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 지친 강정주민들과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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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반대투쟁 3000일, 지친 강정주민들과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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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계인사 100인, 강정마을 평화대행진 동참 호소
7월27일~8월1일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대장정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반대 투쟁이 시작된 지 3000일을 앞두고, 전국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여 강정마을 평화대행진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은 30일 오후 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과 함께 하는 각계인사 100인 선언' 행사를 가졌다.

30일 오후 열린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과 함께 하는 각계인사 100인 선언. <헤드라인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인사 100인은 오는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제주도내 일대에서 열리는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3000일 동안 제주 해군기지의 절차적, 인권적, 환경적, 안보적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재검토하고 강정마을의 갈등을 해결하는 대신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구속하고 재판에 회부하는 등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시작부터 잘못된 해군기지 공사, 그 모든 공정마다 가득한 거짓과 폭력을 바로잡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설사,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숱한 문제점을 봉합한 채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 뿐"이라며 "평화와 정의를 되찾기 위한 평화로운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과 국민들께 호소한다. 해군기지 반대 강정주민 투쟁 3000일을 기념하는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 해 달라"며 "3000일을 이어온 강정주민들의 간절한 외침에 함께하는 3000명의 메아리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다시 힘을 모아 강정주민들의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선언에는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 홍기룡 군사기지범대위 집행위원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송주명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대표, 전재숙 용산참사 유가족,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김조광수 감독, 강해윤 원불교 교무, 함세웅 신부,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유경희 녹색연합 상임대표, 최헌국 촛불교회 담당목사 등이 참여했다. <헤드라인제주>

30일 오후 열린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과 함께 하는 각계인사 100인 선언. <헤드라인제주>
[전문]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과 함께하는 각계인사 100인 선언문

올해로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싸움이 시작된 지 9년이 되었습니다. 해군기지는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과 문제점은 어느 하나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평화를 위한 우리의 투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벌써 3,000일입니다
긴 시간이었습니다. 오는 8월 3일, 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이 3,000일을 맞습니다. 강요된 불의와 거짓,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에 맞서 그 오랜 시간을 버텨왔습니다.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제주도 지사도 세 번째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려 하지도, 생명과 평화를 살리는 길을 가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도둑맞은 마을 총회,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 도의회의 날치기 절대보전지역해제,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을 좌절시키기 위한 부당한 공권력 동원, 기습 펜스설치와 구럼비 발파, 총리실 주도의 조사결과 드러난 기지설계의 치명적인 기술적, 환경적, 군사적 문제점에 눈감은 정부, 그것을 알고도 예산을 승인한 국회. 주민 동의가 없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도, 도민 갈등을 해소하자는 제안도 모두가 빈말이었습니다. 대신, 무려 20만 명이 넘는 공권력을 강정에 투입하여 진실을 말하는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동여맸습니다. 이로 인해 연행된 사람들이 700여명, 그 중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이 600여명, 그리고 부당하게 구속되었던 이들이 38명입니다. 이미 확정된 벌금만 4억 원 이상입니다. 아직도 벌금은 더 남아있습니다.

함께 했던 모든 이들을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법원도, 모두 강정 주민들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던 지난 긴 시간, 강정마을과 우리가 함께 절망을 뚫고 걸어왔던 그 모든 가슴 벅찬 연대의 순간들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강정 주민들만의 외로운 저항이었고 외침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큰 메아리를 얻었습니다. 도민들이, 국민들이, 그리고 세계의 시민들이 강정마을과 제주를 생명의 마을,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고 함께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의 외침, 정의의 외침, 평화를 향한 지극히 평화적인 비폭력의 외침이었습니다. 거짓과 완력으로는 결코 진실과 인간성을 억누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대전과 4.3의 비극으로 고통받은 제주를 또 다시 전쟁과 죽음의 전초기지로 만들 수는 없기에 지치지 않고 오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구럼비 바위와 그 모든 꺼져가는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구럼비 바위에 다시 가슴을 묻고 생명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어릴 적 뛰어놀던 그 곳에는 생명의 숨결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숨결, 평화의 기억이 채워졌던 그 구럼비 위를 우리는 이제 다시 걸을 수 없습니다. 강정 주민들의 삶이 새겨져 있던 그 바위는 이제 시멘트 덩어리로 덮였습니다. 작은 생명들을 품고 솟아나던 할망물도, 붉은발 말똥게도, 아름다운 연산호 군락도 그 자취를 감췄습니다. 국가 안보라는 명목 아래 주민의 평화로운 삶이 갈갈이 찢겨지고 숱한 강정 바당의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생명들을, 그 모든 평화를 다시 되찾고 싶습니다.

우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해군기지 공사, 그 모든 공정마다 가득한 거짓과 폭력을 바로잡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설사,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숱한 문제점을 봉합한 채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 뿐이므로, 평화와 정의를 되찾기 위한 평화로운 저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군기지가 있는 한 강정의 평화는 회복될 수 없습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의 허울도 사라지고, 강정마을은 물론, 제주도 전체를 복합적인 군사전초기지로 만들려는 또 다른 거짓과 폭력이 이어질 것이기에, 우리는 결코 평화와 생명을 향한 행진을 멈출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의와 평화는 뚜벅뚜벅 제 길을 찾아갈 것이기에 그 길 위에 선 우리는 절대로 멈출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주해군기지는 강정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미중, 남북 대결이 격화로 신 냉전적 대결 구도가 구조화되는 현재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전략지형에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 중단이 갖는 정치 외교 군사적 경제적 의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성에 대한 항의와 연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현실은 이를 뚜렷이 말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동아시아, 세계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한국의 대표적인 반기지 평화군축운동으로 발전시켜낼 것입니다.

생명 평화의 이름으로 강정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제주도민과 국민들께 호소 드립니다. 해군기지 반대 강정주민 투쟁 3,000일을 기념하는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함께 해 주십시오. 3,000일을 이어온 강정주민들의 간절한 외침에 함께하는 3000명의 메아리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힘을 모아 강정주민들의 손을 잡아 주세요. 참된 평화로 가는 사람의 길, 생명의 길에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5년 6월 30일

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투쟁 3000일,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과 함께 하는
각계인사 100인 선언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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