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시원하게, 편하게
상태바
속 시원하게, 편하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이현미/ 서귀포시 공보실
이현미/ 서귀포시 공보실ⓒ헤드라인제주
이현미/ 서귀포시 공보실 ⓒ헤드라인제주

2014년 12월, 터키에 살고 있는 무하렘 야즈안씨는 집 앞에서 만난 사람이 인사를 건네고, 동네 빵집 주인이 말을 건네고, 택시 아저씨가 어서오세요 인사를 하니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인데 왜 이 청년은 울음을 터뜨렸을까.

그건 바로 야즈안씨가 청각장애인이며, 이들이 건넨 인사가 모두 수어였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나누어지는 특별할 것 없는 대화이지만 평생 자신의 언어인 수어로 이웃과 대화한 적이 없었던 그에게 이 이벤트는 너무나도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수어통역사인 나에게 ‘자막이 있는데도 수어가 필요하냐, 필담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어는 수화언어의 준말로 손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이다. 즉 고유의 문법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한국어와 다르다.

외국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곳곳에서 들리는 한국어가 편안하게, 또렷하게, 속 시원하게, 정확하게 이해되었던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수어가 모국어인 농인(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소리글자인 한글은 듣지 못하는 이들에겐 사용하기 어렵다.

‘은/는, 이/가, 을/를’을 들음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청인(청력이 있는 사람)과 달리 오로지 공부로 외워야하는 농인에게는 보이는 언어, 시각언어, 표정으로 감정을 전하는 언어, 조사가 없는 언어 바로 수어가 제일 속 시원하고, 정확하고, 또렷하고, 편하다.

친절은 상대방을 만족하게 하는 자기표현이다. 상대방을 위해서 내가 하는 표현인 것이다. 내가 편할 때, 내가 가능할 때, 내 상황에 따라서가 아니라 상대방 중심으로 해야 한다.

공직자의 경우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그 모든 시민에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도 포함되어 있다.

관공서를 비롯하여 평생 이웃과 대화를 제대로 못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의 언어인 수어로 대응해보면 어떨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좋습니다. 미안합니다.

우리에게는 잠깐의 한 마디이지만,

일상에 살면서 주위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것, 그 평범하고 당연한 것을 평생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따뜻하고 귀한 한 마디가 될 것이다. <이현미/ 서귀포시 공보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