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 수난...발굴현장 방치.원형훼손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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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 수난...발굴현장 방치.원형훼손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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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표본조사 현장 반 년간 방치...토성도 곳곳 원형 훼손
항몽순의비 담벼락 등 파손...시민들 "삼별초 명성 무색"
ⓒ헤드라인제주
지난 12일 오후 '항푸두리 항몽 유적지' 내 문화재 조사를 위해 발굴된 현장이 정리가 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고려시대 여몽 연합군에 맞서 싸운 삼별초의 최후 항전지인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소재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

강대국들의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쟁을 벌인 고려 무인의 기상과 결의를 후손에게 전하고자, 사적 제396호로도 등록돼 있는 이 유적지가 전반적으로 부실한 관리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오후 <헤드라인제주> 취재진이 다녀간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는 문화재 표본조사를 위한 발굴현장이 정비 없이 방치되어 있었고, 핵심 유적인 '항몽순의비' 일대, 토성 등이 훼손돼 있었다. 또 안내판, 진입 금지막 등의 시설물들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먼저, 돌쩌귀, 기와, 자기, 구시물 등이 발굴된 유적터 인근에는 '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 발굴지 정비사업 부지 내 문화재 표본조사'가 진행된 상태였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월 3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것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발굴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해당 터는 반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별다른 정비 없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발굴작업이 이뤄진 곳 주변에는 낙엽, 나무가지가 여기저기 보기 좋지 않게 흩어져 있었고, 진입 금지막은 뽑힌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현장 보존과 정비가 부실해 보인 것은 물론이고, 올레길 16코스와 토성을 가기 위해 이 근처를 지나는 탐방객들에게 미관상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삼별초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항몽순의비'가 있는 곳의 어느 한쪽 담장은 처참하게 파손돼 있기도 했다. 

이곳 주변에는 접근금지 띠가 둘러져 있었는데, 언제 정비를 진행한다는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한 별도의 시설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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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 발굴지 정비사업 부지 내 문화재 표본조사' 현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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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군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항몽순의비'가 있는 곳 어느 한쪽 담장이 파손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의 핵심이기도 한 토성도 역시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토성은 삼별초 군이 여몽연합군과의 싸움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축성된 방어시설이다.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언덕과 하천을 따라 축성했는데, 그 길이만 3.8km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뛰어난 기술로 축성돼 보존과 연구 가치가 높아 학계들에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실상은 현장 보전과 관리가 미흡한 상태였다.

일부 구간에는 진입 금지막이 있었으나 대부분은 설치되지 않아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렇다 보니 땅 곳곳이 파여 원형 훼손이 심각했다. 심지어 진입 금지막이 있는 곳조차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이에 대한 별다른 통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길목에는 큰 나무가 쓰러져 있거나, 잡다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는데 총체적으로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이밖에도 토성을 설명하는 안내판은 전부 녹슬고 지워져 흉물처럼 변해있기도 했다. 유적터는 일부 구간에 진입 금지막이 설치돼 있지 않아 사람들이 드나들며 훼손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훼손된 토성의 모습. 출입금지 구역인데도 탐방객들의 발자국이 훤히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훼손된 토성의 모습. 출입금지 구역인데도 탐방객들의 발자국이 훤히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아이 한명이 토성의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아이 한명이 토성의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부산에서 여행왔다는 탐방객 ㄱ씨는 "녹차밭도 있고, 봄에는 꽃 축제도 하고 역사적으로도 유서 깊은 제주 대표 관광지라고 해서 왔는데, 계단, 난간, 돌담 등 시설물들이 파손돼 있는 것이 많아서 보기 안좋다"며 "삼별초 명성이 무색하게 실망스럽기만 하다. 눈에 크게 띄지 않으니까 관심을 갖지 않는 거 같다"고 질책했다.

또 가족들끼리 산책을 나왔다는 ㄴ씨는 "(토성에 대해)유적인데 사람들이 저기서 방방 뛰어다니는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일부 구간은 개방할 수 있겠으나 전 구역을 개방하면 어떻게 관리를 하겠다는 건지, 관리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항몽순의비 담장은 파손된 게 아니라, 각종 정비 및 발굴 활동에 사용할 물건들을 옮기고 보관하기 위해 임시로 허물어 논 것으로, 다시 재정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발굴 현장 진입금지막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어 쓰러진 것 같다. 내일 바로 정비를 하도록 하겠다"며 "토성도 관련 부서와 논의해 빠른 시일 내로 전수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타 시설물 관리와 유적 보존을 위해 정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지만 넓은 곳을 세심하게 관리하기에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며 "지적하신 부분들을 꼼꼼히 점검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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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고 훼손된 토성 안내판.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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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터 일부 구역에 진입 금지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모습.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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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2022-03-18 10:09:44 | 14.***.***.166
일반 건설 토목공사도 사람안전하게 즉시 복귀하는 작업을 실시합니다.
매번 지나가는 시민으로 아예 땅파고 방치하다 싶은 마음을 갖고는 있었습니다만 막상 매의눈을 가진 기자의 눈으로 보니
정말 방치를 너무하다 싶습니다.
예산돈줄때는 땅파고 뒤집고 한 업자는 경찰조사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