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청년단 재건?...어찌 이 나라가!" 4.3단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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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청년단 재건?...어찌 이 나라가!" 4.3단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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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단체들, "21세기 백주에 일어날 수 없는 일"
"형사범죄로 다뤄져야...역사 퇴행 막는 법률제정 필요"

제주4.3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일부 극우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서북청년단'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제주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사단법인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은 1일 공동으로 논평을 내고 "21세기 백주에 서북청년단 재건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분개했다.

이들은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라는 자들이 공개적으로 나타났는데, 수도 몇 되지 않고, 자신들의 행위가 무얼 의미하는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조차 몰라 보이지만 정부를 대신한다는 자부심에 찬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비꼬았다.

이들은 "서북청년단은 말만 들어도 제주도민들에게는 치가 떨리는 이름이다. 4.3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 만행으로 인간이기를 거부했던 극우백색테러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집권세력은 서북청년단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 반공을 명분으로 한 '빨갱이 사냥', 즉 제주4.3토벌의 선봉으로 내세웠다"며 "제주도의 민간인 학살을 더욱 확대.악화시킨 것은 이들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계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은 해방공간과 한국전쟁을 통해 20~40만명 이상의 민간인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 학살했다고 한다. 임시정부의 수반으로 풍찬노숙하다 돌아온 우파민족주의의 거두인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 역시 서북청년단"이라고 분노했다.

4.3단체들은 "서북청년단은 한국현대사의 흑역사다. 그들이 휩쓸고 다닌 곳에는 인권이고 인륜이고 없었다. 그들의 만행은 독일 나치친위대의 만행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반공은 명분이었고, 그들은 북에서 버림받고 쫓겨 온 개인사의 복수혈전을 도망갈 데 없는 이 작은 섬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벌였다. 마치 울타리에 가둔 사냥감을 처리하듯이 무자비한 범행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부가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4.3단체들은 "국가라면 최소한 유지시켜야 할 도덕적 가치와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백주의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서청의 재건이라며 버젓이 집단행동을 벌인다는 것은 현 정권이 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비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독일의 사례를 들며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형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한 것
"이라며 "나치시대의 범죄행위를 공공연하게 승인.부인.고무한 사람에게는 5년 이하의 형에 처하고,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卍)를 내보이기만 해도 최고 1년형의 형량으로 다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에서 이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는 민주국가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백색테러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며 "정부는 이런 망령됨이 공공연히 행보하지 않도록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를 조장한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범죄의 사안으로 무겁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정치권 또한 이런 역사의 퇴행을 막을 수 있는 법률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독일의 경우처럼, 반민주적인 행위와 반역사적인 범죄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4.3단체들은 "67년전 서북청년단의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이 상황을 보면서 '어쩌다 이 나라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정한 역사청산과 반역사의 망동에 철퇴를 들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SNS 등을 통해서도 서북청년단 재건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공포와 광기를 보여준 범죄집단인 서북청년단을 보수단체 쯤으로 보는 시각이 우스울 따름"이라며 날을 세웠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요즘같은 세상에 정부의 암묵적인 용인 없이는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결코 철 없는 행동으로 치부하며 쉽게 넘겨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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