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15>대박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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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15>대박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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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으로 가던 길에 목이 말라 음료수나 마실까 하고 편의점에 들렀다. 한쪽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뭔가를 부지런히 체크하고 있었다. 힐끔 보니 로또복권이다.

평상시 복권이나 행운권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주머니에 돈이 남이 있어서 5천 원 한 장의 복권을 샀다. 지갑 속에 복권을 담고는 ‘이 복권이 돈으로 바뀌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니 괜히 행복해지고 마음이 풍요로웠다.

정말 돈만 있으면 평상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은근히 당첨의 욕심이 생기는데, 어쩔 수 없었다.

‘02 09 13 37 38 45’ 이번 주 로또복권의 1등 당첨번호다.

내가 산 복권을 꺼내든 순간 여섯 개 번호 중 5개가 일치했다. “앗싸, 왠 횡재냐?” 당첨금을 알아보니 세금을 공제하고 나니 5백 만 원 정도다.

순간, 가슴이 쿵쿵거리고 당황했지만 애써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혔다. 이 돈을 어디에 쓸까 하고 생각 하니 평소에 복권만 당첨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다.

당첨금을 찾은 후, ‘우선 부모님께 어느 정도의 돈을 드리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자.’ 마음먹고는 부모님 용돈은 따로 떼놓고 내 통장에 입금을 하고, 50만원 정도의 현금을 갖고서는 우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한 턱 낸다고 전화를 하고는 한 장소로 다 불렀다.

“오늘은 내가 한 턱 낼 테니 마음껏 먹어라.” 하고는 음식이랑 술이랑 잔뜩 시켰다. ‘내게도 이런 날이 있구나.’ 정말 마음이 뿌듯하고,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애써 참아가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모임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슨 일이냐? 뭐 좋은 일 있냐? 복권이라도 당첨됐냐? 며 물으면서󰡒어쨌든 잘 먹을게.”하며 주문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나 또한 그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혼자 생각하기를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난 목이 말라 편의점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큰 돈을 어떻게 만져 볼 수 있을까? 복권이란 게 이래서 인생역전이란 말도 생긴 거구나.’

누가 복권을 처음 만들게 됐을까? 복권은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연회에서 복권을 팔고, 노예나 집, 배 등을 나누어 준 것에서 비롯되었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시대부터 연회에서 황제가 손님들에게 추첨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나누어 주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어 손님들은 음식값으로 돈을 지불한 계산서를 가지고 추첨을 하여 귀중한 상품을 주었다고 한다.

로마의 5대 황제 ‘네로’는 제국의 영속성을 기념하기 위해 대중적인 추첨행사를 벌여 매일 직업, 땅, 노예 또는 선박 등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네로가 사치와 향락에 빠지지 않았으면 세계 역사는 다시 한번 바뀌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예전에 숫자가 적힌 원판을 돌려 화살로 쏘아서 추첨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1등하는 사람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첫머리에 “집 없는 서민을 위한 ․ ․ ․ ”라는 진행자의 멘트가 생각이 난다.

그때는 한창 주택 붐이 일어나기 시작할 무렵이어서 내 집 장만을 하기 위해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서민들에게 보탬이 되는 유익한 방송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요즘에는 발행 취지와는 달리 각종 행사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발행하는 복권의 수가 많이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구입할 수 있어서 청소년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규제도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참을 그렇게 맛있게 먹고 좋은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우리 일행 중 한쪽 귀퉁이에서 언쟁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몇 명이서 서로 주먹다툼까지로 크게 번졌다. 싸움을 말릴 틈도 없이 경찰에서 달려와 몇 명을 연행해 가고, 그렇게 그 자리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내가 처음으로 큰 돈이 생겨 마련한 자린데, 정말 어이가 없었고, 음식값을 계산하고 나오려니 돈이 든 지갑이 없다. 갑자기 분위기는 더 삭막해지고, 험한 상황이 되었다. 우선 사람들을 다 내 보내고는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 급하게 집에 전화했는데, 집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떻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오늘 부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 할까?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한 친구 녀석이 내 뒤에서 “너, 수박 좋아하잖아. 수박 먹어라.”하며 계속 어깨를 흔든다. 순간, 화들짝 놀라 일어나며 주위를 살펴보니까 현재 내 방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상황이 꿈이었다.

“휴우, 살았다.” 아주 긴 한 숨을 내 쉬어보고 얼굴도 꼬집어 봤다. 정말 꿈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꿈이었지만 천당과 지옥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무척 혼났다.

조금 있으면 로또복권 발표시간이다. 어제 편의점에서 산 복권번호를 맞혀보니 ‘꽝’이다. ‘역시, 무슨 복력(福力)에..’하면서 당첨 안 된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꿈과 같은 상황이 현실로 일어날까 두렵기까지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돈이 모든 것을 해결 해주는 건 아닌가 보다. 꿈에서조차 쉽게 번만큼 그에 따른 화도 따라오니 말이다.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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