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苦入)에서 고입(高入)으로...'고졸신화'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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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苦入)에서 고입(高入)으로...'고졸신화'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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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문 교육감 취임 1년] (2) '제주희망교육' 그의 생각은?
"새로운 교육문화 물꼬 텄다...갈등은 소통.공감 과정일 뿐"
이석문 제주도교육감.<헤드라인제주>

제주에서는 최초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평교사 출신으로 교육계 수장에 오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1일자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이라는 슬로건 아래 '탈권위'로 비롯되는 권위적 교육구조의 과감한 개선을 천명해 온 이 교육감은 그동안 고정관념을 깬 혁신적인 시도로 제주교육에 뿌리를 내렸다.

제주의 오랜 고교체제가 개편의 물꼬를 텄고, 공교육 혁신모델인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가 운영에 돌입하는 한편, 학교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늦춰지고, 교원들의 행정업무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적응은 아직까지 과제로 남아 있다.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노조와의 갈등과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의 불협화음 등 해결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지난 제주교육의 1년을 이석문 교육감과의 인터뷰를 통해 돌아봤다.

◆ 취임 1년을 맞았는데,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수업과 상담 등 본연의 교육활동이 충실히 이뤄지는 '교육중심 학교시스템'이 학교현장에 깃들고 있다. 작은학교의 희망을 만드는 데에도 성과를 거뒀다.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를 도입해 학교 구성원과 지역주민들이 협력해 '배움' 중심의 학교문화를 일구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소아 정신과 전문의' 2명을 채용했다. 학교현장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

누리과정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예산을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게 되면서 초중등 교육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취임 당시 권위적인 교육구조의 대대적 개선과 함께 새로운 제주희망교육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그동안 제주의 학교는 본연의 교육활동 보다 과다한 업무와 성과를 내는 데 몰두해왔다. 그래서 교육청도 업무를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을 펼쳤다. 취임 후 업무를 덜어내고 교실을 지원하는 행정을 통해 학교를 '교육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굵직한 변화는 아니지만 경쟁보다는 협력, 서열보다는 배려가 있는 새로운 교육문화의 물꼬를 만들었다.

제도에 비해 문화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 지향점을 향해 도민들과 소통.협력하며 뚜벅뚜벅 변화의 발걸음을 걷고 있다. 이 물꼬를 따라 더 충실히 소통.공감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교육'을 실현해 나가겠다."

◆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전교조 제주지부에서 토론회를 통해 취임 1년을 평가했는데, 교사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1년에 대한 제주도민들과 학교 현장의 평가이기 때문에 정책 및 행정을 펼치는 데 좋은 지표로 삼고자 한다. 주요 정책별 평가도 나와 있어서 담당 부서에서 정책의 향후 추진방향 등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결과를 보니 고교체제 개편, 건강.안전과 관련한 정책에 관심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꿈과 끼, 잠재력을 미래 진로로 잘 키우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을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그 염원을 현실로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 취임 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제가 교육의원인 지난 2013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관리 조례안'을 제정해 공무직 처우개선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이어 취임 후 지난해 11월부터 임금·단체협약을 진행했다. 20여회의 실무협의와 면담, 8차례의 실무교섭을 벌인 끝에 처음으로 임금협약을 이뤄냈다. 꾸준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이뤄낸 중요한 합의의 성과라고 본다.

예산여건이 좋아서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누리과정 등으로 예산에 어려움이 있다. 분명한건 처우를 개선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소통과 합의의 원칙으로 처우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

◆ 지난 조직개편과 정기인사 등에서 교육청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적지 않았는데, 공직 내부의 소통이 미흡한 것은 아닌가.

"교육청 조직과 학교현장, 교육문화에 대한 시각 및 입장 차이가 분명히 있다.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취임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며 정책 및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안에 대해 공론장에서 소통하다보면 잠재된 문화 및 입장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다. 공감대를 찾기 위해서는 차이가 드러나야 한다. 소통.공감의 정상적인 과정이다."

◆ 고교체제개편에 대한 윤곽이 제시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제주도내에 30개 고등학교가 있다. 아이들이 30개 고등학교를 자존감있게 선택할 수 있는 체제로 만드는 것이 고교체제 개편의 지향점이다. 7월 말 고교체제 개편 용역 최종 결과가 나온 뒤 올해 내에 개편안을 수립할 것이다.

최종안이 나왔다고 단기간에 모든 학교에 적용할 수 없다. 고등학교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사회변화를 반영해야 하고, 지역주민들의 합의도 필요하다. 2017년부터 점진적으로 개편할 것이다. 완료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본다.

용역이 현재 진행 중이나 고교체제 개편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성산고등학교를 국립 해사고로 전환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해사고가 유치되면 고교체제 개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의 성과와 향후 확대 적용 가능성은.

"학교별로 편차가 있지만 변화와 성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교직원과 지역주민, 학생이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교육과정 등을 함께 결정하고 있다. 교육주체들의 자발적 협력과 민주성으로 만들어진 '배움의 교육문화'가 교실로 전해지고 있다. 교사가 수업과 상담 등에 집중하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꿈과 끼,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에게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펼치고,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핵심역량도 키우고 있다.

'다혼디배움학교'는 추구하는 목적에 비춰 큰 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도 운영 가능한 학교다. 실제 타 지역에서는 작은학교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학교, 중.고등학교에서도 성공 운영 사례를 볼 수 있다. 제주에서도 다혼디배움학교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중.고교까지 확대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지역 상황 및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 등을 반영해 규모 및 급별에 구분없이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정책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최근 메르스 점검을 위해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나요'라고 물어보니 대부분 먹는다고 손을 들어 참 기분이 좋았다.

제주 아이들의 비만율이 전국 최고수준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침결식율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을 시행했다. 현재 거의 모든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아침밥을 먹는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나 가정 모두 긍정적 반응이 많다. 10~30분 여유라고 하지만, 가정의 체감도는 큰 것 같다. 이전보다 확실히 여유롭게 등교를 준비한다는 반응이 많다.

대입이 있는 고등학교는 초.중학교에 비해 변화의 폭이 비교적 적은 것 같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 아이들의 건강증진과 함께 공부 시간의 '질' 관리의 성격을 담고 있기에, 학력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정책의 긍정성을 잘 홍보하면서, 고등학교에서도 잘 자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누리과정 예산문제에 대한 평가 및 대응방안은.

"누리과정만 생각하면 막막한 느낌이다. 누리과정 예산 부담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교육재정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누리과정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어린이집 보육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어린이집에 대한 지도.감독권이 있는 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올해는 어떻게든 예산을 부담한다지만, 문제는 내년 이후다. 국가차원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재 구조상으로는 예산부담이 불가하다. 더구나 지방채 발행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전국 시도교육청이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내년 총선 및 내후년 대선 흐름 속에서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협력하면서 근본 대책을 모색하겠다."

◆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재정이 지금보다 안정돼야 한다. 제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1.57%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변동이 없다. 특별자치가 실시된 지 10년이 됐다. 그동안 제주교육 여건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여건에 맞는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1.57%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누리과정 문제가 해결된 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제주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로운 1년을 시작하면서, 주요 추진 정책의 기치를 정했다. '고입(苦入)에서 고입(高入)으로'. 그동안 제주교육은 아이의 꿈과 끼, 건강을 소진하는, 말 그대로 어려운 '고입(苦入)'을 해왔다. 앞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아이를 살리는 고입(高入)으로 전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 우선 도민들이 합의하는 고교체제 개편안을 올해 내에 수립하겠다. 또한 신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여중.고교 신설의 요구가 많다. 학교 신설과 더불어 제주시 여중.고교를 비롯한 고등학교의 이전 재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과 다각적으로 논의하면서 가능여부를 검토하겠다.

더불어 읍면 고등학교 및 특성화고의 희망을 더욱 키워 우리 아이들의 '고졸신화'를 열겠다. 고교체제 개편 과정으로 이뤄지는 국립 해사고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사회구조의 변화, 지역주민의 요구 등이 반영된 지역특성에 맞는 '제주형 마이스터고' 설립 등도 다각적으로 추진하겠다.

'선 취업 후 진학' 방향에 따라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 제주도청과 논의하면서 공무원 및 도 산하 공공기관의 진출 활로를 넓히고, 도내외 기업들과 협력 속에서 다양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

지난 1년 동안 제주교육에 많은 신뢰와 사랑을 보내주신 도민들과 교육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사실 마음으로는 어떠한 표현을 써도 모자랄 정도의 감사함이 충만하다. 지금처럼 늘 도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교육'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점점 무더워 지는 여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 드린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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