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좌지역에 당근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약 40년 전인 1969년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구좌지역은 화산회토로 이뤄진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고, 해안에 산재해 있는 패사(貝沙)를 보충하여 당근 재배가 최적이다. 그래서 모양 좋고 색깔 양호하고 맛도 우수한 최고 품질의 당근이 생산되고 있으며, 단일 지역으로 구좌는 전국 최고 당근생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구좌지역 당근농사는 유난히 힘들다. 유례없는 가을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농민들은 당근씨앗을 파종하고, 또 파종하고, 또 파종하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여건이 안 되는 밭에서는 아예 겨울채소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전망 조사(2019년 11월호)에서도 제주산 비중이 높은 겨울당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6.7% 감소한 1234㏊로 추산되었다. 9월 전망조사 1445㏊에 비해 211㏊ 줄어드는 등 가을장마와 태풍에 의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당근 단수(kg/10a)는 생육기 집중호우 등으로 전년과 평년보다 각각 17%, 18% 적은 2,950kg/10a, 생산량은 전년 및 평년보다 각각 23%, 30% 감소한 3만6천톤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 겨울당근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근농가들은 안심을 못하고 있다. 수입산 및 타지역 당근 출하량 증가와 관련하여 농가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11월 고랭지 당근(평창 횡계 등) 출하량이 전년대비 16% 증가하고, 가을당근(밀양, 부산 명지동, 김해 대동면 등) 소포장당근 생산량이 전년보다 1.2% 증가한 점도 당근농가들의 가격하락 우려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구좌지역 당근농가들은 지난 11일 구좌농협에서 2019년산 비상품 유통근절 결의대회를 가졌다. 지난 2015년 안정적 농가 수익 확보를 위한 시장 교섭력 확보 차원에서 결성한 제주당근연합회(회장 김은섭)를 주축으로 그동안 지켜온 '상품'출하 원칙을 지키고, 소비부진 및 품질 저하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가격하락을 막기 위한 자구노력이었다.
이러한 당근농가들의 자구노력과 병행하여 당근산업의 지속화를 위한 정책적인 접근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구좌당근의 고부가가치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한 바 있어 두 가지 핵심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구좌읍에는 12개 마을이 있는데, 구좌당근을 대표할 수 있는 당근마을 1곳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당근 융복합 클러스터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방문하는 관광객은 물론 대외적인 홍보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당근마을 운영을 통해 당근제조가공, 유통판매, 당근축제 개최, 관광서비스 등을 주도할 수 있도록 6차산업지원체계를 갖출 경우 충분히 구좌당근의 브랜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최고 당근 주생산지임을 고려한 브랜드 네임, 로고, CI, 스토리텔링 등 통합브랜드 전략 수립이 절실하며, 구좌당근, 구좌향당근 등 혼선을 주는 네이밍에 대한 통일화도 필요하다.
둘째, 고부가가치화사업으로는 당근요리 개선 및 교육 확대, 그리고 당근 가공식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1인 당근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웰빙 음식, 브런치 등의 카페메뉴, 체험 및 길거리음식, 축제음식, 제과제빵 제품, 음료, 1인가구의 소비패턴에 맞는 음식메뉴 개발 및 개발된 당근요리 레시피 보급 및 시연 등 요리기술 보급이 필요하다. 원물 판매위주에서 탈피한 상품다각화로는 당근말랭이, 분말 등 식재료화, 당근식초, 당근김치, 당근주스, 당근스낵, 당근아이스크림 등이 가능하며, 4～5cm크기로 가공한 아기당근(baby carrots), 당근쌀, 당근화장품 등이 개발되어야 한다.
참고로 이들 내용은 구좌당근 6차산업화지구 조성을 위한 연구결과물였는데, 관련 업무가 농림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되다보니 국비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승철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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