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에 생명평화기념관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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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 생명평화기념관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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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헤드라인제주>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되었던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문제로 고통을 겪기 시작한 지 8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2007년 4월 유권자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87명 주민이 모여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해 8월 대다수 주민이 참여한 마을총회에서 해군기지유치 찬반을 물은 결과 반대의견이 9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에 따라 강정마을회는 생명평화마을을 선포하고 해군기지반대와 생명평화를 외쳐왔고, 오는 8월 3일이면 강정마을에서 반대 깃발을 올린 지 3000일이 된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도정의 눈치를 보는 언론들은 성명서나 기자회견 내용만 몇 줄 보도할 뿐 심층보도를 단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제주해군기지의 진실에 대해 우리 국민이나 제주도민들은 잘 몰랐다. 강정주민들은 제주해군기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여름 이 맘 때면 제주도 전역을 돌면서 해군기지 반대와 생명평화를 외치면서 도민들도 함께 동참할 것을 호소하였다. 열 살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한 여름 뙤약볕과 소나기를 맞으며,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또 걸었다. 올해도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동진과 서진으로 나누어 제주도를 일주하는 생명평화대행진을 하게 된다.

2007년 6월 당시 해군기지 유치책임을 맡았던 해군 담당자에게 주민의견을 다시 물어서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이미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되돌아 갈 수 없다고 했고, 강정마을이 깨지든 해군이 깨지든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그의 뜻대로 지금 강정마을은 400여 년 동안 한 가족처럼 살아왔던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해군기지 공사강행으로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환경과 생태계가 사라지고 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우리 사회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풍토가 되고 말았다. 이득을 위해서는 절차도 과정도 무시함으로서 선과 정의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강정주민들은 마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환경단체들은 후세대를 위해 환경을 잘 보전하려 하고, 평화단체들은 주변국과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군에서는 공권력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해군기지사업을 밀어붙이는데 대해 자신들의 인권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공권력에 의해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지가 처참하게 깨지고 마을공동체와 깨졌다. 수백명이 연행되고 재판받고, 수십명이 구속된 바 있고 수억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다가 처벌을 받았으므로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면해 달라 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정부에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그동안 잘못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사면복권을 해야 한다.

그동안에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와 생명평화운동과 관련된 사진이 수십만 장에 이르고, 글과 성명서 등 문자기록이 수천 쪽에 이르며,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이 온몸으로 체험했던 것들을 채록한다면 수십 권의 책으로 될 것이다. 해군기지가 강정마을에 지어지더라도 마을을 지키고 생명평화를 위해 싸웠던 그들의 노력을 후대들에게 전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위해서도 중요하겠지만, 후손뿐만 아니라 제주도민과 세계인을 위한 세계평화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마을을 지키고 생명평화운동을 했던 주민과 활동가들의 숭고한 뜻을 기릴 수 있도록 강정마을에 생명평화기념관을 지을 것을 제안한다.<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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