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해역 '연산호 군락' 서식환경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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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해역 '연산호 군락' 서식환경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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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등 해군기지 주변 연산호 군락 서식실태 조사
뿌연 바다에 생기 잃은 연산호, 일부 종 절멸..."마구잡이 공사 탓"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로 인해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의 서식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는 최근 실시한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주변 연산호 군락 서식실태 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해군기지 공사장 인근의 연산호 군락 서식환경은 부유물 등에 의해 매우 악화돼 있었다. 조사를 벌였던 지난 6월보다도 더욱 나빠진 상황이었다.

강정마을회 등은 공사 전인 2008년 10월 촬영한 연산호 군락과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이달 촬영한 연산호 군락의 사진을 비교 분석했다. 촬영장소는 남방파제 공사장에서 200여m 떨어진 강정포구 등대 끝단.

2008년 사진에는 법정보호종인 해송이 안착해 있고, 뾰족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듣라미가 활착한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반면 최근 사진을 보면 연산호의 종이 아예 사라지거나 상당히 왜소해진 모습이다.

   
공사 전인 2008년 10월 촬영 모습.<사진=강정마을회>
   
2014년 11월 촬영 모습. 촬영장소는 강정포구 등대 끝단으로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사진=강정마을회>

중앙의 해송 좌측과 위쪽에 서식하던 뾰족수지맨드라미와 분홍바다맨드라미는 절멸된 수준이고, 큰수지맨드라미는 6년 전에 비해 매우 작아져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중의 탁도 역시 공사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흐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연산호는 바위에 붙어사는 고착성 동물로 폴립이라고 하는 입 부분의 수많은 촉수를 이용해 빠른 조류가 실어오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폴립으로 걸러먹는다. 조류의 흐름이 느려지거나 탁해지면 생존이 어렵게 된다.

강정마을회 등은 연산호 군락의 서식환경 악화된 것에 대해 해군기지 공사를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했다.

60기에 가까운 대형 케이슨들이 바다 속에 거치되면서 인근 조류의 흐름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고, 풍랑에 파손된 케이슨을 현장에서 그대로 파쇄작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부유물질과 각종 공정에서 발생한 부유사들이 아무런 저감대책 없이 그대로 외해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강정마을회 등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장의 상황은 천연기념물 보호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공사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이는 문화재청으로부터 허가받은 문화재현상변경 허가 조건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의 허가조건에는 '공사 중 발생하는 부유사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긴급상황 발생시 공사중지 등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군은 부유사 농도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의 의무를 무시한 채 마구잡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군은 매립공사 면허 부관이 정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는 커녕 임의판단에 의해 오탁방지막을 철수했다. 눈감고도 할 수 있는 부유사 발생 예측을 무시하고 케이슨 파쇄를 포함한 무리한 공정을 저감대책 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불이행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책사업이라고 하는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버젓이 진행되는 것은 엄연한 불법공사일 뿐만 아니라 이를 허가해준 감독기관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따라서 제주해군기지 공사로 인한 주변 해양생태계의 환경변화가 큰 만큼 관련 정부당국의 긴급한 조치가 뒤따라야 마땅하다"며 공사현장에 대한 문화재청.환경부 등 관계 당국의 행정조치, 제주도정 차원의 강력한 조치, 국회 해군기지 예산 삭감 등을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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