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가 된 공무원"...공직사회 술렁술렁,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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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가 된 공무원"...공직사회 술렁술렁,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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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사무소 직원의 '외침' 글,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끊이지 않는 불법쓰레기, 임시방편 땜질처방 언제까지?"

최근 제주시 모 읍사무소 한 공무원이 공직 네트워크에 올린 쓰레기 대책에 대한 '용기있는 글'이 공직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많은 피서인파가 몰리고,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여름철만 되면 해수욕장을 비롯해 시가지 곳곳이 쓰레기 천지로 변하는데도 '청소행정'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개탄하는 내용이다.

"연일 무더운 날씨에 불철주야 휴일도 없이 클린하우스 불법쓰레기를 치우느라 고생하시는 많은 주사님들 앞에 용기내어 한 마디 올립니다"로 시작한 이 글은 쓰레기 처리대책의 현실적 문제를 꼬집고 있다.

"그 동안 민원이 빗발쳐서 불법쓰레기를 어쩔 수 없이 치웠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화수분처럼 불법쓰레기가 배출됩니다. 그래도 내 옆 동료와 계장님은 어쩔 수 없이 거의 매일 클린하우스의 무질서와 난장판을 정리하러 다니십니다."

그는 "제주도청이나 시청에 근무하는 분들이 지적하지 않아도 클린하우스의 불법쓰레기를 치우느라 민원의 최일선에서 매일매일 청소부가 되었고 도로변 환경정비하느라 매일매일 노동자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힘없는 최일선 공무원들이 얼마나 더 묵묵히 희생해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지난 3월 함께 근무했던 한 주무관이 당직근무 중 과로와 스트레스로 순직하는 일이 있었던 점을 상기시킨 그는 "제가 올해 3월보다 지금이 더 힘든 건, 청소행정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청소부가 된 공무원들의 희생은 계속될 수도 있다는 기우같은 걱정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지금 지역 내 역시 인구증가와 관광객 증가로 끊임없는 무질서, 그리고 끊이지 않는 불법쓰레기, 끝없는 임시방편의 땜질 처방과 무대책이 난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제까지 불법쓰레기를 담당자와 담당, 같은 계 직원들 또는 대학생 단기 알바생만으로 00읍 전체 220개 클린하우스의 무질서와 불법쓰레기를 아무 생각없이 치워야 할까요?"

그는 "솔직히 청소행정의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한 후, "읍면 실정에 대해, 읍면의 애로사항에 대해 관심이 있기나 한 것인지 참 답답합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실효성있는 정책, 합리적인 제도정착 등 문제해결 방법 도출을 위해서는 사실에 입각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되지 않을까요"라며 글을 맺었다.

이 공무원의 '외침' 글은 공직내부 하위직 라인을 중심으로 전파되면서 울림을 주고 있다. 

제주도청의 한 공무원은 "이 글을 전해들었다. 정말 공감이 된다. '청소부가 된 공무원'이라는 현실적 표현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공직내부에서도 클린하우스 불법투기 쓰레기 문제,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공무원 투입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다. 그렇다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것 또한 이미 한계점에 봉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선 6기 제주도정 들어 김병립 전 제주시장이 불법 쓰레기 문제를 시정 제1의 현안 과제로 꼽았고, 얼마전 취임한 고경실 시장도 교통문제와 함께 쓰레기문제를 제1과제로 제시했다.

김병립 전 시장은 불법쓰레기가 버려지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공동책임을 강조하며, 수거를 거부하는 일종의 '단체기합' 대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는 솔선하는 주민들까지 쾌적한 주거환경을 영위할 권리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논란도 적지 않았다.

고경실 시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교통'과 '쓰레기' 문제를 시정의 최대 난제로 꼽고, 이 두 부서에 적임자를 중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쓰레기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행정당국, 그리고 뒤이어 한 공직자의 '청소부가 된 공무원'이란 울림의 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쓰레기문제 대책의 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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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6-07-18 09:21:37 | 211.***.***.28
정말 공감합니다.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는게 사실이죠
공무원을 아주 종부리듯이 하는 민원인들 정말... 자기가 버리고도 누가와서 자기집앞에 쓰레기를 버리고 갔다고 신고하고, 비가와서 자기집앞에 물이 고여도 동사무소 전화와서 물치우라고 하고(맨홀뚜컹 열라고 하고) 정말 이러는게 현실이죠
일선행정이 중요하면서 일선행정에 직원충원도 안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죠.
답답합니다

공무원 2016-07-17 19:20:13 | 14.***.***.229
시민의식개혁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누가 누구를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부터 남에게 폐끼치는 행동 하지말아야 합니다. 지금 제주사회는 전부 남의 탓만 하는 사회로 변했습니다. 내가 무었을 어떻게 하겠다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전부 남의 탓만 하고 있습니다.

양희범 2016-07-17 18:05:14 | 223.***.***.68
공감합니다
모든 시민(불특정다수포함)의
양심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공무원의
업무영역이 문제인거 같네요
....
임기 웅변적 감시자의 고용을 통한
대책도 한계가 있는것 같고요
....
원인과 문제를 알면서도
대책의 성과를 얻지못하는 쓰레기문제
주차문제
....
이는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넓다 보니까
한계가 있는것 같습니다
안버리고, 분리하고,....
불법주차 안하면 되는데
그 시스템(인프라시설 포함)은
행정에서 지원하고
.....
숨어서 ...몰래...불량시민의식의
문제까지 포괄적 책임을 행정, 공무원
탓으로 돌리는것은 좀 그렇네요
....
이웃 일본 ,,,우리는 왜 이기지 못할까
" 바깥 쓰레기를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어느 일본 이민자 주부의 습관의 이야...

슬픈현살 2016-07-17 12:35:22 | 218.***.***.10
최근 사건중에 김 검사의 자살 사건이 떠오르는건 왜 일까요? 연관성이 없어보이긴하지만 조직사회에서의 한 개인의 슬픈 현실을 반영한다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