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 숨골에 악영향...물 대란, 지하수 오염 불 보듯"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열람 및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환경부 협의절차를 통과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서는 제주도 지하수의 함양통로인 '숨골'의 보전대책도 엉터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초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는 8개뿐이라고 했다가, 이번에는 그 수가 153개에 이른다고 슬쩍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경부가 숨골의 보전 방안을 요구하자 '되메우기'를 하겠다는 등 대책도 매우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제주도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3일 오전 민주노총 제주본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기본계획'에 대한 네번째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 "8개라던 숨골, 153개로...보전하랬더니, 훼손 구실 찾기 급급"
도민회의는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 사업 예정지에 숨골은 8곳 뿐이라고 밝혔었다"며 "비상도민회의는 성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숨골을 찾아 나섰고, 2년 동안 3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에서 185개의 숨골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가 조사한 8곳의 숨골에는 어떤 구멍도 없었다"며 "이에 대한 반박이 없던 국토부는 부랴부랴 숨골의 정의부터 공부하는 웃지못할 촌극을 펼쳤다"고 꼬집었다.
도민회의는 "국토부는 지역주민들과 비상도민회의가 숨골을 공동조사하자는 제안조차 무시하고, 드론을 띄워 라이다 측량하고, 드론에 열감지 카메라를 매달아 찍는 등 부산을 떨어 153개의 숨골을 발견했다고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밝혔다"며 "최종적으로 국토부는 숨골을 분류하기 위해 평가표 양식을 만들어 제시했고, 숨골의 여러 평가기준을 만들어 등급을 매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가 하려는 것은 숨골의 보존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등급으로 쪼개어 가치를 평가절하해 없애도 되는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숨골의 보전가치를 제시하려고 했다면, 먼저 숨골이 어느 정도 지하수 함양에 기여하고 있는지, 숨골을 막으면 유역 내에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는지 먼저 기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토부, 지하수 함양량 대신 크기 집착...심각한 재해 예상"
도민회의는 또 "국토부는 여전히 숨골의 입구 구멍의 크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숨골을 평가한다는 평가표에도 구멍의 크기가 20cm 이상인지 체크하도록 돼 있다. 구멍의 크기는 지하수 함양량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형과 지질의 특성에 따라 함양량이 결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구멍의 크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과거 ‘송아지가 빠질 만한 구멍’에 집착하고 있고, 그 이면에는 나머지는 보전가치가 없다는 억지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치폄하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도민회의는 "가치폄하 시도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공숨골과 자연숨골을 나누는 것"이라며 "당연히 인공숨골은 보전가치가 낮다는 결론으로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항을 만든다고 예정지 내의 숨골을 모두 메워서 막아 버리면, 하천이 없어 지하로 물이 흐르는 이 지역에 큰 변화가 생긴다"며 "성산읍 지역은 전체적으로 서고동저, 북고남저의 지형으로 제2공항이 생기면 지하에 거대한 지하댐이 생기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도민회의는 "숨골을 메우면 나타나는 유역의 지하수 흐름 변화 등 영향을 검토하라고 했지만 국토부는 지하수 유역을 매우 축소해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지하수 흐름을 막음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예정지 서쪽의 재해에 대해서는 전혀 평가하지 않고 있다"며 "제2공항 예정지는 동서의 고도 차이가 최대 40미터에 달해 서쪽으로는 최대 20미터 정도의 절토(흙을 깎아냄)면, 동쪽으로는 최대 20미터 정도의 성토(흙을 쌓음)면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때 서쪽의 절토면은 제주공항의 도두동 입구처럼 토벽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지하의 지하수 흐름이 막혀, 한꺼번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북서쪽에서 동남쪽으로 흐르던 지하수가 막혀 예정지 서쪽의 광범위한 농지에 빗물이 역류해 심각한 재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국토부는 공항으로 숨골이 메워지는 경우, 지하수 함양이 안되기 때문에 인공으로 함양하겠다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지하수 함양을 막으면 바닷물이 역으로 지하수층으로 밀고 들어와 지하수의 부족 현상 뿐 아니라, 사용이 불가한 상태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는 숨골을 없애는 대신 지하수의 인공함양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항공기의 매연과 타이어의 분진 등 각종 오염물질이 섞여 있는 빗물을 인공함양한다고 하고 있다"며 "모래와 자갈로 걸러 지하에 함양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오염에 대한 우려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 "지역 현실에 맞지 않는 용수 계획...해수 침투, 농업용수 부족 우려"
이와 함께 도민회의는 제2공항 용수 공급계획이 성산읍 지역 현실과 맞지 않아 해수 침투 및 농업용수 부족 등 각종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도민회의는 "제주도 수도정비 기본계획(변경) 고시에서 성산정수장 신설계획은 시설용량 하루 1만5000㎥로 계획돼 있다"며 "제주 제2공항에 용수공급을 위해 신설 성산정수장에서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사업 시기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기본계획은 신설 성산정수장 위치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며 향후 기본설계시 성산정수장의 사업계획 여부를 확인하고, 사업시기를 검토해야 한다"며 "성산정수장의 건설계획이 지연될 경우, 공항부지 내 지하수 관정설치 등 자체 용수공급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민회의는 "기본계획에 나와 있는 공항 부지 내 지하수 관정 설치 등의 방법은 성산 지역 특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방법"이라며 "제주 동부지역은 내륙 8km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지하에 염지하수가 부존하는데 제2공항 후보지는 내륙 1.5km 지점으로, 제2공항 부지 내에 관정을 뚫겠다는 계획은 고비용·고에너지의 담수화플랜트 계획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에도 동부지역의 염지하수 침투가 다른 지역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미래에는 해수 침투 현상 가속화 예상, 이용 가능한 지하수량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하수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염지하수 사용량이 증가하게 되면 해수침투 발생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도민회의는 또 "제2공항과 8km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역에서의 추가 정수장 개발로 인한 주변 환경에 대한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중산간 지역 정수장 개발을 통한 막대한 지하수 취수로 주변 지역 지하수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산지역은 농업용수 부족 지역으로 해수 침투가 농업 용수 부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제2공항 용수와 에어시티 용수 공급을 위해 관정을 새로 설치하고 신규 정수장을 설치할 시 해수 침투 가속화, 농업 용수 부족 현상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제주도는 2022년 국토부 회신 공문을 통해 ‘제2공항 건설 외에 제2공항 배후도시 및 신성장동력 산업단지 조성, 성산읍 지역 정주환경 개선 사업 등의 세부계획 수립 및 고시 확정시 신규 용수 수요량 및 용수공급계획 보완검토 필요’라고 답했다"라며 "성산정수장 신설로 용수 공급 방안을 마련하려 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해수 침투 현상이 심각한 성산 지역의 물부족 가속화 위험에 대한 검토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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