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제주감귤 이야기] 진정한 승리의 비결은 태연자약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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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제주감귤 이야기] 진정한 승리의 비결은 태연자약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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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일본에 미야모토 도쿠조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스모에 정통했는데, 1985년에 펴낸 저서 『스모선수의 유랑 力士漂泊』에서 후타바야마바가 시합에서 어떤 상대를 대하더라도 태연자약泰然自若하고 조금의 동요도 없었으며 상대선수가 후타바야마의 기세 없는 기세에 눌려서 자멸하는 것 같았다고 묘사한다.

여기서 태연자약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태연자약에서 자약은 자기가 자기로만 되어있음을 뜻한다. 태연은 아주 크고 넓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태연한 사람은 자약하고, 자약한 사람은 태연하다. 태연자약한 사람은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자신만의 흐름이나 결에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다.

태연자약한 후타야마바의 기세 없는 기세에 눌려서 상대가 자멸하는 것이나, 나무 닭의 온전한 덕에 눌려 다른 닭들이 감히 덤비지도 못하고 도망 가버리는 것은 같은 일이다. 기성자가 닭을 이십일 동안이나 훈련시키고도 왕에게 아직 안 되었다고 말한 것은 닭이 자신의 힘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기 보다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행위를 고유한 자신의 내면에서 발동시키지 않고, 상대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행위가 발동된다는 것이다. 종속적 주체로서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우리의 삶이나 사고는 보통 이와 같다. 이런 흐름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현재의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경쟁이라는 것이다.

경쟁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틀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과 견주거나 다투는 일이다. 경쟁의 구도 속에서는 이미 정해진 틀을 바꾸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정해진 틀은 더욱 고착화되고, 이 고착화된 틀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길을 여지 없이 차단한다.

경쟁이 갈등을 너무 과하게 조장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더욱 부정적인 점은 치열한 경쟁이 틀 자체의 변화를 가로 막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보가 어려워진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는 진보가 어렵다. 경쟁구도 속으로 들어가는 한, 우리는 경쟁이 벌어지는 판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새로움. 고유함, 선도력은 시도되지 못한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경쟁 구도 속에서는 승리자도 패배자도 모두 행복하지 않고 피곤할 따름이다. 경쟁 속에서는 누구도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모두가 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어있다. 승리자나 패배자나 모두 행복할 수 없는 이유다.

분명 자약한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감이 항상 자신에게서만 확인되기 때문이다. 자약하면 이미 존재하는 경쟁의 틀 속으로 들어가려고 급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의도에만 집중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삶에 집중한다. 후타바야마가 70연승에 실패한 원인을 나무 닭의 경지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돌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69연승까지는 상대에 흔들리거나 승수勝數를 의식하지 않았는데 70연승에 도전하면서는 70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의식하였다. 그것을 의식하면서부터 이기려는 의지가 강해져서 온전히 자기 게임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70연승과 경쟁하게 되었다. 자신을 지켜주던 원래의 리듬을 잃을 수밖에 없다. 태연하게 자신의 스모를 하지 못하고, 70연승과 경쟁하는 스모를 하도록 자신을 방치한 것이다.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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