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 파국수습, 조속한 처리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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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예산 파국수습, 조속한 처리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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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도의회 원포임트 임시회, 걱정이 큰 이유
논란 쟁점 '합의' 없는 미봉책 불과...예산 갈등 반복 불씨 그대로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간 갈등 속에 지난 임시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던 제주특별자치도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처리 수순에 들어간다. 제주도의회가 오는 6월5일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로 임시회를 열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도의회의 원 포인트 임시회 결정은 지난 26일 오후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도의회 방문이 있은 직후 이뤄졌다. 오 지사가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자, 도의회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며 결정됐다.

어쨌든 이날을 기점으로 격하게 대립했던 갈등 상황은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숨고르기를 하며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리는 날까지 추경예산 계수조정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파국을 부른 이유 중 하나가 도정과 도의회간 소통의 엇박자, '불통'과 관련한 문제였는데 대화하고 조정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분위기는 뭔가 묘하고 찜찜하다. 추경예산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극한 갈등상황이 대화와 조정 국면으로 전환된 것 자체로도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기는 하나,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도정이나 도의회 모두 '조속한 처리'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조속한 처리에 뜻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그 흔한 합의문 하나 없다. 도민들이 걱정하고 있으니 빨리 처리하자는 것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6일 제주도의회를 방문해 김경학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언장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6일 제주도의회를 방문해 김경학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언장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5월 임시회의 예산 갈등은, 비단 이번 추경예산의 문제만이 아니다. 매 예산편성 때마다, 예산심의 때마다 반복돼 온 문제, 노정돼 온 시스템의 문제이다. 모순이 계속적으로 축적되었고, 그 과정에서 앙금의 덩어리가 만들어졌고, 이것이 이번에 정면 충돌하는 대립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추경예산에서 불거진 논란의 본질은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준의 문제, 예산심의과정 증액 관행의 문제이다. 

도의회 입장에서 예산 편성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민생경제 활력화' 기조로 편성됐음에도 실제 민생과는 거리가 먼 사례들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골목상권과 1차산업의 내수진작, 취약계층의 생계 안전망 강화, 서민가계의 생활안정 등의 사업비들이 부분적으로 반영되기는 했지만, 최대 쟁점이 됐던 송악산 사유지 매입비 161억원을 비롯해 공공주택 건설 부지 매입비 50억원, 제주대학교 버스회차지 조성 토지 매입 89억원 등의 토지매입비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원테크노캠퍼스 지구단위 계획 수립 예산(10억원)과, 메타버스 제주 구축사업(5억원), 15분도시 제주홍보 다큐멘터리 제작(7000만원) 등도 민생 기조와는 체감도가 크다.

사전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문제도 대거 지적됐다. 일례로 송악산 사유지 매입비를 편성하면서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절차를 사전에 받지 않은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제주대 입구 회차지 사업비의 경우에도 타당성은 인정되나 예산편성 전 사전절차인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문제가 제기됐다. 

도의회에서 지적한 '편성과정의 문제'는 타당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예산 편성의 원칙과 기준을 보다 명확히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제주도정에서 제기하고 있는 도의회의 '증액예산 관행'의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선 자치시대 이후 지속적으로 행해져 온 관행적 문제이기는 하나, 해를 거듭할 수록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고, 의원들이 '지역구 배분' 식 증액편성을 마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서도 다 그런다", "왜 도의회만 갖고 그러냐"고 하지만, 국회에서 행해지는 증액 배정은 도의회에서 행해지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국회에서는 증액예산 하나를 반영시키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제시하고 정부를 설득하고, 국회 내에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며 반영하는 과정이 있다. 반면 도의회의 증액예산은 매우 즉흥적으로 배분이 이뤄지고,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반영되는 문제가 있다. 

제주도정이 도의회에서 증액편성한 사업 중 '이호조(지방재정관리시스템) 미입력' 및 '사전 심사 미이행' 사업 등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어쩌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의회에서 즉흥적으로 편성한 사업예산을 100%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증액사업에 대해 '포괄적 동의'를 요구하는 것도 분명 잘못된 행태다. 이는 도민의 혈세를 소중하게 쓰지 않고, 마음대로 쓰겠다는 억지에 다름없다. 

도정에서 편성한 예산은 문제가 있다고 실컷 지적해놓고, 정작 자신들은 떡반 나누기식으로 증액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속된 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증액 편성 자체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증액을 하더라도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는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의회가 주장한 예산편성의 문제, 도정이 고수하고 있는 관행적 증액편성의 문제는 적당히 양보하며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 도정과 도의회에서 주장해 온 내용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도의회는 이번 추경 민생예산 아니다. 민생경제 활력화 기조와는 거리가 있는 예산들이고, 의무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한 부분도 있어 대규모 걈액 조정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도정도 마찬가지다. 계수조정 과정에서 증액된 예산, 조건부 동의가 이뤄진 예산에서는 집행할 수 없다며 보조금 심사를 원칙대로 하면서 예산 갈등을 촉발시킨 것 아닌가. 증액예산에 대한 포괄적 동의는 어렵고, 관행적 증액예산은 개선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예산 편성과 심의 때마다 이러한 논란, 갈등, 대립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혁신 예산'을 위한 논의와 타협이 필요하다. 

그런데 원 포인트 임시회 개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오 지사가 도의회에 가서 자세를 한껏 낮추며 사실상 유감을 표명하는 제스처를 보이자, 도의회가 못 이기는 척하며 추경예산 조속한 처리를 수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내용은 없었다. 그동안 대립해 온 쟁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방향만 살짝 언급된 것이 전부다. 상임위원회 사전 심사 과정에서 430억원대에 달했던 계수조정 감액을 200억원 이하로 줄이겠다는 부분, 논란이 됐던 쟁점 사업을 처리하겠다 등등.

도의회 입장에서 볼때, 예산 편성이 잘못됐다, 정말 민생예산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됐다면 적당히 감액 규모를 줄이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 아니라, 도정으로 하여금 민생기조에 맞게 예산을 재편성하도록 요구하든지, 대폭적 보완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그러지 않았다.

제주도정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증액 예산'이 잘못됐다면서 당당히 나가야 한다, 보조금 심사 바로 해야 한다 해놓고, 도의회에 가서는 당당히 말도 못했다. 거두절미 하고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물론 도정이나 도의회 모두 '조속한 처리'의 이유를 추경예산이 늦어짐으로써 도민들에게 큰 피해를 예상되고, 이번 갈등 대립상황이 만들어진 부분에 대해 도민들에게 송구한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걸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원포인트 임시회가 확정되면서 추경예산은 당초 예정됐던 6월 정례회 개회 시점(6월13일)보다 일주일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임시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집행시기는 이미 열흘 정도 늦어진 상황이다. 이왕 늦어진 거 일주일 정도 더 늦게 해서, 무슨 문제가 있나.

대학생들 '천원의 밥상', 6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부분은 정중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면 될 부분이다. 아주 심각한 대혼란이 빚어지는 그런 사업은 아니다.

지역화폐 '탐나는전'이 5~10% 즉시 할인의 중단, 물론 지역경제 활력화를 생각한다면 이 역시 중단없이 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할인혜택의 중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예산이 소진될때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해왔다. 중단됨이 없이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으로 며칠 중단됐다고 해서, 지역경제에 아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정도는 아니다. 이게 그렇게 중요했다면, 본예산에서는 왜 고작 5개월만에 소진될 정도로 예산을 편성했는가. 본예산에 찔끔 편성하고, 추경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는건 책임 회피다.

도정이나 도의회에서 과하게 반응한 면이 있다. 양측의 입장이 모두 모호하다. 진심이 뭔지 헷갈리게 한다. 진심이었다면, 일주일 빠른 처리보다는 '예산 혁신'을 위한 논의를 재개했어야 했다. 2015년 본예산 부동의 파국 때 도정과 도의회가 협의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런 노력이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원포인트 임시회 합의는 예산 갈등 문제 해결의 새로운 진전이 아니다. 근본적 처방책이 아니다. 도민들 보기에 안좋으니, 일단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보조금 심사 논란, 그리고 관행적 증액예산의 개선, 논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이참에 예산 혁신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어야 했는데, 도정이나 도의회는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 덮어두는 우를 범하고 있다.

결국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겨둔 셈이다. 다음 예산 때, 이번과 같은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원 포인트 임시회를 바라보며 걱정이 커지는 이유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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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05-30 18:33:10 | 14.***.***.188
버스 회차지,,,,예산 89억원 삭감 잘했다
ㅡ제주대 회차지는 폐쇄시키고,,,,경유지로 전환하고,
ㅡ5분거리에 있는 제주국제대 회차지에 이미 버스전용주차장 30여대와
승용차 100여대주차장이 시설완료,,이곳에 회차지로 사용하라
ㅡ또한 불필요하고,한명도 안태우는 버스구간은 과감히 폐쇄,또는 조정하라
,,시청,노형오거리.화북..에서도 흔히볼수있다...
,,제주대 회차지에 가서보라,,항상 25대 이상이 놀고있쩌..노형도 보라 20대놀고있쩌,,
ㅡ터미널.공항출발.111.222.직행은 세금낭비 1순위이어서 노선폐쇄.
281.서귀포.남원.성산.간선행 모두폐쇄하고.,국제대에서 출발허라

공감 2023-05-30 14:24:38 | 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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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나 도의회 제대로 해라
도민들 바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