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2>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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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2>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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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창시절 때의 일이었다.

쉬는 시간 10분. 다음 시간에 배울 교과서를 펼쳐놓고 뒷자리에 있는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은 교실을 운동장인 마냥 뛰어 다니거나, 교탁 앞에서 수업시간에 학과 선생님께서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분필 한 자루를 조각내어 던지고, 칠판지우개를 던지며 장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밖에 나갔다가 “선생님 오신다.”라고 소리치면서 먼지를 휘날리며 들어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학생들은 여전히 분필과 지우개를 던지면서 서로 장난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번은 그 친구들이 서로에게 칠판지우개를 던지며 장난하다가 한 친구가 재빨리 내 등 뒤로 숨어 버리는 거였다. 

그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몸을 틀어서 제자리로 돌아앉으려는 순간, 그 칠판지우개가 나의 눈을 때리고 지나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아 -’ 하는 비명소리조차도 나오지 않고서 그냥 눈만 감싼 채로 책상 앞으로 엎어졌다.

그러자, 그 친구들도 당황했는지 얼른 내 옆으로 오더니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하며 사과를 했다. 선생님께서는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무슨 일이야”고 물으셨다.

내 옆에 있던 친구가 조금 전의 일을 얘기하자, 선생님은 “양호실로 데리고 가라”고 하셨다. 그러자, 가장 체격이 건장하고 좀 힘이 있어 보이는 친구가 오더니 나를 두 손으로 번쩍 안아서 양호실로 데리고 갔다. 그 다음 상황은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친구들은 학과 선생님께 혼쭐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친구들은 원래 우리 담임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러 학과 선생님들에게도 여러 번 지적을 받았던 친구들이었다.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양호 선생님은 얼른 내 곁으로 다가오시더니 상처 부위를 보더니 같이 갔던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상처 부위에 약간 피가 맺혀 있었다고 하였다. 선생님은 그 자리를 깨끗이 소독하고 나서 연고를 발라 주시면서 “손대지 말어라”는 말도 해주셨다.

치료가 끝나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서 양호실 문을 나와 다시 교실로 들어갔을 때에는 수업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이었다. 종일 울리고 쉬는 시간이 되자, 그 친구들이 다시 내게로 와서는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 친구들이 장난을 하다가 한 친구가 멀리 달아나니까 막으려고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잡고서 힘껏 던졌는데, 그게 바로 칠판 지우개였다. 그 치판지우개 옆 모서리에 내 눈 언저리가 좀 찢어진 것이다.

그날 저녁 같이 식사를 하시던 부모님이 그때서야 내 얼굴을 보고는 깜짝놀라며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물으셨다. 처음에는 “친구들하고 장난하다가 다쳤다”고 했더니  부모님은 “빨리 바른대로 말해!”라며 나를 다그치셨다.

그러다가 내 상처부위를 다시 만져 보면서 “그래도 이만 하길 다행이지 만약에 눈이라도 그게 다쳤다면 어쩔 뻔했냐.”며 조금 전보다 약간은 목소리의 톤이 한 단계 낮아지셨다.

그러나 나는 이것 때문에 한가지 걱정이 되었다. ‘이제 곧 졸업사진도 찍어야 하는데...’하고 말이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이 상처는 2주가 지나자, 말끔하게 없어져서 무사히 졸업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지금도 친한 동창들과는 연락이 닿아 만나서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며 학창시절의 재미있던 일들을 안주삼아 얘기하면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때 나에게 상처를 줬던 친구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그 친구들도 이제는 결혼해서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에 그 친구들이랑 연락이 된다면 만나서 ‘찐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헤드라인제주>

 

이성복씨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이성복/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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