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교서 수개월간 학교폭력 시달려도...'분리조치도 없었다'
상태바
제주, 중학교서 수개월간 학교폭력 시달려도...'분리조치도 없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학교 신입생, 동급생 3명에 폭력.괴롭힘...전치 8주 진단
교육당국은 솜방망이 징계...피해.가해학생 분리는 "어렵다"

"학생이 친구들과 놀다가 다쳤는데, 학교로 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버님."

지난 9월 14일 오후 3시쯤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다쳤다는 전화를 받은 ㄱ군(14)의 아버지 ㄴ씨는 일을 제쳐두고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학교에서 본 아들의 모습은 결코 놀다가 다친 모습이 아니었다. 신체 곳곳에 고통을 호소하는 아들을 데리고 우선 가까운 정형외과로 가서 진료를 받았다. 

X선 촬영을 한 뒤 의사는 ㄴ씨에게 상황이 심각하다며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ㄱ군의 증상은 성장판 손상, 어깨 뼈 골절 및 탈골이었다. 

약 5개월 동안 학교 폭력을 당한 중학생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찍은 X선 사진. 이 학생은 성장판 손상, 어깨 뼈 골절 및 탈골 등의 부상을 입었다. ⓒ헤드라인제주
약 5개월 동안 학교 폭력을 당한 ㄱ군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찍은 X선 사진. ㄱ군은 성장판 손상, 어깨 뼈 골절 및 탈골 등의 부상을 입었다. ⓒ헤드라인제주

ㄱ군은 최소 8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었고, 이날 ㄴ씨는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폭력을 당해 왔다는걸 처음 알게됐다.

ㄱ군은 올해 3월 입학한 새내기 중학생이다.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지난 4월쯤부터 같은 반 학생 3명으로부터 지속적인 학교폭력의 대상이 됐다. 폭력과 괴롭힘은 약 5개월간 이어져 왔다. 

가해학생들은 ㄱ군의 몸에 손 소독제를 뿌리거나 다른 친구의 물건이 없어졌는데 이를 두고 '쟤(ㄱ군)가 가져갔다'고 하는 등 거짓말로 곤혹을 치르게 했다.

또 음료수 병뚜껑을 던지거나, 샤프 등 펜을 이용해 손을 찔러 심이 몸에 박히게 했다.

이밖에도 주먹으로 신체를 폭행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지난 9월 14일 ㄱ군에 대한 학교폭력 사실을 처음 인지한 뒤 부랴부랴 조사에 나섰다. 

내부 조사를 마친 학교는 한참 후인 지난 11월 3일이 돼서야 시.도 교육지원청 관계자, 학교전담경찰관, 학부모 등 전문가 및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ㄱ군의 어머니 ㄷ씨는 심의위원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학교 측에 가해 학생들과 분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지만, 학교 측이 내린 임시 분리 조치는 겨우 3일에 불과했다.

대책 심의위원회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분리조치가 불가능하다는게 학교 측의 입장이었다. 결국 학교 폭력 조사에서부터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인 50여 일 동안 ㄱ군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ㄱ군은 9월 중수부터 약 8주간 치료를 받아왔다. ⓒ헤드라인제주
ㄱ군은 어깨 골절 등을 치료하기 두달간 깁스를 하면서 심리치료와 대체교육을 받았다. ⓒ헤드라인제주

이 기간 동안 ㄱ군은 정형외과 치료와 심리치료를 비롯해 학교를 가지 못하고 대체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학생들이 같은 반에 있기 때문에 또 다시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같은 반에 있게 되면 학교폭력이 재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으로부터 분리 조치 또는 ㄱ군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 학생은 학교에서 학급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가해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학교 밖으로 피신 아닌 피신을 해야 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연은 지난 11월 22일 ㄷ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모중학교 학교폭력 피해자 엄마 입니다'라는 아들의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ㄷ씨는 글을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학폭위의 심의 결정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필요해 간절히 분리조치를 원하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교육, 봉사활동 몇시간이 우리 아이의 고통과 아픔에 맞 바꿀수 있는 합당한 징계인가"라며 "결국 피해자가 모든걸 감수하고 도망쳐야 하는 현실에 너무 화가나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학교폭력에 대한 메뉴얼이 너무 미비해 제대로 된 징계가 어렵다면, 메뉴얼을 다시 뜯어 고쳐 달라"라고 청원했다.

학교폭력 대책 심위위원회는 주요 가해학생 1명에 대해 학급교체를, 나머지 두 학생에게는 각각 출석정지 5일과 특별교육 및 교내 봉사활동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ㄴ씨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그토록 원했던 분리조치는 커녕 가해 학생들에게 너무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결되는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 수위는 △1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호 학교에서의 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처분 등으로 나눠진다.

ㄱ군과 가해 학생들에 대한 분리조치가 이뤄지려면 7호, 8호, 9호가 내려져야 하는데, 7호의 경우 수업시간을 제외한다면 학교내에서 언제든지 마주칠 수 있게 된다. 또한 8호와 9호는 강력사건 또는 중대한 범죄의 연루됐을 경우에만 내려진다는게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해 학생인 ㄱ군은 학교를 가기가 두려운 상황에 처해졌다. 가해 학생들은 다른 반으로 이동해 학교생활을 하거나, 학교를 며칠 쉬면 된다. 그게 아니면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하기만 해도 끝이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은 2차 피해를 비롯해 또 다른 보복의 두려움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인 ㄴ씨는 학교와 제주시 교육지원청에 항의전화도 수 차례 해보고 제주도교육청도 찾아가 봤지만 ㄴ씨를 도와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ㄴ씨는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전치 8주나 되는 부상을 입혔는데 분리도 시키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그 동안의 폭력이 너무 많았는데, 아이는 또 다시 학교에서 가해자들과 같은 반에서 학교생활을 해야된다, 이게 말이 되는거냐"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아이가 가해학생들 때문에 도저히 학교를 못가겠다고 하는데 학교측에서는 '방법이 없다, 행정심판을 신청하라'는 답변밖에 안하고 있다"며 "아들은 두달넘게 다른 기관에서 대체교육과,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가해 학생들은 버젓이 다른 친구들과 웃으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탄했다.

ㄴ씨는 심의 결과가 나온 날 아내와 아들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아들을 괴롭혔던 학생들과 만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가 열리면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의결되는데, 가해 학생의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1~9호까지 중 어떤 조치를 내릴지가 논의된다"며 "학교폭력 사안에 따라 수위가 결정되지만, 중대한 범죄나 강력사건에 연루될 경우에만 중징계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 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징계 절차가 끝나게 되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만나게 되는 상황에서 피해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은 아직 없다"며 "일방적으로 가해 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몰 수 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해당 중학교 관계자는 "학교 측은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사항을 이행할 수 밖에 없다"며 "위원회에서 가해 경중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차원에서 피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피해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트라우마가 남은 것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학교 측이 가해 학생을 다른학교로 보낼 수는 없다, 이는 법률로 정해져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함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해당 중학교 교장은 "ㄱ군을 위해서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 조치는 다 해줬다"며 "ㄱ군과 가해 학생들에 대한 분리 조치는 임시적으로나마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법적인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완전한 분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 ㄱ군이 등교를 하고 있으며, 가해 학생들은 다른 사정들로 등교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방학이 되기 전까지 가해학생들과 ㄱ군을 분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ㄱ군의 부모는 경찰을 찾아 ㄱ군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교육당국이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 스스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6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el 2021-12-30 13:01:07 | 218.***.***.148
가해학생보다 더 강해지세요. 그리고, 가해 학생은 앞으로 앞날이 모두 지금의 잘못으로 분명히 꼬리표처럼 처벌 받을 겁니다.
그리고, 가해 학생 부모님은 가서 당장 사과 하세요. 잘못했으니, 벌은 받는 것이고 벌 받았다고 사과안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부모가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면, 가해 학생들은 분명 또다른 범죄자가 될겁니다.

ET 2021-12-07 13:53:12 | 112.***.***.136
가해자는 계속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일상생활하는동안 피해자는 피신을 한다?
그럼 가해자는 그동안 반성을 할까요? 자기가 승자라고 좋아할까요?
피해자가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해야지 왜도망다니면서 학생의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드는지 학교와 교육부는 분리만 시키면 할일끝이란 얘긴가요? 저도 아이를 학교로 보내야하는입장이지만 이런 교육현실에 치가 떨리고 탁상행정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독자 2021-12-07 12:57:37 | 118.***.***.206
무조건 경찰에 고소하시고요 가해 학부모에게는 민사로 구상권 청구하세요 그리고 또 괴롭히면 또 고소하세요 그 방법 밖에는 없어요

노을 2021-12-07 11:05:14 | 59.***.***.80
이건 학교나 교육청 잘못이 더 크다
아이들을 왜 강제전학을 안시키는거냐? 조금이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런 조치는 아니지 않나?
교육감은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가해자만 포기하지 않으면 되나봄

바당 2021-12-07 09:47:46 | 118.***.***.130
피해자가 모든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제일 화가난다
교육부는 안동인권을 잊었는가!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처사다

똑같이 2021-12-07 07:41:58 | 223.***.***.66
내 자식을 위해 난 똑같이 해줄꺼다..
이래도 저래도 안된다면 내 인생이 끝장 나더라도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꺼다
아이 뿐만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 시킨거다..
자식을 잘못키웠으면 그 학생들의 부모는 뭐하는겁니까...?
목숨걸고 싹싹 빌어도 용서가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