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세월호 유가족과의 연대가 좌절 극복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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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세월호 유가족과의 연대가 좌절 극복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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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우리 무관심이 희망 차단"
 강우일 주교.<사진=뉴시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국민 모두가 (세월호 유가족들의)고통에 함께 아파했다면 일이 이렇게 표류하지 않았을텐데 안타깝다"면서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연대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좌절을 이길 수 있는 첫 발자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개국 25주년을 기념해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1년간 달라진게 별로 없다는 자조섞인 비판을 한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강 주교는 "지난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을 때 (교황이)저희에게 던지신 제일 첫번재 질문이 '세월호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였다"면서 "그 질문에 '진상조사위원회는 구성됐는데, 실제 조사는 한 발자국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너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더 이상의 자세한 사정을 말씀 드릴 수는 없었고 부끄러웠다"면서 "교황은 '세월호 가족들과 만났을 때 그들의 아픔, 너무나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가 지난 1년간 왜 달라지지 못했나?'고 묻는 질문에 강 주교는 "유가족, 희생가 가족들의 아픔, 그들이 지내온 하루하루에 대한 공감을 우리, 정부가 하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세월호 가족분들은 지난 1년간 제가 알기로도 일에 손도 잡히지 않고, 밤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그냥 허공에 뜬 듯이 하루하루 살아오셨다"면서 "최근에는 세월호 특별 조사위의 독립성과 어떤 의미로 진실규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거의 무력화 하는 시행령을 발표하니까 이분들이 지금 삭발을 하고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을 하고 있지 않나"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 주교는 "그분들이 오죽하면 그렇게 나오겠는가"라며 "이분들이 지난 1년간 정말 자식들을, 가족들을 비명횡사하게 하고 진상을 전혀 규명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고통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동참하고 아파하는 마음을 가지면 이렇게까지 이게 장기적으로 표류하지 않았을 텐데 그 부분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이 슬픔을 극복하고 희망의 빛으로 나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고통은 우리 자신의 불의와 부패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무관심, 방조, 기억의 상실...이것이 우리의 희망을 차단해온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세월호 참사 후에 몇달 안가서 어떤 사람들은 '과거 이야기 그만하고 민생 문제 좀 대처하자' 이런 말을 했는데, 진상규명이 빨리 이뤄졌더라면 지금쯤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것과는 거꾸로 가는 정국.시책.행동에 대해서 지금 유가족들은 절망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쉽게 희망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어떤 의미로 이렇게 정말 악몽에 시달리며 울분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의 슬픔과 분노와 울화를 조금이라도 함께 아파하고 연대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좌절을 이길 수 있는 첫 발자국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 주교는 이날 인터뷰에서 평화방송 라디오 개국 25주년 축하 메시지와 함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생각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한국 천주교회 △우리 사회 빈부격차 등 사회적 현실 등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답했다.<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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