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담대하게 걸어가고 있는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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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담대하게 걸어가고 있는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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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우리가 모두 같이 겪었던 코비드의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담대하게 걸어왔던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이 15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2024년 1월 14일, 설문대 여성문화센터에서 이영효 선생님의 지휘와 고채은 선생님의 반주로 열렸다. 정기연주회는 2006년 10월 창단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가톨릭계에서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어린이의 문화예술적 활동이라는 측면과 합창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요즘 제가 읽기 시작한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 세계사」라는 책 속에 아이들의 소중함을 피력한 부분이 있다. 로마적 시각이겠지만‘아이들’은 미래의 인력이자 납세자이며 로마를 이끄는 주역이라는 측면에서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도 그런 맥락에 동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가톨릭 성음악을 위해, 미래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발전을 위해, 미래의 한류지속성을 위해, 훌륭한 청년이 되기 위한 학습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아이들은 예술계에서 아주,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쁘듯 했다. 시계를 미리 미래로 돌려서 오늘을 관조했다. 행복했다.
 
1부의 시작은 그레고리안 찬트 같은 느낌이 나는 다성음악으로 선보였다. O Cor Jesu, Ave Verum, Ave Maria라는 세 곡이다. 하얀 수사복에 손 모아 부르는 모습만으로도 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악보를 모두 외워 암보해서 부르는 모습에도 감동이다. 어릴적 외웠던 곡들은 평생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평생 감성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페로시의 아베 마리아를 부를 때 남자 어린이들의 영역은 진성과 팔세토를 오가며 불러야해서 쉽지 않았을 터인데, 칭찬하고 싶다. 소년소녀합창단은 성인합창단과 다른 점이 있다. 남녀, 사춘기와 그렇지 않음으로 나뉘어 네 가지의 다른 악기들이 모여 합주하는 것과 같은 점이 있을 것이다. “혼성 × 2(사춘기라는 기준) = 소년소녀합창”의 공식이 만들어질 듯 하다. 그 만큼 어렵다는! 
  
리베라의 ‘상투스’(Libera의 Sanctus)는 이번 연주회 곡들 중 가장 히트곡이지 않았을까한다. 높은 음으로 연결되는 멜리스마(옆으로 연결되어 기교있게 흘러가듯 부르는)부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어려운 부분을 소프라노 파트 다섯 명이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에너제틱하게 가만히 유지하면서 불러내는 부분은 눈물겹도록 예뻤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나중 유트브에 이 부분이 올라오면 꼭 보시길 바라겠다. 
  
존 루터의 ‘지구의 아름다움’(John Rutter의 For the beauty of the earth)이라는 곡은 밝고 아름다우며 즐거운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소년소녀합창단아이들을 생각했다. 격조 높은 인생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적금을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소년소녀합창단 단원생활을 하는 것 그 자체! 큰 박수를 보낸다.
  
찬조출연으로는 ‘열세번째 사도’팀이었다. 청소년사목위원회 소속 밴드팀이라고 할 수 있다. 밝은 모습, 가톨릭신자이든 아니든, 어린이든 어르신이든 모든 관객에게 따뜻한 포용력을 발한다. 참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톨릭 속에서 나이와 상황에 따른 발달과업이라는 프레임으로 투영시키면 청년시절, 젊음을 가장 잘 발산하고 있는 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움이다. 

공연 중간쯤, 그동안 활동사항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준 모습에서 우리 단원들이 활동속에서 사회성을 많이 배우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임피제 신부님이라는 영적인 공간을 배우고, 자모회 엄마, 아빠들이 만들어주시는 맛있는 간식과 식사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있었다. 여행을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신부님과 수념들의 사랑도 받으면서 얼굴의 미소는 한층 더 넓어졌다. 제주도 말로 ‘아깝고’, 축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는 창작곡들을 먼저 보여주었다. 고혜린 선생님과 현예찬 선생님이 작곡한 곡들이다. 작사는 네 곡 모두 양민숙 작가님이 작사를 해주셨던 곡이다. 임피제 신부님을 기리면서, 생각하면서 작사한‘우리 꿈을 키워볼까요?’. 부드러운 선율의 ‘금악리의 전설’. 리듬이 밝고 경쾌한 ‘꿈을 뜨개질 하는 사람들’. 임피제 신부님이 가꾸신 이시돌 목장, 사랑과 가능성이 무럭무럭 자라났다는 내용의 이야기 ‘이시돌 풍경’이다. 
  
2부의 후반부는 안무를 중심으로 단원들이 스스로 엮어가는 곡들이었다. ‘마음만큼 크는 세상’, ‘달의 숨바꼭질’, ‘노래하는 친구들’등이다. ‘달의 숨바꼭질’에서는 안무에 가사의 내용을 넣어서 연출했다. 결국 달을 쫓다가 술래를 찾았다는 퍼포먼스를 단원들이 노래부르면서 안무로 보여준 것이다. 보면서 “아 저렇게도 연출이 가능하구나”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고생했다는 징표가 아니겠는가? 작은 바램이 있다면 밴드와 악기의 반주가 소년소녀합창과 동시에 진행할 때는 진성으로 밝고 시원하게 불러내는 곡과 연결하여 연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공연은 끝났고, 생각하면서 적어본다. 지휘자와 트레이너, 사무국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보통 단체에 투입되는 임원진들의 에너지보다 수십 배는 더 소모될듯하다. 활용해야할 소품들도 많고, 간식을 챙겨야하고, 다양한 의견들도 많고, 평온한 상황만은 아닌 상황에 대해서도 대처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잘 이끌어서 무대에 섰다. 어린이들과의 소통능력에 감탄한다.          
  
본 기고자는 제주교구 소속이 된 펠릭스 합창단 단원으로서 그동안 찬조출연 등을 통해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활동을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되었다. 소년소녀합창단은 음악도 배우지만, 다양한 무대 공연활동을 통해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냄”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자존감도 많이 배우는 것 같았다. 가톨릭 종교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고, 동료, 형과 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직의 생태를 이해하게 되며, 자기관리와 심성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얻는 듯했다. 주변을 살피는 능력도 훌륭했다. 모든 주변분들에 대한 예의도 잘 배우는 듯했다.      
단원들은 제주도 전역에서 참가하기 위해 이동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권역별로 소년소녀합창단 활동이 있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다. 서귀포 어린이들은 서귀포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나 제주 곳곳에 제2, 제3의 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이 계속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가톨릭 성가에도 다양한 장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정기연주회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각 성당의 성가대, 청년 성가대, 성음악연구회, 펠릭스합창단, 남성과 여성별로 구성된 중창단, 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악기와 보컬로 구성된 밴드 등의 활동을 한다. 미사에도 참여하고, 신심을 키우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가를 부른다는 것은 가톨릭 교회 속 봉사라는 틀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성음악을 확산시킨다는 것은 각각의 영역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금 더 보탠다면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의 이번 연주회 음원들이 널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무대 뒤에서 봉사활동하는 자모회분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항시 밝은 모습으로, 모든 아이들을 위해 사랑을 나누어주는 모습에서는 또 하나의 천사를 보는 듯하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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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im 2024-01-23 19:20:53 | 116.***.***.131
이 기사를 읽으면서 마치 음악회에 참가한 착각을 이르킬정도로 자세하며 이해를 높였다. 음악회에 참가했드라도 이글을 읽으면 마치 운동경기를보며 라디오 해설을듣는효과. 영상나오면 꼭 보고싶읍니다. 글쓴이 바람데로 어른들이 노력하여 좀더 확장된 신앙이벤트들이 발전되기를 소망해봅니다.

ㅇㅇ 2024-01-15 18:09:38 | 112.***.***.29
음악적이면 좋은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