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6일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미래전략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14억 들여 PWH컨설팅에 맡긴 용역보고서이다. 그 가운데 이미 제주트램을 제언한 바 있는 필자의 눈에는 수소트램이 큰 반가움으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떠 오르는 생각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JDC 미래용역은 기존 JDC의 역할을 개발자(developer)에서 통합자(integrator)로의 변신을 요청했다. '산업융합, 상생 및 협업을 통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JDC가 통합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기존의 개발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청은 꽤나 설득력을 갖는다.
차제에 JDC의 명칭도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제주생태도시통합센터로 바꾸는 건 어떤지 하는 생각이다. 사실 1997년 외환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외자유치와 리조트 개발에 초점을 두어 설립된 JDC의 변신 요청은 그 이후 2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보면 만시지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의 미래가치를 지속가능한 생태도시(eco-city)로 두는 게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도정의 캐치프레이드와도 어울려 보인다.
수소트램 제안은 최근 국내 기술로도 실현성 있어 보이는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친환경 미래에너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구조라 그 앞날을 쉽게 기약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대ㆍSKㆍ효성ㆍ한화 등 여러 국내기업들이 그린수소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그린수소가 현재로서는 멀어보이지만, 결국은 우리가 가야할 미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 수소트램은 미래전략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요는 경제성을 갖춘 수소에너지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JDC의 용역에는 유능한 기업과 손을 잡고 제주에서도 수소에너지를 창출해내는 산업단지 조성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기존의 풍력ㆍ태양광 등 제주에서 시도되었던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창출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함께. 미래에는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긴 흐름에 우리 제주도 어떻게든 동참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소전기트램은 JDC만의 미래전략으로 한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 봄에 현대로템이 수소전기트램을 선 보일 예정일 정도로 수소트램 개발이 상당히 진척되어 있다. 그렇다면 JDC가 기왕에 제주의 미래전략사업으로 수소트램을 구상하고 있다면, 통합자로서 JDC가 정부ㆍ제주도ㆍ현대로템 등과 손잡고 제주에서 수소전기트램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은 1회 충전으로 최대 200km를 주행거리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의 동서길이가 64km인 걸 고려하면, 1회 충전으로 20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기술력면에서도 꽤 괜찮아 보인다.
문제는 제주도정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2018년 현재 제주도정은 2023년까지 버스 등 대중교통 수송 분담율을 14%에서 20%로 늘린다는 구태의연한 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원시가 지난 1월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향후 10년간에 걸쳐 도시철도 3개 노선을 수소트램으로 추진한다고 천명하게 된 배경을 제주도정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창원시의 수소트램 추진에는 일차적으로는 정부의 친환경 교통확충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국토교통 그린뉴딜 3개년 계획'이 그것인데, 이 계획에 그린철도네트워크 확충의 하나로 친환경 트램 도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그린교통 정책을 십분 환용한다는 측면 뿐 아니라 기존의 원희룡 도정의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정책을 뛰어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서 트램 사업의 의의가 존재한다. 누구나 동의하는바, 교통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환경오염의 문제로 인해 무언가 미래지향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는 중언을 요하지 않는다.
도시이동을 제한하거나 관광객 수를 제한하자는 등의 수세적ㆍ소극적 대응은 시대착오적이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제주는 연 1,500만의 관광객이 오가는 국제관광도시임 에도 이들의 이동을 쉽고 편하게 해주는 지하철이 없다. 제주의 독특한 지질ㆍ지형이 지하철 건설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부터 70만이 채 안 되는 제주도민으로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까지 지하철 반대 논리가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러나 노면전차라는 트램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노면전차 노선은 버스전용차선처럼 기존의 도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과 비교할 때 트램은 지하철 건설비의 1/6, 지하철 운영비의 25%에 불과하지만 수송인력은 버스의 3배에 이른다. 그러니 지하철은 안 되더라도 제주에 트램을 설치해 달라고 정부에 적극 나설 일이다. 자가용 승용차와 버스를 줄이고 트램으로 제주도 전역을 30분 내로 연결할 수 있도록 JDC가 용역보고서대로 앞장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소전기트램으로 제주도 해안일주를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제주의 동서남북 바다의 각기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이 많은 관광객들에게 힐링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제주해안일주 트램은 제주도의 읍ㆍ면 균형발전에도 대폭 기여하게 되리라 본다. 동시에 제주공항ㆍ노형오거리ㆍ신제주사거리ㆍ법원사거리ㆍ시청사거리ㆍ인제사거리ㆍ동문로타리ㆍ탑동ㆍ제주공항을 잇는 타원형의 제주시 도심형 트램은 단지 도시이동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닌 제주시 주민의 삶의 방식을 크게 변화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양길현 /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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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버스타고 출근하려면 25분30분길을 1시간 30분은 가야하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