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주 감귤산업, 죽은 성인 말씀 아닌 체험지식으로 벗어나야
상태바
위기의 제주 감귤산업, 죽은 성인 말씀 아닌 체험지식으로 벗어나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호의 제주감귤 이야기] 감귤의 지식을 스스로 생산하고 활동하는 시대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헤드라인제주

감귤을 경제적으로 재배한 지가 70여년이 된다. 최초에는 만생종인 미장온주를 필두로 해서 청도 등 만생종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적산 온도가 부족하여 성숙되지 못하고, 신맛이 강하여 저장하여 이듬해 출하되었었다. 가지 변이로 인해 숙기가 앞당겨지고 중생, 조생, 극조생 순으로 품종갱신을 하였는데 조생온주에 편중되었고 그 중 극조생이 약 10%를 차지한다. 한라봉 등 만감류의 출현으로 하우스 재배면적이 증가하여 경제적인 면으로는 1조에 달했으나 안으로 들여다보면 일부 농가를 제외하고는 빚더미에 앉아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도 이에 대한 대응책이 미미하고, 온주밀감 지식으로 모든 품종을 다루려고 하다 보니 그 시행착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결과들은 감귤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음에도 관련부서에 근무한 들 책을 뒤적거려 찾거나 알려진 지식 또는 수입된 지식을 바탕으로 감귤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하니 그 핵심 내용을 포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역적응 시험과정에서 왜 이 품종이 선발되었고 선발 경위를 자세히 파악하여야 됨에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들여왔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역이 협소하지만 주변국은 면적이 광대하여 기후 풍토가 다양하여 이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야 됨은 물론이거니와 기술도 알지 못한 채 기초 조사를 하여 그 것을 데이터화하고 교육교재로 삼아 영농교육이 진행된 들 그 결과는 항상 기대치에 밑돌았다. 그 품종에 대한 지식을 자세히 알았어도 도입하고 재배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을 터인데도 사전 지식 부족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지식은 실재하는 세계에서 생산된다. 지식이라는 것은 세계가 남긴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들이 남긴 흔적이다. 지식은 세계를 해석하여 표현해 낸 것이지 세계자체가 아니다. 존재하는 것은 세계, 즉 사건이다. 구체적인 세계와 사건을 토양으로 하여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데 제작되고 조작된 그 지식이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고, 이 지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후진적인 발상이다. 책을 읽거나 영농 활동을 할 적에 이성 보다는 감성이 강조된다. 이성은 우리 모두의 것이지만 감성은 나의 것이고 느끼는 재미는 오직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반응이다. 모든 활동의 궁극적인 결론은 나를 발견하는 일, 나를 만나는 일이다. 『장자』의 「천도天道」 편에 윤편輪偏과 환공桓公의 이야기가 나온다. 윤편은 수레바퀴를 깍는 장인이고, 환공은 제나라의 왕이다. 마당에서 수레바퀴를 깍던 윤편이 책을 일고 있는 환공에게 묻는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책을 읽고 있다. 그 책은 누가 썼습니까. 성인이 썼다. 성인들은 살아 있습니까. 죽었다. 그럼 성인들의 찌꺼기를 읽고 계시는군요. 환공은 아주 위대한 책으로 여기며 열심히 읽었는데, 수레바퀴나 깍는 미천한 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 화가 났다. 감히 네 따위가 성인의 글을 평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 까닭을 온당하게 말하면 살려 줄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목을 베어 버리겠다. 윤편은 말한다. 수레바퀴를 너무 느슨하게 천천히 깍으면 수레바퀴가 헐거워서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레바퀴를 너무 급하게 빡빡하게 깎으면 수레바퀴가 뻑뻑해서 문제가 있습니다. 급하지도 않고 느슨하지 않게 깍아야 하는데 제대로 깍는 일은 제가 손으로 익혀서 마음에 담아 놓은 것입니다. 이것은 자식에게도 잘 전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손으로 경험해서 얻은 이것은 마음에 담겨있는 것이기 때문에 말로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이것을 알려주려고 해도 전할 길이 없습니다. 환공이 아무리 성인의 이야기를 읽는다 해도 이야기 속의 뜻을 그대로 이해하기는 어렵고, 또 언어를 통한 소통과 전달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독서나 공부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것이 나와야 마땅한 것이다. 내 길을 찾아야 한다. 직접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을 마음에 담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지식이다. 다른 데서 만들어진 지식은 사건이 남긴 찌꺼기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감귤에 관한 지식도 매년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건은 흐르지만 지식은 정지해 있다는 점이다. 사건은 지식이라는 찌꺼기를 남기고 그대로 머무르는 일 없이 바로 다음 사건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 세계에 동일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다음에는 다른 내용의 사건, 다른 맥락의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도 정지해 있는 지식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게 제주감귤산업의 현주소이다 보니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항상 기대치에 못 미쳤다. 왜냐하면 정지해 있는 지식에 갇힌 지식인은 그 지식에 제한되고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건을 만나더라도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보기 쉽지 않았다. 그 새로운 사건을 그 시간 자체의 의미 그대로 볼 수가 없다. 당연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가지고 새로운 사건을 해석하니 정확히 파악하기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보자. 만생종 온주밀감은 결과적으로 만생종 온주밀감의 특성을 발현하게 된다. 다음에는 중생종 밀감, 다음에는 조생종 밀감, 다음에는 극조생 밀감에서도 그 품종의 특성이 발현되어 각각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만생종 온주밀감을 재배했던 경험으로 중생종 밀감을, 중생종 밀감 재배 경험으로 조생종밀감을, 조생종 밀감 재배경험으로 극조생 밀감을 재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즉, 품종별로 지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극조생밀감이라도 다른 계통을 재배한 들 실패로 연결된다. 동일 품종이라도 해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농업인이 체득하고 자신의 몸에 배인 지식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만감류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온주밀감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 왕왕 진리차원의 확신을 갖고 한라봉을 해석하기 십상이다. 성공사례에 이르렀다면 지식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단지 재배경험이 있다고 한다면 한 때 재배한 적이 있다는 흔적에 불과하다. 성공기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억에 젖어 있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 지식인의 말을 듣고 모두 온주밀감의 지식으로 한라봉, 한라봉의 지식으로 천혜향을 관리하고 있는 현실인데도 실패한 지식은 계속 실패를 양산한다는 결과를 아는 지식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지식인이나 전문가들은 왕왕 세계를 조그만 구멍이 나 있는 대롱으로 보면서도,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고 허풍을 떤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세계를 발전시키는데 사실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론의 틀을 진리로 확신하여 발목을 잡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다. 지금의 조건에서만 해석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발전시키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론가들이나 지식인이 아니라 실천가들이고 활동가들이다. 그래서 지식에 지배당하고 젖어 있는 사람들은 탁상공론에 머물고, 그 지식으로 고단한 현장 활동을 통해 체득화 과정을 거쳐 버릴 것은 버리고 건질 것은 건지고, 새로이 얻은 것을 내면화 시켜서 마음에 담아 둔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지식을 꺼내어 융통성 있게 처리하여 활동하면 변통하게 되고, 그 결과가 변화의 기준에 합당하면 통변되어 미래를 개척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여 남기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하는 사람들은 탁월하다는 것이다. 감귤의 미래를 열고 전략을 수립하려면 탁월한 인재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세계는 지식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래서 내공 있는 실천가와 행동가들이 역사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지식인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미래지향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을 근거로 하여 우리에게 아직 열려져 있지 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지식은 우리에게 뿌리로 기능하지 않고 날개로 기능할 것이다. 한 곳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날아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지식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하는 이유이다. 세계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기 때문이다. <김용호 전 제주감귤농협조합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농부 2022-05-25 22:04:05 | 175.***.***.190
감귤 농사에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글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