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곳곳에 협죽도 식재...위험인지 '느슨'..."뒤늦게 후회할텐가"
지난 여름 관광차 제주를 방문했던 최모씨에게는 일주일간의 일정이 아찔하기만 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6일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최씨 일행의 여행 일정 속에서 독초로 불리는 '협죽도'로 인해 겪게 된 아찔한 사례가 민원으로 올랐다.
최씨는 "제주에서의 기억은 항상 좋고,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한 가지 너무 속상하고 분개했던 일이 있다"고 운을 뗐다.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만장굴을 방문한 최씨 일행은 인근의 또 다른 관광지인 김녕미로공원을 가기 위해 도보로 이동했다.
문제는 이 길가에 심겨있는 '협죽도'가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식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데서 불거졌다.
최씨는 "길가에 쭉 이어져 있는 빨간 꽃이 너무나 예쁘고 황홀할 정도여서 밑에 떨어져 있는 꽃잎들을 손에 들고 신랑과 함께 얼굴과 손발에 던지고 등 뒤에 넣는 등 재미있게 놀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러던 중 몇 시간 가량 흘러 미로공원에서 숙소가 있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데, 택시기사께서 제가 갖고 놀던 꽃이 독성이 있는 협죽도라는 것을 알려주더라"고 회고했다.
그제서야 최씨는 갖고 놀던 빨간 꽃이 독성을 지닌 협죽도라는 것을 알게됐고, 며칠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임산부였던 그는 뱃 속의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심각한 고민을 안게 됐다.
최씨는 "다행히 얼굴이나 입 주변에 많이 갇다 대지는 않았기 때문에 손을 깨끗이 씻고 큰 이상은 없었지만, 출산 전 마지막 장기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제주에서의 남은 일정은 걱정으로 점철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제주도민들의 경우 협죽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주도의 어느 곳에 분포해 있는지,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계실 확률이 높겠지만, 저와 같이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은 협죽도를 처음 봤을때 예쁜 가로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나 제주시가 맹독성이 있는 꽃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놓았을 것이라고 미리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지 않겠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씨는 "여행에서 안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협죽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들도 봤는데, 왜 여태까지도 위험한 식물을 없애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나중에 큰 일이 벌어지고 난 뒤 후회하기보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지적대로 실제로 협죽도는 제주지역 곳곳에 가로수 용도로 심겨져 있다. 만장굴 인근을 비롯해 제주시 삼무공원, 애조로 일대에서도 협죽도를 볼 수 있고, 중문관광단지 내 도로변에 심겨진 빨간꽃도 협죽도다.
심지어 제주도청이 위치한 신제주로터리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가에도 협죽도가 식재돼 있다. 유동인구가 상당한 곳임에도 이 협죽도가 '독초'라는 것을 아는 시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른 지자체들은 협죽도가 식재된 곳에 펜스와 경고판 등을 세우는 것과 비교하면 제주도의 대처는 상대적으로 미온했다. 경관 상 좋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최소 '독성'이 있음을 알리는 팻말이라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 사례가 전해지지 않았지만, 즐거운 제주관광이 자칫 안좋은 기억으로 남을뻔 했던 관광객의 원성의 소리가 심각하게 전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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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