권고사항 이행으로 갈지, 아니면 보호구역 설정을 밀어붙일지, 해군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사업구역에 설치된 거대한 펜스와 철조망.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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