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선생 길', 꼬마탐험대가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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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선생 길', 꼬마탐험대가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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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꼬마탐험대 '부종휴 선생 길 걷기' 행사
77년 전 모험.도전의 길을 따라서...25일부터 사진전도 개최
사진은 2019년 처음 열렸던 부종휴 만장길 걷기 행사.
사진은 2019년 처음 열렸던 부종휴 만장길 걷기 행사.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선각자로 평가받는 부종휴 선생(1926~1980)이 77년 전 '꼬마탐험대'와 함께 나섰던 모험과 도전의 길을 후배들이 따라 걸어보는 행사가 펼쳐진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김희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사장 김상철)과 사단법인 한산부종휴선생기념사업회가 주관한 '2023 한산 부종휴 선생 길 걷기 행사'가 오는 10월 7일 김녕초등학교와 만장굴 일대에서 열린다. 

행사는 이날 오전 9시30분 김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포문을 연다.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에 이어, 개회식이 진행된다. 개회식에서는 한산 부종휴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부종휴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어 꼬마탐험대 발대식을 가진 후 만장굴을 향해 출발한다. 오전 10시 버스에 탑승해 만장굴까지 이동한다. 만장굴에서는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비공개 구간을 탐험한다. 

부종휴 선생은 1926년 구좌읍 세화리에서 태어났다. 진주사범학교에 진학해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1945년 김녕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 사회활동을 시작한다. 198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교육자, 음악인, 용암동굴 탐험가, 동굴학자, 식물학자, 산악인, 자연보호운동가, 제주자연생태계 연구가, 사진가 등으로 활동했다.

김녕초 교사로 부임한 직후인 1946년, 5-6학년 학생 30여명과 함께 꼬마 탐험대를 조직해 4차례의 답사 끝에 동굴 전 구간을 탐험했다.

당시 이들은 제대로 된 조명이나 장비도 없이 횃불과 짚신에 의지해 최초로 만장굴을 탐험했다. 단순히 탐험만 한 것이 아니라 조명반, 보급반, 측량반으로 역할을 나누어 맡아서 동굴을 조사했는데, 수차례에 걸친 탐험 끝에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만장굴의 실체를 확인하여 세상에 알렸다. 

탐험을 마친 부종휴 선생은 길다는 의미의 만(万), 동굴의 끝인 만장굴 제3 입구의 옛 이름인 ‘만쟁이 거멀’에서 ‘장(丈)’ 자를 따서 ‘만장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만장굴 탐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험 정신을 발휘해 일권낸 놀라운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부종휴 만장길 조형물.
부종휴 만장길 조형물. 사진은 2019년 걷기 행사 中.

이번에 꼬마탐험대가 걷는 '부종휴 만장길'은 77년 전 부종휴 선생이 첫 제자들과 함께 걸었던 길로, 김녕초등학교에서 만장굴 1입구까지 약 4.2km 구간에 걸쳐 조성됐다. 세계유산본부와 제주학연구센터 등이 지난 2018년부터 조사 및 고증하고 표지석과 이정표를 설치했다.

당시 20대 초반의 젊은 교사와 10대 초반의 초등학생들이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설레며 걸었을 발걸음이 상상된다. 77년 전 부종휴 선생과 함께 꼬마탐험대가 오갔던 길을 후배들이 따라 걸으며 선배들의 업적을 돌아보고 모험과 도전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만장길 탐험이 끝나면 만장굴 입구에 위치한 미로공원 앞에서 참여 아이들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2023 한산 부종휴 선생 길 걷기 행사'가 오는 10월 7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김녕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부종휴 선생과 김녕 꼬마탐험대의 만장길을 따라서' 행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2023 한산 부종휴 선생 길 걷기 행사'가 오는 10월 7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김녕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부종휴 선생과 김녕 꼬마탐험대의 만장길을 따라서' 행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김녕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부종휴 선생과 김녕 꼬마탐험대의 만장길을 따라서' 행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김녕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부종휴 선생과 김녕 꼬마탐험대의 만장길을 따라서' 행사. (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 '부종휴 만장길'과 '한산길'은? 

부종휴 선생이 세상에 머문 54년의 시간, 발자취는 참으로 길고, 넓고, 깊고, 굵게 남아 있다. 

제주섬 곳곳 부종휴 선생의 눈길과 숨결이 닿지 않았던 곳이 드물고, 그로 인해 묻혀있던 가치가 빛을 찾은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특히 만장굴과 한라산은 부종휴 선생의 값진 발자취가 오롯이 담겨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용암동굴을 탐사하기 위해, 식물을 조사하기 위해 부종휴가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그곳. 그의 눈길과 마음 그리고 발자국이 모여 마침내 길이 이루어진 두 곳이 '부종휴 만장길'과 '부종휴 한산길'이라는 이름으로 거듭 태어났다. 

'부종휴 만장길'은 용암동굴을 찾아가는 길이다. 용암동굴을 탐험하고 그 가치를 알렸던 역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46년부터 1947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탐사가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1차 탐사에서는 제1 입구 동북굴 630를 확인했다. 꼬마탐험대와 함께 했던 2차 탐사에서는 굴 입구에서 12km 지점인 2입구 지점을 확인했다. 3차 탐사에서는 굴의 종점인 지하만쟁이 거멀을 발견했다. 동굴 답사를 완성한 것이다. 

1947년 2월20일 이뤄진 4차 답사에서는 지상 만쟁이거멀을 최종 확인했다. 이 때에는 꼬마탐험대 30여명과 더불어, 김녕중학원 학생 20여명도 함께 했다. 이틀 후인 그해 2월22일 이 동굴을 '만장굴'이란 이름을 붙였다. 2월24일에는 전교생과 교직원이 운동장에 모두 모인 가운데 '만장굴' 이름 명명 선포식을 개최했다.

만장길 코스는 당시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가 미지의 용암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걸었던 옛 길을 뼈대로 김녕초등학교에서 시작해 만장굴 1입구까지 4.2km 구간이다.

굴 탐사 1972년. 어느 동굴 탐사 도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 번째가 부종휴 선생, 세 번째가 장남 명제씨, 네 번째는 부인 이정희씨. (2023년 부종휴 길 걷기행사 자료사진 中)
굴 탐사 1972년. 어느 동굴 탐사 도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 번째가 부종휴 선생, 세 번째가 장남 명제씨, 네 번째는 부인 이정희씨. (2023년 부종휴 길 걷기행사 자료사진 中)

한산길은 부종휴 선생이 식물을 조사하기 위해 숱하게 다녔던 한라산 등반길 가운데 하나이다. 

부종휴 선생이 1978년 남긴 글에 따르면 그는 "식물을 연구하다 보니 산에서 살다시피 했고, 한라산 정상까지만 365회의 등산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라산 정상까지 등반한 횟수이고, 한라산에 다녀온 횟수는 그 자신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 곳곳을 누비며 330여종의 식물을 직접 찾아내어 숨겨진 제주의 가치를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종휴 선생은 빌레못동굴, 수산 동굴, 미약굴 등 제주의 많은 동굴들도 직접 탐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평생을 바쳐 제주 자원의 가치를 밝혀낸 그의 업적을 발판삼아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1970년대 한라산 조사 도중 정상부 남벽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부종휴 선생이다. (2023년 부종휴 길 걷기행사 자료사진 中)
1970년대 한라산 조사 도중 정상부 남벽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부종휴 선생이다. (2023년 부종휴 길 걷기행사 자료사진 中)

◇ 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사진전, 10월9일까지 진행

한편, '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사진전'도 열린다. 사진전은 25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로비에서는 진행된다. 사진전 및 행사 관련 문의전화=064-726-6425. <헤드라인제주>

'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사진전'이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사진전'이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사진전'이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유산 선각자 부종휴 사진전'이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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