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 제도개선 과제 중 30건만 수용...재정특례는 줄줄이 삭제
정부는 절반 축소...국회도 추가적 손질...'무늬만 특별자치도' 논란
[종합] 제주특별자치도 7단계 제도개선안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에 반영된 핵심과제는 최초 제주도 제출안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허탈감을 주고 있다.
정부는 입법준비 단계에서 재정특례를 비롯한 과제목록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국회도 심사 과정에서 이해 못할 추가적 손질을 하면서, '무늬만 특별자치도'란 도민사회 푸념과 원성은 커지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안을 가결 처리했다.
지난 2021년 1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지 1년 7개월만이다. 제주도가 제주도의회 동의절차(2020년 3월)를 거쳐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 제출한 시점(2020년 7월)을 기준으로 할 때는 3년만이다.
국회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2월 되어서야 국회 행정안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으나, 올해 2월과 4월, 5월, 그리고 이달 15일까지 4번에 걸친 심사 끝에 법사위 제2소위원회 관문을 통과했고, 지난 20일 법사위 전체회의을 거쳐 2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주도는 개정안의 국회 통과 직후, "주민자치회 시범 운영 등 30개 제도 개선을 이뤄냈다"면서 "제주의 빛나는 도약과 발전을 위해 특별법 개정에 마음을 모아주신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정의 입장처럼 우여곡절과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통과를 이뤄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7단계 제도개선의 성적표는 다소 민망하게 다가오고 있다.
제주도에서 제출한 제도개선 목록 중 절반 이상이 배제되는, 그것도 핵심적 알맹이는 쏙 빠진 초라한 결과물의 내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개정안에 포함된 제도개선의 과제는 30건이다. 이는 제주도가 도의회 동의를 거쳐 제출한 57건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치다.
사실 '반타작'의 성적표는 지난 2021년 12월 국무회의 통과 시점에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당시 정부는 제주도가 요청한 57건 중 36건만 수용했다. 나머지 21건은 불수용했다.
특히 '불수용' 내용을 보면, 재정특례 사항들이 대거 제외됐다. 국세의 제주특별자치도세 이양, 면세점 매출의 관광진흥기금 부과, 카지노업 갱신허가제 도입 특례 등의 삭제가 그 대표적 예다.
국세의 제주특별자치도세 이양의 경우 국세 중 입장행위 및 영업행위에 대한 개별소비세부터 시범적으로 제주도세로 이양하는 안이 요청됐으나 무산됐다.
보세판매장에 대해 매출액의 1% 이내 금액을 제주관광진흥기금으로 부과하도록 한 규정도 요청됐으나 정부는 이를 배제시켰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을 임명할 경우 도지사가 복수 추천하거나 도지사와 협의하도록 하는 JDC 이사장 임명특례 조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체제 분야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제외됐다. 이 제도개선안은 2020년에도 지원위원회에 제출됐으나, 정부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특별자치도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고, 도지사와 행정시장 사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조정이 어려운 점 등이 예상된다며 '불수용'을 결정한 바 있다.
국회 심사 단계에서는 추가적 손질이 이뤄졌다.
행안위 심사 과정에서는 정부 입법 당시에는 배제됐던 JDC 지정면세점 수익금의 5% 이내를 지역농어촌진흥기금으로 출연하는 것을 의무화한 조항이 반영됐다.
반면, 행안위에서는 △주민조례발안 청구요건 완화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립절차 도조례 위임 △소규모 가축사육시설 소독설비등에 관한 특례가 삭제됐다. 법사위 소위에서는 △행정시의 사무민간 위탁에 관한 특례 △카지노 양도양수 사전인가제 등의 내용을 담은 카지노업 지위승계 등에 관한 특례 및 카지노업 인가의 취소에 관한 특례가 걸러졌다.
결국 최종적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한 특례는 30개 목록에 그쳤다.
◇ 7단계 제도개선, 반영된 주요 내용은?
물론 통과된 과제목록에서도 특별자치도 제도개선에 있어 의미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자치권한 기능 강화를 위해 주민자치위원회 설치 규정을 임의규정으로 전환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상 주민자치회를 자율적으로 시범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장 및 감사위원 선정 시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정·추천위원회의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했다. 기존에는 도지사가 지명하던 감사위원장을 앞으로는 추천위원회 공모 및 배수 추천 후 지명을 해야 한다. 감사위원의 경우에도 현재에는 제주도와 도의회, 교육감이 추천하는 방식이나, 앞으로는 공모를 통한 추천으로 바뀐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등 재난 발생 시에는 도지사가 법무부장관에게 즉각 무사증 입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창출장려금사업 권한을 이양받아 도에서 직접 수행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제주의 교통상황을 반영한 버스전용차로 운영을 위해 전용차로의 종류를 비롯해 전세버스와 택시 등 전용차로 통행가능 차종 등에 관한 사항을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청정 환경 보전을 위해 세계환경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도조례에서 법정계획으로 격상하고, 관련된 국가의 역할을 강화했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도 재협의 및 변경협의 대상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제주의 경우 도조례로 평가대상사업을 확대 운영하고 있으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재협의 대상이 아닌 경우 재협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절대·상대·관리보전지역 행위제한 위반사항에 대해 원상회복 명령과 대집행 근거 규정을 신설하고,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변경협의 대상 기준을 이양 받았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이뤄졌다.
물 관련 계획의 최상위계획으로 통합물관리기본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했으며, 지하수 굴착과정에서 오염 유발 가능성이 있는 굴착행위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했다.
◇ 제주는 '더딘' 권한이양, 타 지역은 '한 번에'...과제는?
하지만 이번 7단계 제도개선의 결과는 과제 발굴 기간 및 검토기간을 포함하면 족히 3~4년이란 시간을 들인 공에 비해, 매우 미흡한 것이어서 포괄적 권한이양에 대한 논의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단계별로 이뤄져 온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방식을 앞으로는 한번의 법 개정으로 일괄적으로 권한을 이양받는 포괄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권한이양은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가 출범 한 후 총 6차례에 걸친 제도개선을 통해 이뤄졌다. 당초 정부는 특별자치도 출범 초기에는 제주도에 연방제 수준의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과 외교, 사법을 제외한 모든 중앙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권한이양은 단계별 제도개선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매우 더디게 진행됐고, 재정지원이 수반되는 특례를 비롯해 제주도에서 강하게 요구해온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지역형평성 논리' 등을 들며 배척 당하기 일쑤였다.
종전까지 6단계 제도개선이 이뤄졌는데, 지난 6차례에 걸친 제도개선을 통해 4660건의 특례를 이양 받았으나 이양 방식이 조문별 특례 형태로 추진되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입법화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어 입법체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자치분권체제의 변화도 또 다른 고민에 놓이게 됐다. 세종시에 이어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등으로 인해 제주만의 '특별자치도' 명분은 약화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하나의 제도개선을 위해 수년의 노력을 펴 왔지만, 새로운 특별자치 지자체에서는 한번으로 일괄적 권한이양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단계별․조문별 특례 이양 방식의 반복적인 제도개선은 입법완료시까지 장기간이 소요되어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된 환경은 단계별 제도개선의 한계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오영훈 지사도 21일 7단계 제도개선 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따른 메시지에서 '포괄적 권한이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지사는 "이제부터는 시행령과 조례 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 개정안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철저를 기하겠다"면서 "아울러 행정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는 법률 단위로 사무를 이양받는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으로 대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다음은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 최종 수용 및 불수용 과제 목록. ◆제도개선 '수용' 과제목록(30건) 1.도의회 인사독립성 보장 △주민조례발안 청구요건 완화 |
이걸 대단한 성과라고 감격해 하는 도정이 우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