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화숙식(過火熟食), 공직에서 받은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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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화숙식(過火熟食), 공직에서 받은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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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용철/ 서귀포시 중문동주민센터
임용철/ 서귀포시 중문동주민센터
임용철/ 서귀포시 중문동주민센터

벌써 2023년 계묘년이 다 가고 2024년 갑진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도 이뤘고, 실무수습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처음 발령을 받고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 보는 컴퓨터 프로그램, 결재 방법, 심지어 주민센터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것조차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우두커니 앉아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럴 때 선배 공무원들이 말도 걸어주고, 간단한 업무들도 알려주면서 많이 챙겨줬다. 본인의 일도 바쁠 텐데 애써 시간을 내 ‘커피 한잔할까?’ 하시며 힘든 건 없는지부터,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 직접 일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을 ‘꿀팁’들도 아낌없이 알려주셨다.

그런 관심과 배려들이 그날 퇴근을 뿌듯하게 하고 다음날 출근을 힘들지 않게 하는 힘이 됐다. 별거 아닌 농담, 지나갈 때 웃으며 하는 인사 한마디,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힘든 거야’ 하는 격려 한마디가 좌충우돌 실수투성이인 나에겐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었다.

과화숙식(過火熟食)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지나가는 불에 음식이 익는다’는 뜻으로, 특별히 어떤 사람을 위하여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에게는 은혜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공직에 들어오고 나서 친절에 관한 기고문을 많이 봤다. 친절이란 무엇일까? 가끔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치매로 길을 잃은 어르신의 집을 발 벗고 나서 찾아주는 것? 보이스피싱에 빠질 뻔한 사람을 내 일처럼 나서서 구해주는 것? 물론 모두 훌륭한 일이고 전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만큼 훌륭한 일이지만 매일 이런 일을 겪기도,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친절이란 지나가면서 나누는 별거 아닌 농담, 웃으며 하는 인사 같은 딱히 특별하지 않고 마치 ‘지나가는 불’ 같은 일상에서의 관심과 배려였다.

요즘 세태를 보고 ‘혐오의 사회’, ‘분노의 사회’라고들 한다. 개개인이 마음의 여유가 없기에 점점 날 선 관계가 되고 사회도 점점 냉랭해지는 것 같다. 다가오는 갑진년엔 모두‘지나가는 불’이 되어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의외로 세상을 익게 만드는 데에는 별거 아닌 한두 마디의 반갑고 따뜻한 인사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임용철/ 서귀포시 중문동주민센터>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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