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효 작가, 사진집 '폭낭, 제주의 마을 지킴이'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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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효 작가, 사진집 '폭낭, 제주의 마을 지킴이'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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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사람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무를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글과 사진으로 제주의 가치를 알려온 사진가 강정효가 제주도 곳곳의 팽나무를 기록한 사진집 ‘폭낭, 제주의 마을 지킴이’를 펴냈다.

폭낭은 팽나무를 이르는 제주 말이다. 제주에서 폭낭은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마을에서 가장 큰 나무일뿐만 아니라 마을의 신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히 마을 공동체와 함께 해 온 마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신당의 신목으로서의 폭낭과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에 덩그러니 남아 역사를 증언하는 폭낭, 그리고 마을 안의 정자나무 등으로 나눠 사진 140여 점을 수록하고 있다. 폭낭을 통해 제주인의 신앙과 4‧3의 아픈 역사, 그리고 마을 공동체 문화까지 담고 있다.

실제로 자연 마을의 중심부에 가서 보면 어김없이 우람한 폭낭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폭낭의 아래에는 시멘트 등으로 포장된 단아한 대가 있는데 댓돌이라 부른다. 댓돌은 휴식공간일 뿐만 아니라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의 회의 장소인 공회당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예전에 마을 어른들이 모여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걱정하던 곳이다.

마을 신당의 성소인 신당에 가서 보더라도 아름드리 신목들이 있는데, 신목의 대부분이 폭낭이다. 신목은 신령이 나무를 통로로 하여 강림하거나 그곳에 머물고 있다는 믿음의 산물이다. 

마을의 중심이자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폭낭이기에 제주 근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4‧3의 광풍에서도 비켜나지 않는다. 4‧3의 학살 현장을 지켜봤던 폭낭을 비롯해 마을이 불태워지며 사람들이 떠나버린 잃어버린 마을의 폭낭도 담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북촌리 당팟에서의 학살 장면을 지켜봐야 했고, 동복리의 경우 집단학살에 앞서 주민들을 소집했던 장복밧에도 폭낭이 서 있다.  

뿐만 아니라 4‧3 이후 복구되지 못한 잃어버린 마을 130여 곳 중 지금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 곳곳의 폭낭도 볼 수 있다. 이 폭낭을 통해 작가는 과거에는 총칼에 의해 없어진 마을이 요즘에는 자본을 앞세운 개발바람에 그 모습을 잃어가는 실정이라며 가슴 아파한다. 잃어버린 마을은 곳곳에 카페나 펜션, 타운하우스, 전원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그 흔적까지도 사라지는 상황이다.

사진집에는 지금은 그 모습이 사라진 나무들도 상당수 볼 수 있다. 수명이 다하거나 바람에 부러진 나무들, 심지어는 개발과정에서 사라진 나무들까지. 하가리 오당빌레당을 비롯해 소길리 당팟할망당, 와흘리 본향당, 연동 능당, 동광리 삼밧구석 폭낭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으로만 옛 모습을 전할 뿐이다. 

한편, 강 작가는 "팽나무라는 나무 이름에 대해서도 폭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나무 마디로 만든 총에 열매를 넣어 쏠 때 ‘팽’ 소리가 나서 팽나무로 불리게 됐다는 어원보다는, 폭이 열리는 나무이기에 폭낭으로 부르는 제주의 표기법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팽나무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제주에서 부르는 이름인 폭낭이 표준어가 돼야 한다며 표준말 변경을 제안하고 있다. 

강 작가는 제주 출생으로 신문사 기자와 제주대 강사,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도서출판 한그루. 정가 2만5000원.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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