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의 다정한 이웃, 보건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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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의 다정한 이웃, 보건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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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은주 /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신풍보건진료소 
장은주 /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신풍보건진료소 
장은주 /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신풍보건진료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의외로 매우 작은 것일 때가 많다. 가게 직원의 작은 미소, 무심코 베푼 친절에 대한 감사 인사 등 작은 이유로 하루가 충만해진다. 멀리서 산새 소리가 들려오고 살랑이는 봄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에 내가 근무하는 보건진료소가 있다. 여전히 병원을 가려면 1시간에 한 번 있는 버스를 기다려야만 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보건진료소를 방문하는 대다수는 고령의 어르신인 경우가 많다.
 
2년 전 갓 발령을 받고 호기롭게 근무를 시작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해야할 일에 압도되어 방문하시는 분들의 다른 것은 보지 못했다. 주어진 기한까지 업무를 처리하기 바빴던 것이다. 이 곳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은 종종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우편물을 가져와 읽어주기를 원하고 어디가 아파서 오셨냐는 물음에 한참을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신다. 마음에 작은 여유도 없던 그때의 나는 얼른 하던 업무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저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누구의 집이 어디인지 가족들이 누구인지, 그 분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자 그들이 한 번 다녀가는 민원인이 아닌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 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할머니가 나에게 우편물을 가져오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혼자 살며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할아버지가 얼마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지 느낄 수 있다. 굳이 거창한 행동이 아니더라도 들어주는 것, 미소 한 번으로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요즘 자주 느끼고 있다.
브라이언 헤어의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 따르면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종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정함이라고 한다.

친화력으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협력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갔고 그 결과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적을 극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정함은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나 또한 우리 마을의 다정한 이웃이 되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행복을 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할 것이다. <장은주 /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신풍보건진료소>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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