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공사 총체적 부실...시공사 엄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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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공사 총체적 부실...시공사 엄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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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해군기지 케이슨 부실시공 의혹, "설계대로 안돼"
"철근 헐겁고 콘크리트도 대충...케이슨 부실 심각"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케이슨들이 부실하게 시공돼 태풍이나 거친 파도에 의해 파손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저지를 위한 전국민대책회의는 30일 오전 11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기지 케이슨 제작 부실시공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서귀포시 화순항에서 직접 해군기지 케이슨 제작에 참여했던 근로자의 진술이 우선적으로 이뤄졌다.

서귀포시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해군기지 케이슨 부실시공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3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해군기지 케이슨 부실시공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화순항 케이슨 제작장 근로자 유윤선씨가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부실시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케이슨 제작 총체적 부실...태풍에 부서질 수 밖에 없다"

화순항 케이슨 제작장에서 지난 4월부터 6개월을 근무한 유윤선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화순항의 케이슨 건설은 설계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화순항에서 만들어진 케이슨의 부실시공에 대해 증언했다.

유씨는 "케이슨 제작에서 철근공사의 경우 두팀으로 나눠 주간 12시간, 야간 12시간 교대로 일을 하는데 지난 4월 26일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투입되면서 한국인 기능공들이 팀장 12명씩밖에 안돼 관리가 잘 되지 않고있다"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비기능공들이다보니 함께 일하게 되면 더 바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철근과 철근 사이 간격은 원칙적으로 20cm인데 철근과 철근 사이의 간격이 일정해야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져도 힘이 골고루 분산돼 콘크리트가 부서지지 않게 된다"며 "설치한 철근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면 이를 모아 가로철근으로 고정시켜야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 등의 비기능공들은 철근 사이가 벌어진 상태로 철근을 연결시켜 케이슨이 건설되면 될수록 사이가 벌어져 결국 이 곳을 중심으로 균열이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유씨는 "건설과정에서 케이슨 건설작업장 지지대인 H형 철제 빔이 들어간 지역에는 철근이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며 "이런 경우 H빔이 빠질 경우 철근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콘크리트 타설 부분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유씨는 "케이슨을 콘크리트로 채울 때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끊임없이 부어야 하는데 케이슨 전체의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채워지게 하려면 지연제를 넣어 앞서 부었던 콘크리트가 굳는 것을 늦춰 잘 섞이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데 콘크리트를 빨리 타설하려다 보니 지연제를 넣지 않았고, 결국 아래에 부은 콘크리트가 빨리 굳어져 뒤에 붓는 콘크리트의 무게로 인해 균열이 생겨버린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씨는 "콘크리트를 붓게 되면 떨림판을 작동시켜 콘크리트의 밀도를 높이고 기포를 생기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떨림판 작동이 적게 이뤄지면서 양생이 끝난 콘크리트 단면에 골다공증이 생긴 뼈처럼 구멍이 생긴 것을 직접 보았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지금까지 화순에서 제작된 케이슨 중 9월까지 만들어진 케이슨 대부분은 부실시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지난 8월말 태풍으로 부서진 강정해안가 케이슨의 경우 1호기가 제일 덜 부서졌는데 이것만 제일 잘 만들어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씨는 현장 감리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감리 책임자들이 건설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아 부실시공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감리가 직원들과 똑같이 케이슨 제작장에 상주하면서 감독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6개월 근무하는 동안 감리가 공사장 내부에 들어와서 점검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감리는 매일 한번씩 와서 그저 밖에서 한바퀴 훑어보고 가기 때문에 케이슨 안쪽의 철근과 콘크리트 시공은 전혀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제가 일하는 동안 케이슨 제작은 모두 설계와는 다르게 부실하게 이뤄진 것. 14일 가량 걸리는 케이슨이 6일만에 만들어졌다"며 "이같은 케이슨들이 태풍에 부서지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시공사에 엄벌 처하고 내년 해군기지 예산 전면 삭감해야"

이같은 유씨의 진술과 관련해 강정마을회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부실한 시공을 한 건설사업자를 엄벌에 처하고, 책임감리를 맡은 업체를 등록취소하는 한편, 내년 해군기지 예산을 전면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제주해군기지의 경우 총체적인 설계오류로 인해 제주도정조차 선회장과 항로 등이 안전한 15만톤 크루즈 2척의 동시 입출항이 보장되지 않는 설계임을 문제삼고 있다"며 "여기에 방파제 설계를 위한 환경요소 분석 오류, 설계 기준 미달, 공법 선정 오류 등의 부실설계가 드러났고, 케이슨 부실공사는 현장 기술자들에 의해 증언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파손된 7함의 케이슨뿐만 아니라 제작돼 가정치된 8, 9, 10번 케이슨 역시 부실시공된 구조물이란 점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이로 인한 피해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책사업임에도 이러한 총체적인 부실이 발생한 점에 대해 반드시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책사업을 수행하면서 설계 용역이나 시공을 한 건설업자가 성실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해당사업자를 영업정지, 과태료 부과 등의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책임감리를 맡은 업체는 등록취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총체적인 부실에 대한 원인분석과 처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재, 내년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위한 예산은 전면 삭감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강정마을회와 범대위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케이슨 제작 부실시공 문제에 대해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전달하는 한편, 부실시공 문제에 따른 공사중지 명령을 요구할 방침이다. <헤드라인제주>

유은선씨가 제공한 부실시공 사진. 철근결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헤드라인제주
유은선씨가 제공한 부실시공 사진. H빔이 지지하고 있는 지역에 철근이 들어가지 않은 모습.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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